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역량개발 등이 이직 이유, "금전적 보상 중요해”

밀레니얼 세대의 직장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애플경제>는 최근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 밀레니얼 참석자. 좌로부터 서연수, 김수민, 이지영, 민효진 씨(이직에 관한 내용이라 모두 가명). 사진=이상호 기자
 

1980년대 초부터 2천년 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국내 밀레니얼 인구는 약 14.9백만명으로, 1997년 이후 인구의 최대비중을 차지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하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경제 환경에서 사회에 진출했다. 

지난 2016년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한국을 포함해 29개국에서 종업원 100인 이상의 민간기업에 다니는 대졸 정규직 총 7천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밀레니얼 직장인들은 기회만 있으면 이직하겠다는 생각을 대부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경우 5년 내 이직을 희망하는 비율이 무려 74%였다. 또, 밀레니얼 세대의 기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은 임금과 각종 금전혜택(2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일과 생활의 균형(16.8%)을 직장 내 발전이나 승진 기회(13.4%)보다 중시했다. 

2025년 이후 밀레니얼은 국내 핵심생산가능인구의 약 80%를 차지하게 된다. 우리 사회 경제활동의 주력세대인 밀레니얼, 그들의 직업관과 직장의 의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애플경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4인을 초대해 작은 좌담회를 개최했다. 밀레니얼들이 직장과 이직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그들의 직업관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워라밸, 전문성, 역량 개발 등의 이유로 이직을 했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이 비금전적 보상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는 건 모두 동의했다. 

이번 토크에는 창업지원 일을 하는 이지영(가명. 82년생)씨와 공공기관에 다니는 민효진(가명, 92년생)씨. 영상장비 수입을 하는 서연수(가명, 88년생)씨, 비영리재단 홍보일을 하는 김수민(가명, 82년생)씨가 참석했다. 

-퇴직을 한 번씩 했는데 왜 퇴사하셨는지? 궁극적인 이유는?
이지영(82년생) 이전 직장에서 4년 조금 넘게 근무를 했다. 전공을 살린 데서 일을 하다 퇴사를 결정한 이유는 회사 방향이 바뀌면서부터다. 변화된 일에 적응해보려고 노력해봤지만 나랑 안 맞았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다. 내가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바뀌니까 있을 이유가 없어지더라.

-일의 콘셉트가 바뀔 수 있나?
이지영(82년생) 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처음에 패션으로 시작했다가 디자인 경영으로 전공을 바꿨다. 디자인 경영은 소비자 조사가 주인 일이다. 이걸 바탕으로 회사에서 컨설팅을 했다. 그러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소비자 조사를 하고, 그에 따른 물건을 직접 만드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다. 디자인이라는 큰 영역 안엔 회사가 남아 있지만 내가 하는 업무는 달라졌다. 일의 프로세스는 비슷하다. 대신 그 제품을 컨설팅해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물건이 제조되고 출시되는 과정까지 봐야 하니 일이 많아졌고, 힘들었다.

서연수(88년생) 나 역시 전공이 미술이다. 학교를 만화 쪽으로 들어갔다가 영상 애니메이션으로 졸업하고 유학을 갔다. 예술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오는 딜레마가 있다. 내 꿈을 쫒느냐 아니면 그냥 밥 먹고 사는 일을 택하느냐 하는 고민 말이다. 유학을 마치고 나는 후자를 택했다. 그래서 취직을 한 곳이 영상장비를 수입하는 회사였다. 방송편집에 사용되는 장비들을 판매하는 회사다. 영어 인터뷰를 보고 들어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연봉이 전문대를 나온 분들이랑 똑같이 책정됐더라. 그래도 영상 장비를 사용만 하는 유저였다가 제품을 판매하고 수입하는 일원으로서의 보람은 있었다. 1년 지나 다시 연봉협상을 했는데, 내 생각과 회사의 생각이 ‘다름’을 알았다. 그래서 2년 뒤에 대우를 더 잘 해주는 업체로 이직했다.

