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통합시키는 숫자 경영의 필요성
국민을 통합시키는 숫자 경영의 필요성
  • 장영철
  • 승인 2019.10.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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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추상적이면서도 가장 기초적인 개념의 하나가 수(數)와 이를 표기하기 위한 기호인 숫자이다. 사람이나 물건의 양을 세거나 크기, 순서 등의 값을 숫자로 나타냄으로써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의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으며, 가치가 객관화됨으로써 시장에서의 거래를 촉진한다. 즉, 자기 가족의 구성원이 몇 명인지 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산의 종류와 가치는 얼마나 되는 지,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기업경영 상태가 어떠한 지, 나라의 경우에는 국토의 면적과 국민의 수는 얼마인 지, 국민의 지지도는 어떠한 지 등 다양한 현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數와 숫자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많은 나라들이 군사력 확보 및 세금 징수 등의 목적으로 인구조사, 토지 조사 등의 조사를 실시하여 현황을 파악하여 왔고, 국민이 주인인 현대국가에서는 국민들의 의견을 다양한 방법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사가 그렇듯,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여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인 만큼 인간의 모든 생활영역에 있어 현황을 알려주는 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숫자에는 숫자를 만든 사람의 책임이 뒤따른다. 기업의 경영성과를 측정하여 발표하는 회계학이 영어로 Accounting이 된 것은 account에는 ‘설명하다, 보고하다’는 뜻 외에 책임을 지다는 뜻도 같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세 유럽에서 자산가들이 위탁한 재산을 운용하는 관리인이 자산가들에게 재산운용현황을 보고하고, 내용에 책임을 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대에 들어와 시장경제가 크게 발달하면서 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경제의 핵심인 기업의 경영상태를 숫자로 알려주는 회계자료들은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기준’을 지키도록 강제한다. 그렇지만, 실적의 압박을 받는 기업의 경영자들은 회계숫자를 아름답게 보이려고 화장하는 이른바 ‘분식회계(粉飾會計)’를 감행하는 사례가 많다. 2001년 미국의 에너지기업 엔론의 대규모 손실(15억달러) 은폐사건 등으로 인한 파산,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5.7조원규모 분식 등 이러한 회계부정은 투자자와 채권자들의 건전한 판단을 그르치게 하고, 나아가 국가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이를 근절하기 위하여 관계 당국은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고 있다.   

정치 사회분야에서도 이렇게 의도를 가지고 숫자를 왜곡하여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음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사람들은 표현되는 숫자에 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근거없이 숫자를 제시하거나 조작하려는 것은 기업의 ‘분식회계’와 같이 큰 손실을 숨기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정치선전이다. 발달된 인터넷을 활용하여 허위사실로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통령선거에서의 여론조작사건인 ‘드루킹 사건’ 등이 재판 중에 있고, 특정주제를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려놓으려는 조작행위가 보도된 적이 있다. 최근 시국관련 대규모시위 참가 인원수와 관련하여서도 공방전이 치열하다. 9.28 서초동에서 있었던 소위 ‘조국 수호’ 집회 참가인원수를 어느 당의 인사가 합리적인 근거없이  200만명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당시 서울 지하철 교대역과 서초역에서 내린 사람은 10만2천명에 불과하고, 집회장소의 면적등을 감안해 볼 때 어떻게 그러한 숫자가 가능하냐는 반박을 당하자 슬그머니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며 물러섰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국정지지도 조사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서 공정해야 하는 여론조사마저도 논란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안경을 쓰고 있을 때 제대로 된 현실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직전 일본의 동향을 파악하러 다녀온 사람들이 일본의 침략의도에 대하여 상반된 보고를 하자, 침략의도가 없다는 당파적인 결정으로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본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회계학계가 분식회계를 방지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해온 것처럼 국민의 여론이 정치적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일반적으로 인정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당파의 이익을 뛰어넘어 네 편 내편으로 갈라진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길이며, 통일의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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