팝의 아이콘 비틀즈(The Beatles). 1960년대 초반 등장, 영국 리버풀 출신 4명의 더벅머리 청년들로 구성된 전설의 그룹이 세상에 내놓은 곡들은 팝 록의 경계를 넘어 클래식, 재즈, 댄스, 월드뮤직, 힙합, 컨트리는 물론 우리 국악으로도 재해석될 정도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리메이크(커버)돼 왔다.

비틀즈가 남긴 명곡과 명반 자체도 매해 리-이슈(Re-issue)화 돼 그들의 음악을 즐기고 찾아 듣는 새로운 세대가 계속 생겨나며 반세기 넘도록 변함없는 인기를 얻고 있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 도처의 음악인들 역시 비틀즈의 명곡들을 노래하고 연주하고 녹음하고 라이브를 하며 대중과 끊임없이 호흡하고 있는 현상은 변함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우리는 그 동안 드라마와 뮤지컬, TV CF 등에서 비틀즈의 위대한 명곡들이 한국은 물론 지구촌 여러 나라에서 주요 컨텐츠로 잘 활용되어 온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극장 스크린을 통해 들려지는 비틀즈의 음악이 주는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한국영화의 예만 보더라도 97년도 영화 “비트”에 <Let It Be>가 주요 장면에 흘러나오고( 당시 저작권관련 원작자들의 승인 없이 사용, 이후 패널티가 포함된 이용료 지급), 작년 연말 개봉했던 “스윙키즈” 엔딩 음악으로 비틀즈의 <Free As A Bird>가 공식적으로 등장해 국내 관객과 언론, 평단 모두에게 뜨거운 소식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존 레논(John Lennon),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조지 해리슨(Geoge Harrison), 링고 스타(Ringo Starr) 등 네 멤버가 빚어낸 비틀즈 음악들을 원곡 자체로 영화에서 듣는 즐거움도 크지만, 그들이 남긴 불후의 명곡들을 후배 아티스트들에 의해 재해석된 버전으로   극장 스크린을 매개체로 듣는 기쁨은 더 색다르게 여겨졌다.

새롭게 재탄생된 ‘비틀즈 음악’을 작품 전면에 내세워 영화 사운드트랙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애청되고 회자될 수 있는 네 편의 OST를 이제 본격적으로 만나보려 한다.  

예스터데이 OST.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예스터데이 OST.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 예스터데이 OST (2019년 작) - 

영화 "예스터데이(Yesterday)"는 무명가수의 삶을 살던 주인공 잭이 전 세계 12초간 벌어진 정전사태 이후 비틀즈(The Beatles)의 존재가 사라져, 오롯이 자신만 기억하는 비틀즈의 노래들로 세계적 팝 스타가 된 후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다.

비틀즈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명곡 <Yesterday>를 영화제목으로 정해 대중의 관심과 시선을 모으는 데는 성공적이었다. <Let It Be>, <Hey Jude>, <The Long And Winding Road>, <Something>, <I Want To Hold Your Hand>, <Here Comes The Sun> 등 잭으로 분한 주연배우 히메시 파텔(Himesh Patel)의 보컬에 영화를 대면할 관객들은 귀를 기울이고 듣게 될 것이다.

비틀즈 활동 초기부터 후반기까지 발표된 주요 곡들을 커버버전으로 들을 수 있는 묘미가 있긴 하지만, 영화 주요 장면에 등장하는 곡들에 대한 깊은 여운과 감동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비틀즈의 음악과 영화 각본의 주를 이루는 남녀주연배우의 러브스토리가 조화롭지 못했는데, 주인공 잭을 세계적 팝스타로 이끌어 준 에드 시런(Ed Sheeran)의 배우연기에 특히 2~30대 영화관객들에게 다소나마 유쾌한 기분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이 엠 샘 OST.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아이 엠 샘 OST.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 아이 엠 샘 OST (2002년) - 

7살 지능의 지적장애인 아빠 샘 역의 숀 펜(Sean Penn), 이 세상과 바꿀 수 없는 아빠를 너무도 사랑하는 딸 루시 역을 맡았던 아역배우 시절의 다코타 패닝(Dakota Fanning). 두 배우의 열연이 돋보였던 “아이 엠 샘(I Am Sam)"은 2002년 10월 국내에서 상영돼 관객의 마음을 울린 그해를 대표하는 가을시즌 개봉작으로 또렷이 기억되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 것이 음악인데, 주인공 샘을 비틀즈를 좋아하고 그들의 노래를 사랑하는 열혈 팬으로 설정해 영화 전편에 등장하는 OST의 보컬 트랙들을 실력파 뮤지션의 재해석된 곡들로 가득채운 것, 돌이켜보면 신의 한수임에 틀림없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 트랙들이 ‘웰-메이드 송(Well-Made Song)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의 <Black Bird>와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의 <Across The Universe>는 “아이 엠 샘” 사운드트랙의 백미 중의 백미로 인정받고 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OST.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OST.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07년) -

뮤지컬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는 반전과 평화, 사랑과 자유로 상징되는 1960년대 미국사회의 단면을 그 시대를 살았던 세 남녀 주인공의  삶으로 투영한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에 극장에서 상영됐다.

60년대를 관통했던 ‘아이콘 비틀즈의 음악’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한때 배두나의 영인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모았던  짐 스터게스(Jim Sturgess)가 영화 동명 타이틀 곡 <Across The Universe>를 비롯해 <Something>, <All My Loving> 등을 노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U2 보노(Bono)가 리메이크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와 ‘허스키 보이스의 대명사’ 조 카커(Joe Cocker)가 노래한 <Come Together> 등도 감상하며 청자들에게 ‘귀 호강(?)’의 기쁨을 주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영화흥행의 저조로 인해 사운드트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기회조자 거의 없었다.  

만약 지금 뮤지컬음악 스타일로 재해석된 비틀즈 곡들을 듣고 싶다면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다시보기나 OST를 청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백비트 OST.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백비트 OST.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 백비트(1994년) - 

1994년 5월 국내 극장가에서 볼 수 있었던 음악영화 “백비트”는 1961년 독일 함부르크의 클럽에서 활동했던 5인조 무명밴드 비틀즈를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그리고 링고 스타가 합류하기 전 비틀즈의 드러머 피트 베스트(Pete Best)가 주인공이 아니다. 존 레논과 리버풀 예술학교 친구로 천재적 음악성을 지닌 ‘제 5의 멤버’ 스튜어트 서트클리프(Stuart Sutcliffe)와 그의 독일출신 연인 아스트리드 키르크헤르(Astrid Kirchherr)가 중심인물로 “백비트”에 등장한다.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이었지만 스튜어트 서트클리프가 미술학도가 되기 위해 비틀즈를 탈퇴하고 심한 두통과 발작으로 1964년 4월 21일 21세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고, 사랑하는 이의 시신을 곁에서 지킨 한 여인의 안타까움이 드러나는 영화이기도 했다.

그들의 영국차트 최초 히트곡이자 밴드 자작곡인 <Love Me Do>로 인기를 얻기 전 독일 함부르크, 영국 리버풀 클럽을 거점으로 해서 록앤롤 히트곡들을 커버했던 비틀즈의 초창기 음악세계를 스크린을 통해 관통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백비트”라고 말할 수 있다. 

<Twist And Shout>, <Rock 'N' Roll Music>, <C[mon Everybody>, <Good Golly Miss Molly>, <Long Tall Sally> 등 록앤롤 밴드 비틀즈가 커버해 히트된 곡들이 영화를 위해 결성된 백비트 밴드(the Backbeat Band)에 의해 제대로 재현돼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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