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해도 우려는 남아

정부나 한국은행은 내년에는 물가상승률 1%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려는 남는다. 문제는 디플레이션의 '자기실현적' 성격이다.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위축은 기업들의 재고 누적과 생산 감소로 이어지며→근로자의 대량감원으로 이어지는 축소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은 단순한 저물가가 아닌 경기침체를 동반한 대폭적이고 지속적인 물가하락을 의미한다. 당장 지방에서는 경기 침체와 자산가격 하락이 동반되고 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물가와 집값이 동시에 하락하곤 하는데, 제조업 업황 부진으로 한국판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로 꼽히는 지역은 이미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집계수치를 보면 울산 같은 곳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로 16개 광역시·도 중에서 제일 낮다. 울산은 올해 2월(-0.4%), 3월(-0.2%), 4·5월(-0.3%), 6·7월(-0.2%), 8월(-0.7%), 지난달까지 무려 8달째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다.

정부와 한은은 작년 9∼11월 농산물 가격이 높게 나타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최근 물가하락의 배경이라고 설명했지만, 조선·자동차 구조조정으로 소비가 준 울산에서는 기저효과가 나타나기 전부터 일찌감치 물가하락이 진행됐고 있었던 것이다.

물가하락에 대한 일반적인 심리는 한은이 1년 후 물가가 어떨지 물어 조사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에서도 드러난다. 9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8%로 2002년 통계 조사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2013년 9월 이후 줄곧 2%대를 유지하던 것이 처음 1%대로 내려앉았다. 정부가 연말에는 반등할 것이라며 제시하는 물가상승률조차 0% 중후반이다.

물가는 오르지 않는데 성장률은 낮다. 1분기 0.4% 역성장에 이어 2분기 성장률도 1.0%에 머물렀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1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해 1%대 전망치가 추가됐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5분기 연속 내리막인 가운데 해외투자는 2분기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10달 연속 감소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세계 10대 수출국 중 한국의 1~7월 수출이 가장 많이 감소(-8.94%)했다.

결국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해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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