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물가, 디플레이션 신호일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에 이어 9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게다가 올해 성장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우리나라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앻은 현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가격 하락을 동반하고, 물가하락 품목 수가 많아지며, 하락 시기가 길어야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주요국 물가 하락기의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1개국의 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4년 유가급락 전후에 물가하락이 두드러졌다.

외환·금융위기 등 수요 충격이 주도한 물가하락기에는 품목별 물가하락 확산 속도가 빠르고 성장률이 둔화된 반면, 유가급락 등 공급충격이 주도한 유가급락기에는 물가하락 확산 속도가 느리고 성장률 변화도 유의미하지 않았다. 외환·금융위기 시 소비자물가 하락 품목 수 비중(물가하락 발생 전후 8분기 평균)을 보면 15.2%포인트 늘어난 반면, 유가하락 시기엔 4%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부동산 가격폭락 등 자산가격 조정도 디플레이션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90년대 초반 일본 부동산 침체처럼 자산가격 조정 시기의 물가하락은 품목별 확산 속도가 빠르고 성장률 둔화를 동반했다. 반면 자산가격이 조정되지 않았던 시기의 물가하락은 확산 속도가 완만하고 성장률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의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8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지만 11월부터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물가 대상품목 중 가격하락 품목 비중도 30%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 홍콩처럼 물가 하락이 장기간 이어진 국가들이 50~70%까지 늘어났었던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요점을 정리하자면 물가가 떨어졌다고 해도 하락폭이 크지도 않고 더구나 올해 말 또는 적어도 내년 초에는 물가상승률이 반등할 것이다. 이걸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애기다., 지속 시기와 하락폭이 디플레이션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떨어진 것도 농산물 가격 하락과 국제유가 하락 외에 건강보험 적용 확대, 고등학교 3학년 대상 무상교육 복지정책 확대 등 정책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실제로도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아직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게 보고 있지않다.

수요가 부족해 물가가 하락했지만 서비스물가는 아직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한가지 이유다. 많은 연구기관들이 내년 물가상승률을 0.5% 안팎에서 1%정도까지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경기불황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향후 3-4년 이어질 경우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그렇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의 물가에 대한 인식 정도를 말하는데, 9월 기대인플레이션은 한은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인 1.8%까지 떨어진 상태다. 소비와 투자가 안돼 물가가 떨어지는 상황까진 아니지만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해선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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