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7-8년 전 쯤이던가? 좀 느끼한 경제평론가 A와 우리 젊은 여성 아나운서 B가 평일 오전에 라디오 경제/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청취자와의 전화 연결 중에 ‘쿠사리’란 말이 튀어나왔다. 얼추 우리말 감각이 있는 A가 “아, 쿠사리는 일본말이죠. B씨? 우리말로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A는 역시 노회했다. 

한데 웬걸, B는 “호호, 쿠사리, 우리말 맞아요. 순우리말이에요! 네 전화 감사합니다.” 하는 게 아닌가? 부스 밖, 피디도, 작가도 고개를 갸우뚱. 그도 그럴 것이 B는 S대 언어학과 출신인 재원에다 평소에도 꽤 영민한 축에 들었기 때문. A는 그러나, 다시 맘을 추스르고는 “B씨, 쿠사리는 아무래도 일본말 같은데 말이죠. 아닌가요? 흐흐.” 하며 소심하게 저항했다. B는 그래도 여전히 단호했다. “쿠사리, 우리의 아름다운 고유어. 네 거기까지. 호호호. 다음 순서 이어가죠.” 이게 전말이다.

 쿠사리는 腐り, ‘썩은 것/부패'라는 일본말이다. 원래 くされ/腐れ‘쿠사래’에서 나왔는데, 부가의 뜻으로 남을 비웃으며 욕할 때 쓰인다. 우리말로는 ‘핀잔, 꾸지람, 면박, 지청구(을/를) 주거나 듣다’로 활용하면 된다.

그럼 B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나는 ‘소쿠리’를 강력히 의심한다. 그렇다! 푸성귀도 담고 과일도 담고 하는 그 대나무/싸리 바구니/그릇. 그것과 헛갈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시골/고향 맛 물씬 나는 사랑스러운 존재! 그 이름이 그녀의 가슴 어딘가에 콕 박혀 있었으리라. 내처 언젠가 꼭 한번 이걸 써먹어야지 하고 다짐했을 수도.

그런데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이건 들은 얘기다. “난, 오늘 거기 가야돼, 거기.” “어디?” “아휴! 거기, 거 거, 삿갓이 이렇게 있고 말야.” “삿갓?” “응, 다섯 자인데, ‘전설의 고향’, 이렇게.” “아, 예술의 전당!” 

‘전설의 고향’이 왜 튀어나오며, 그걸 ‘예술의 전당’으로 맞히는 사람이나... 그러나 왠지 느낌이 오지 않나? 언어의 뉘앙스, 묘미란 이런 것이다.

에요VS예요

대비를 이렇게 하니, 헛갈리고 틀리는 것이다. ‘이에요/ 예요’로 세팅해 놓는 게 우선이다. 다음부터는 너무나 쉽다. 

*앞 단어(체언:명사/대명사)에 받침이 있으면 ‘이에요’다. 
‘책상이에요’ ‘조용필이에요’ ‘장윤정이에요’ ‘남이에요’

*앞 단어(체언:명사/대명사)에 받침이 없으면 ‘예요’다.
‘의자예요’ ‘이문세예요’ ‘하춘화예요’ ‘나예요’

단, ‘아니에요’만 따로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형용사 ‘아니다’는 독자적으로 논다. 체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받침이 없어도 ‘에요’가 붙는다. ‘아녜요’도 맞는다. ‘아니에요’의 준말이기에 그렇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