김수민(82년생) 공대를 졸업하고, IT회사에 취직했다. 일을 하고 보니 그 일이 내 성향에 맞지 않았고, 또 연봉에 비해 야근도 너무 많고 해서 직업을 바꿨다. 인천대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하면서 강의 보조도 하는 일을 2년 정도 했다. 일은 편한데, 미래가 없단 느낌을 받던 차, 아는 분이 비영리 사단법인을 창설하는데 같이 꾸려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셔서 그 쪽으로 옮겼다. 규모도 크지 않고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이전 직장보다 훨씬 일에 보람을 느낀다. 주 업무가 안전에 대한 교육과 홍보인데, 학생과 노인분들이 대상층이라 그런지 뭔가 사회적 봉사를 하는 기분도 든다. 

민효진(92년생) 전 직장에서 3개월 근무하고 전전직장에서는 1년 8개월 정도 근무했다. 기업을 지원하는 업무를 주로 했다. 

-어떤 식으로 지원하는 일인지?
민효진(92년생) 기업지원업무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업이 정부 지원금을 받고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관리하는 업무가 있다. 또, 해외 박람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소기업 같은 경우 한국관이라든지 서울관 이런 식으로 단체를 꾸려서 나가는 업무도 있다. 기업 지원이라는 게 대기업이 아니고 중소기업 대상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행정적인 업무나 해외 박람회 도움을 위해 정부 예산 책정이 제법 많다. 이 일을 돕는 민간 기업도 있다. 서포팅을 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 직장을 퇴사한 이유는?
민효진(92년생) 원래 영문학을 전공했다. 전 직장에선 기업 컨설팅 관련 업무를 맡았는데, 멀리 봤을 때 이게 나의 직무 역량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옮긴 곳이 공공기관인데, 일자리 안정성 면에서 좀 더 점수를 줬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업문화에 대해 말해 달라.  
서연수(88년생) 지금의 관점에선 워라밸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어느 정도 선의 월급이 보장된다는 조건 하에서다. 딴 곳보다 몇 십 만원 적게 월급을 부르는 곳이더라도 6시 칼퇴근이 보장된다면 나는 거길 택할 거다.  

김수민(82년생) 공대를 나왔지만 경영에 원래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방통대에서 무역학 공부를 따로 했다. 지금 직장으로 옮기면서 경영 쪽으로 좀 더 공부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MBA도 취득했다. 경영대학원에서 쓴 석사논문 주제가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이 이직의도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이직의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금전적 보상이 제일 중요하게 나왔다. 금전 보상이 일정 수준 이상 넘어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비금전적 보상-휴가, 복지, 일을 통한 성장 등-에 대해 고민을 하더라. 나이가 많을수록, 가정이 있을수록 금전적 보상이 이직의도에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이 비금전적 보상을 좀 더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결국 금전적 보상이 직장을 옮기는 데 있어 제일 중요했다. 

-이직할 때 모두 연봉을 올려 받고 옮긴 건지 궁금하다. 
모두 대체로 그런 편이다.

민효진(92년생) 비슷한 수준이어서 돈 때문에 이직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퇴직상담은 어떻게 하는지? 많이 들었던 말은? 
김수민(82년생) 주위사람 모두 나보고 잘했다고 그랬다. 

