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은 여밀 수 없다!
옷깃은 여밀 수 없다!
  • 강성곤
  • 승인 2019.10.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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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옷깃은 목둘레를 영역으로 한다. 옷의 앞부분이 아니다. 영어로도 collar다. collar는 옷의 중앙이나 앞부분은 해당 안 된다. 옷깃은 여미는 게 아니라 세우는 거다. 

정작 여며야 할 대상은 옷깃이 아니라, 옷섶이다. 앞을 여밀 때 중심부로 오는 천을 말한다. 옷이 벌어진 채로 있거나 단추가 풀려 있을 때 가지런히 반듯하게 합치는 것, 다시 말해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옷깃을 여미다’는 비유적 관용 표현으로도 잘 쓰인다. 마음을 다잡는다거나, 새 출발의 각오, 혹은 경건한 마음 자세 등을 의미할 때 사용되지만, 옷섶을 여민다고 해야 제대로인 것이다. 옷깃을 세우는 건 외려 당당하거나 자신만만한거나 혹은 오만한 태도나 모습 등을 보일 때 쓰여야 적절할 것 같다.

비슷한 오류로 ‘꿰다’가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다/뀄다/꿰었다 등으로 많이 쓰지만, 잘못이다. ‘꿰다’는 실/끈/구슬이 대상이다. 단추는 끼우는 것이다. 놀랍게도 ‘끼다’도 맞다. ‘끼우다’의 준말이 그냥 ‘끼다’이기 때문이다. 첫 단추부터 잘 1끼어야/2껴야/3끼워야 한다. 1,2,3, 다 맞다. ‘꿰다’만 단추에서는 틀린다.

매조지/잡도리

소위 글쟁이들이 잘 쓰는 토박이말이다. ‘매조지’는 ‘일의 끝을 잘 단속해 마무리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동사는 ‘매조지하다’가 아니라 ‘매조지다’. “일할 때, 매조지가 확실하다.” “업무를 매조지는 걸 보면 여간내기가 아니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잡도리’도 유용하다. 매조지와 뜻이 조금 비슷하나, 이건 준비나 대책에 방점이 찍힌다. 단단히 준비하거나 대책을 세우거나 엄히 단속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하기 전에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돼.” “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잡도리하는 일에 한계를 느낀다.” 등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글에서 쓸 일이다. 이걸 말하기에 적용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 고유어의 가치는 높고 크지만, 말은 소리요 뉘앙스다. 이 둘은 어감이 안 예쁘다! 

‘곱씹다’도 교양인/지성인들이 즐겨 쓰지만, 말로는 적실適實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느낌이 영 안 좋다. 발음도 어렵고 고약하며, 어감도 좀 괴이쩍다. “그때 그 일을 가만히 곱씹어보면,,,”보다 “그때 그 일을 가만 되짚어보면/곰곰이 생각해보면,,,”이 낫지 않나? 나만 그런가?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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