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 귀빈에 고함!
내외 귀빈에 고함!
  • 강성곤
  • 승인 2019.10.04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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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우선 내빈이 문제다. 내빈을 內賓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아니다. 그 내빈은 이제 거의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여자 손님의 뜻으로 아주 과거에 가끔 쓰였다. 내빈은 來賓이다. 초대에 응해 온 손님을 말한다. 그래서 내외빈內外賓은 적절치 않다. 그냥 내빈이다.

반기를 드는 축이 있을 터다. 사내에 높은 분과 외부에서 오신 분을 구분하고자 할 때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고 싶다! 회사 내 사장·이사·감사가 빈賓, 손님인가? 직원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는 주인 아니던가? 월례조회 때면 그렇게 주인의식을 강조하더니만, 행사 때가 되면 손님으로 변신하는가? 그리고 오긴 어디서 왔단 말인가.(올 래來?) 사내에 있었으면서.

내외 귀빈은 또 뭔가. 이들이 귀빈貴賓이면 보통 참석자는 미욱한 중생, 불쌍한 천민賤民인가? 직위가 높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귀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없이 살아도 그 가족과 식솔, 지인들한테는 귀하디 귀한 존재일 수 있다. 환멸을 부르는 시대착오적 워딩을 이 개명천지 21세기에 답습한다는 건 참담한 일이다. 

내빈들의 행태도 지적하고 싶다. 세미나·포럼, 하다못해 입학식·졸업식 때 보면 소위 ‘높으신 분’들이 축사·기념사를 하러 온다. 그러곤 영혼 없이 죽죽 읽거나, 자기 할 말만 하고 하나둘 사라진다. 이쯤 되면 자리를 빛내러 온 게 아니라, 망치러 온 것 아닐까? 어린이·청소년·젊은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힘세고 가진 자들은 저렇게 권력과 위계를 드러내는구나.” 반감을 갖거나 혹은 왜곡된 출세욕을 키우지 않을까.

來賓내빈 자체도 다분히 수구·봉건적이다. 그만 쓸 일이다. 더불어 축사·기념사 하고 사라질 요량이면 그이들을 부르지도 말자. 소심한 퇴치 멘트가 여기 있다.

“오늘 이 자리를 빛내고자 단상에 몇 분 더 모셨습니다. 끝까지 함께 자리를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뜻깊은 이 자리, 인사 말씀 듣고자 몇 분을 초대했습니다.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찰지다?

글깨나 쓴다는 사람들도 자주 틀린다. ‘찰지다’는 ‘차지다’의 오류다. ‘차지다’는 be cooled라는 의미의 ‘차게 되다’에 국한되는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아니다. 

밥에 끈기가 있거나 성질 따위가 야무질 때, 혹은 뭔가 compact/intensive할 때, ‘찰지다’를 많이 쓰곤 하는데 ‘차지다’가 맞다. ‘찰지다’란 말은 아예 없다. ‘찰떡’이 주는 쫄깃함, 그 연상 작용이 더 ‘찰지다’에 미련을 갖는 이유일 법하다.

‘놀래키다’도 틀린다. 방언이 표준어를 밀어내는 예다. ‘놀라다’의 사역使役은 놀랍게도 ‘놀래다’다. “그렇게 자꾸 나를 놀래지(놀라게 하지) 말라.”가 맞는 용례다. “아이고 놀래라.”는 반대로 사역이 아니니까, “아이고 놀라라.”가 되어야 옳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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