이지영(82년생) 회사 대표, 팀원들과 퇴직 상담을 했지만 결국 내 커리어를 책임 질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나. 내가 이직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누가 직장을 알아봐 주는 건 아니니까. 이직을 생각할 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무슨 일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게 내재적인 문제라 판단해서 그런지 상담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해외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오래 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민효진(92년생) 첫 직장을 그만둘 때는 상담 없이 바로 그만두겠다고 얘기했다. 기업지원 일이란 게 기업들을 꼼꼼히 모집하고 열심히 해도 내 마음대로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정부 기업지원 사업 관련 성과지표가 있는데 이게 매출이 될 수도 있고 수출이 될 수도 있다. 박람회를 나가면 상담 건수가 될 수도 있고. 또, 정년이 보장된 공공기관에서 일하다보니 똑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수 십 년을 어떻게 다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답답한 기분도 있었다. 정부 기관이다 보니 정해진 인원만큼만 승진을 할 수 있다. 6~7년을 다녀도 승진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고, 성과와 상관없는 급수 체계며 이런 상황들에 맞물려 퇴직을 결심했다. 그만둬도 아직 어리니까 새 직장을 금방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공공기관 경력을 버리고 다른 일을 알아보려 했지만 이쪽으로만 서류와 면접 기회가 오더라. 완전히 경력을 버릴 수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 최대한 이걸 살려야겠다, 하고 마음을 고쳐먹던 차에 사기업인데 기업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곳에 들어가게 됐다. 회사 분위기도, 일도 좋았지만 컨설팅 쪽이다 보니 내가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그러다 다시 공공기관에서 기회가 와서 고민 끝에 옮겼다. 옮긴 곳은 공공기관이지만 내 성향에 잘 맞다. 원장님이 바뀌면 조직개편이 되니 로테이션도 있다. 

-현 직장에서 몇 년 다닐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 있는지.
이지영(82년생) 평생직장이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노후에 여유로운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창업은 분명히 고려해봐야 할 이슈라고 생각한다. 창업을 돕는 회사에 있다 보니 창업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창업을 ‘잘 하는’ 방법은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 관련 정부지원사업도 엄청 많다. 여하튼 이 직장에서 몇 년을 있어야겠다고 명확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해서 일단 주어진 프로젝트를 잘 끝내고, 다음 프로젝트를 생각하자는 마인드다. 우리 부서 특성상 중국도 다루고 베트남도 다루고 기타 다양한 국가의 지식이 쌓인다. 예를 들면, 베트남은 지금 기업이 활동하기에 어떤 나라인지, 그 나라의 트렌드를 알아야 우리가 베트남으로 진출하려는 기업들과 상담을 하고 컨설팅을 할 수 있다. 처음 이 곳에 입사했을 때 창업에 대한 지식 없이 들어왔다. 컨설팅 업에 있었지만 프로젝트 성격이 달라서 처음에는 일을 많이 배워야 했다. 산업은 다르지만 그런 프로세스가 잘 매칭이 된 덕에 지금 직장에 잘 다니고 있다. 최근 팀에 새 직원을 충원해야 해서 이력서들을 본다. 솔직히 뽑는 사람으로서 경력 1년 이하는 그렇게 좋게 보이지 않는다. 7개월 정도 직장에 다닌 사람의 이력서를 보면 이 사람은 어딜 가도 적응을 못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다른 분들의 이력서를 보면서 ‘나는 이곳에서 적어도 3년은 채워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김수민(82년생) 나 역시 최소한 3년은 이곳에서 경력을 쌓아야 다른 곳에 가더라도 뭔가 했다, 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지금 직장에서 2년 반 정도 일했는데, 별 문제가 없다면 5년 정도는 이곳에서 경력을 쌓을 생각이다. 새로 만들어진 단체다 보니 아직 시스템이 불완전하다. 혼자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자의반 타의반 ‘올라운더’가 됐다. 회계, 인적관리, 강사가 펑크가 나면 내가 강의를 할 때도 있다. 첫 1년 동안 수 백 개의 강의를 연달아 듣다 보니 간단한 정보성 강의는 나도 할 수 있다. 요구조건이 까다로운 곳에선 물론 내가 땜빵 강의를 진행할 순 없다. 노인정 같은 곳은 급하면 내가 강의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여러 분야의 일을 배우다보니 이걸 토대로 언젠가는 창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 직장에 만족한다. 연봉 면에선 만족도가 그리 크진 않지만(웃음). 

