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책 무력화하는디플레이션 공포

마이너스 물가는 우리 경제가 과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다.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보다 0.04% 하락했다. 두 달 째 마이너스다. GDP(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는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요 둔화로 물가 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하락하는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한다.

 

소비자물가가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물가 하락에 따른 소비지연과 함께 나타난다. 지난 1930년대 미국 대공황과 1990년대 일본 디플레이션의 경우 물가 하락이 3~7년 장기간 지속됐다.

물가 상승률이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면 디플레이션이라고 본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물가 상승률이 2년 이상 마이너스를 보이는 경우를 디플레이션으로 정의한다.

디플레이션은 본질적으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물가 하락이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경로로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물가 변동이 경제활동의 최종 결과란 측면에서 실물경기의 장기 침체, 자산·금융시장의 불안 등을 포괄한다.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은 이론적으로 총수요가 감소하거나 총공급이 증가하는 경우 발생한다. 만약 디플레이션이 총공급 증가로 인한 것이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대단히 좋은 일이다. 고용지표 개선(고용률 상승·실업률 하락)과 실질 GDP 성장률 상승이 동반된다. 이 경우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와 구매력 상승으로 이어지며 종국에는 기업의 투자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이 총수요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면 고용지표 악화(고용률 하락·실업률 증가)와 실질 GDP 성장률 하락 등이 함께 나타난다. 이 경우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가계의 구매력 감소→기업의 투자지출 감소→총수요 감소→실질 GDP 감소`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경제가 경기 변동 국면에서 수축 국면에 놓이는 것이다.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면 가계·기업의 자금에 대한 대출 수요가 감소하게 된다.

물가가 내려가면 같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많아진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은 대체로 물가상승 둔화가 강하게 나타나거나 장기간 유지될 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디플레이션이 구조적 변화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경기 저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때 자산가격 하락이 동반돼 극단적 경우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룬 국민 경제의 부(富)가 문자 그대로 공중으로 사라지는 현상을 겪을 수 있다.

디플레이션이 장기간 이어진다는 것은 이러한 물적 기반의 가치가 감소한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결국 경제 주체의 실질소득이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디플레이션에 진입하면 모든 경제정책이 무력화되기 쉽다.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면 상당한 경기 침체와 더불어 사회·경제적 혼란이 불가피하다.통상적인 정책 대응 방식과 제도, 경제주체의 자산 구성이 대부분 인플레이션 여건에 적합하게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정책대응 측면에서 보면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보다 더욱 경계해야 하는 대상으로 꼽힌다.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면 실질금리 조정이 불가능해지고 양적완화 등 정책 대응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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