서연수(88년생) 내 일의 주 고객층이 방송국이다. 예전에 모 방송국의 뉴스센터에 2달 정도 파견근무를 간 적이 있다. 아침에 가서 저녁뉴스 끝날 때까지 그 곳에서 대기를 했다. 편집 중간에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서비스하기 위해서다. 그 쪽에서 연차가 쌓이다 보면 방송국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때가 있다. 메이저 방송국이라면 이직을 한 번쯤은 고민해 볼 것 같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특별히 이직을 고려하진 않는다. 차라리 투잡을 생각한다. 요즘 주위에 투잡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작은 헬스클럽을 겸한 무인 빨래방을 투잡으로 하는 지인도 있고. 참고로, 내가 몸담고 있는 영상장비 수입‧유통 쪽은 이미 절대적인 마켓 점유율이란 게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 분야의 창업은 고려하지 않는다. 휴대폰 사업을 예로 들면, 애플. 삼성 말고 다른 브랜드의 휴대폰을 쓰는 분은 솔직히 거의 없지 않나? 어떤 소규모의 신설 회사가 동남아에서 핸드폰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시장에 그 제품을 내놓았을 때 소비자의 반응이 좋을까 하고 물어본다면 다들 아니라고 답할 거다. 그런 느낌인거다. 

<애플경제> 토크에 참석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이상호 기자

-밀레니얼이 생각하는 ‘직장’의 의미라면 어떤 게 있을까?
서연수(88년생) 단순히 커리어만 쌓겠다면, 돈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본다. 금전적인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굳이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취미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수도 있으니까. 돈을 버는 생활이 좀 더 안정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을 하는 거라 생각한다. 

이지영(82년생) 회사에서 얻어가는 것 중 제일 큰 게 ‘역량개발’인 것 같다. 내가 어느 정도까지 일을 해낼 수 있나 테스트하기에 회사라는 곳이 좋은 것 같다. 취미생활로 돈을 벌 때는 얻지 못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생활이란 건 어찌 보면 문제를 주고 해결을 할 수 있게 계속 도전을 주는 곳이기에 내가 일을 처리했을 때 오는 만족감이 크다. 적어도 나는 이런 분야에선 취약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깨닫게 해준다. 업종을 바꾸면서 다양해진 업무 덕에 일을 빨리 해결하는 스타일이 내게 맞단 걸 발견했다. 학교 다닐 때는 미처 몰랐던 점이랄까. 다른 환경에서 나타나는 ‘나’를 이 회사를 통해서 알았다. 연말까지 이 직장에서 일하면 딱 3년 근무 기간을 채운다. 이만큼 배웠다는 것도 있고, 그렇기에 생기는 욕심도 있다. 딴 직장에 가면 이만큼, 내가 해놓은 것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한다.

민효진(92년생) 지금 있는 직장이 공공기관이고 생긴 지 얼마 안 된 재단이라 아직 직장 ‘고유’의 문화라는 건 없는 것 같다. 

서연수(88년생) 창업 지원 관련 일을 하는 분이 오셔서 묻는데, 우리 직장 근처에 글로벌 창업지원센터가 있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들이 주로 방문하던데, 그분들이 어떻게 한국에서 창업을 할까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이지영(82년생) 사실 잠깐 그 쪽에서 일한 적이 있다.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외국인 창업을 돕는 곳이다. 한국에 거주하고, 한국에 세금을 내는 외국인들 대상이다. 창업가들은 성향이 있다. 대체로 도전적이고, 나만의 길을 가는 그런 캐릭터.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보니 외국인이고, 어쩌다 보니 서울에 거주하게 된 거다. 서울시에서 이 사업을 하는 이유는, 창업은 많이 할수록 좋기 때문이다. 확률 상 창업자 10명 중 9명은 실패한다. 하지만 1명이 성공했을 때 나머지 9명, 혹은 그 이상을 채용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거다. 하나라도 성공시켜서 그 이상의 고용 창출을 이루고, 경제활동을 활성화하는 거다. 그게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상관없이. 외국인들은 자라온 배경이 다르다 보니 아이디어도 차별화가 있을 수 있다. 또, 그들이 본인의 창업 아이템으로 해외로 뻗어 나가기 좀 더 쉬울 수도 있고. 한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거다. 아이템도 다양하더라. 재활용, 영문이력서, 미술 경매 온라인 플랫폼도 있고...물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니 다 우리 세금이다(웃음). 

-이직 후 가장 맘에 드는 직장환경을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
서연수(88년생) 정시퇴근을 꼽고 싶다. 지금 회사는 야근이 거의 없다. 예전 직장에서는 야근은 물론이고 설날에도 일을 했다. 방송 일 때문이다. 방송국에서 편집하는 분들이 야간작업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5명이 토크쇼에 출연하면 카메라가 8대가 돌아간다. 1시간 분량을 찍는다고 하면 대략 4시간 촬영한다. 그렇게 8대 카메라의 녹화 분을 합치면 총 32시간 분량이 된다. 최초의 누군가는 32시간짜리 녹화 분량을 다 보고 2시간 분량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걸 다시 피디가 들고 가서 1시간으로 편집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편집실 분들은 당연히 밤샘 작업을 해야 하고, 나도 자연히 밤에도 장비 관련 전화를 받아야 했다. 옮긴 회사에서는 업무시간에만 방송 장비 관련 전화를 받고, 야근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바뀐 문화기도 하다. 또, 제조회사가 제조품의 단가를 낮춰서 우리 서비스의 질이 바뀐 것도 있다. 예전에는 방송국에서 제품을 요구하면 무조건 방문했는데, 이젠 택배로 제품을 보낸다. 여하튼 야근이 없는 현재 직장에 만족한다. 자전거도 타고 골프도 하고 운동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한다. 이런 취미생활을 유지하려면 업무시간이 정확히 정해진 곳이 좋다

민효진(92년생) 옮긴 직장이 집에서 무척 가깝다. 마을버스를 타거나 걸어가도 괜찮은 거리다. 출퇴근 시간이 확 준 게 정말 좋다. 

김수민(82년생) 근무 시간이 자유로운 게 제일 좋다. 일이 없으면 오후 3시에 퇴근해도 된다. 이 쪽 일은 관계를 맺는 단체끼리 대체로 서로 갑을관계가 모호한, 평등한 관계다. 그래서 좋다. 내 일은 프로젝트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이라 오전 9시 출근/저녁 6시 퇴근이 될 수 없는 구조다. 야근은 거의 없는데 주말 업무가 있다. 토요일엔 행사가 많아서 하루 종일 일할 때도 많다. 고등학교 같은 경우 교육 일정이 잡히면 오전 7시에 도착해서 8시에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따라 업무량이 결정되다 보니 일이 바쁠 때는 4주 연속 주말이 없을 때도 있다. 

이지영(82년생) 우선 6시 칼퇴근이라 좋다. 회사랑 집도 가깝고. 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주말에 근무하면 대체휴가가 나온다. 우리 부서의 최대 장점은 수평적인 문화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빨리 해결하려고 서로 노력한다. 고민하는 시간이 짧다. 얼마 전에 퇴사한 직원과 면담을 했다. 그 직원이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이해하니까 그 결정에 대해서 존중했다. 그분이 좋은 직원이면, 그 기회를 본인이 찾아가게 하고, 다시 돌아온다면 우리는 문을 열어놓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퇴사를 한 분 중엔 우리 팀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나간 분도 있다. 우리 일이 매일매일 다르다. 갑자기 베트남에서 어떤 일이 터질 수 있고, 중국에서 느닷없이 협조 요청이 올 수 있다. 예측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오전 9시에서 6시, 같은 일을 반복하기를 바랄 수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매일 다른 업무를 통해서 일적으로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필요 없는 사람도 있더라.

-반대로, 지금 근무하는 직장에서 가장 아쉬운 문화라면 어떤 게 있나. 
서연수(88년생) ‘나인 투 식스’가 정확하게 지켜지는 지금 직장이 참 좋다. 대신 ‘휴일’이 없다. 주말은 지켜지는데 연차라든가 휴가를 길게 다녀올 수가 없다. 일의 특성상 그렇기도 하고 나랑 팀장님이랑 둘이서만 담당하는 일이 있다 보니 한 사람이 길게 휴가를 내버리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애프터서비스나 해외발주, 통관 같은 일 처리는 혼자서는 힘들다.  

김수민(82년생) 소규모의 비영리재단이고, 내가 예산운영을 담당하다 보니 회삿돈 지출에 눈치가 많이 보인다. 좋게 생각하면, 자연스레 CEO 마인드를 배우게 되었달까. 또, 일정상 밤이나 주말에 갑자기 일적으로 연락이 온다. 몇 주 전 일요일에 자전거 행사가 있었는데, 태풍 때문에 전날 저녁 7시에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그렇게 되면 행사에 참석하는 업체마다 일일이 연락을 드려야 한다. 반대로 급하게 행사요청이 들어올 때도 있다. 이렇다보니 휴가지에 가서도 휴대폰을 끌 수가 없다.  

이지영(82년생) 해외 기관과 일을 하다 보니 문화 차이 때문에 업무적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일하는 스타일이 상당히 다르다. 거기는 명령이 있으면 ‘무조건’ 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보면 사내에서도 우리 팀이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우리가 외근이 많고 오피스에 거의 없다 보니 일의 공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느낌이다. 우리가 일 처리가 빠르고 업무 결과가 분명히 보이는 팀이지만 그게 사내에서 얼마나 공유가 되고 알려져 있는지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건 개인의 소통과는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민효진(92년생) 팀원들과 소통을 할 시간이 거의 없다. 우리 팀이 나 포함 9명인데 점심때도 출장이 잦다 보니까 온종일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세대 차이 때문은 아니다. 우리 팀은 팀장님을 제외하고 전원 밀레니얼이다. 전 직장이 소통이 자유롭고 많은 곳이어서 그런지 더 비교가 되는 것 같다. 

-이직을 또 한다면 어떤 조건을 1순위로 둘 건지 궁금하다. 
김수민(82년생) 이직을 하는데 연봉을 낮춰서 가지는 않을 거다. 개인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안정성을 최우선순위로 둘 것 같다. 

민효진(92년생) 이미 이직을 몇 번 한 터라 전문성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출 것 같다. 

서연수(88년생) 이전 직장이 구조가 특이했다. 회장님이 회사를 여러 개 소유하셨는데, 화물회사랑 식품회사랑 IT까지...굉장한 자산가셨다. 어떻게 하다 보니 한 공간에 업종이 전혀 다른 회사 3개가 함께 있었다. 근데 같은 오피스를 쓰는 딴 회사 분이 컴퓨터 관련해서 자잘한 일로 자꾸 나를 부르는 거다. 내가 IT 직종이고, 미대를 나와서 그래픽 관련 툴을 잘 다루니까 자기네 회사 이미지 작업에 날 차출했다. 분명히 아무 상관없는, 다른 회산데도 불구하고 한 회사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추가적인 일을 해야 하는 게 짜증이 났다. 또, 다른 두 회사의 임원진끼리 사내 ‘힘겨루기’를 하는 걸 보면서 이직을 할 때 오롯이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우선했다.

이지영(82년생) 내가 쌓은 커리어를 버리면서까지 이직을 하진 않을 것 같다. 돈, 워라밸 다 중요하지만 나는 회사에서 인정받으면서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진행·정리 윤수은·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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