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의 득세!
‘깜’의 득세!
  • 강성곤
  • 승인 2019.10.18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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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온통 ‘깜’ 세상이다. 경음硬音(된소리)이 남발된다는 건 세태가 각박하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대표적 오류가 ‘감쪽같다’를 ‘깜쪽같다’로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맛있는 열매 ‘감’의 한쪽은 얼마나 단가. 그래서 빨리 없어진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발음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감’은 [감:]으로 길게 소리 나는 데 비해, ‘감쪽같다’는 [감쪼까따]로 짧게 난다. 원래 의미에서 멀리 와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 요즘 방송에서 연인들이 나와 사이가 좀 좋다싶으면, 소위 패널들이 입 모아 ‘달달하다’ 어쩌고 하는데, 틀린다! ‘달달하다’는 요즘같이 날이 추워 ‘달달’ 떨리거나, 바퀴가 오래 돼서, 혹은 길이 험해 ‘달달’거리는 소리를 표현할 때 쓰는 것이다.

깜깜무소식? 틀리진 않지만, 웬만한 건 ‘감감무소식’ 해야 순하고 근사하다. 앞길이 깜깜하다? ‘캄캄하다’가 듣기 좋다.

반대로 ‘간보기’는 문제가 있다. 여론을 재보는 정치인들의 언행 따위를 언론에서 자주 이렇게 표현하곤 하는데, ‘간보기’라는 한 단어는 없다. 쓰려면 ‘간(을) 보기’라고 해야 한다. 더불어 의미도 잘 따져보면 결이 사뭇 다르다. 

어머니가 음식을 하며 간을 보는 건, 정성이요 수고다. 그걸 폄하하는가? ‘떠보기’ 혹은 ‘가늠하다’의 뜻으로 ‘깐보기’가 있다. ‘깐보기’를 ‘간보기’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正의 발음

흔히 일컫는 ‘바를 正’ 자도 발음 면에서 유의미하다. 설날을 한자로 원정元正이라 하듯 ‘시작’의 의미가 있다. 또한 訂正정정에서 보듯, 고쳐서 새로이 하는 뜻을 품는다. 

시작의 의미일 때, 즉 정월正月, 정초正初는 예외적으로 짧게 발음한다. [정월] [정초]다!

 그러나 나머지, 바르다/고치다의 의미일 때는 길게 소리 난다. 정확히는 長高母音장고모음이다.(*고高는, 조음調音하는 혀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 상대적으로 길고 낮고 깊게 발음한다. 정직正直[정:직] 정상正常[정:상] 정확正確[정:확] 정통正統[정:통]이며, 조선조朝鮮朝 정조正祖 임금도 역시 [정:조]다.

‘개망신법’(?)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이 셋은 빅데이터 규제 완화와 관련한 주요 법안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걸 ‘개망신법’으로 축약하고 실제 신문/잡지 등에서 종종 쓰고 있다.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작명作名이 가능했을까, 추측해본다.

모 국회의원: 요새 심의하는 법안을 우리 의원들끼리는 ‘개망신법’이라고 불러. 어때 죽이지? 내가 처음 그렇게 줄였어.
국회 출입 기레기: 와, 의원님은 천재세요. 진짜 웃긴다. 써먹어야지, 크크크. 

최초 명명자와 유포자, 이 자者들은 반드시 색출해 큰 망신을 주고 석고대죄席藁待罪케 함이 마땅하다. 

에이, 그냥 웃고 즐기자고? 허튼 재미보다 중한 게, 저급하고 경박한 언어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다. 그럼 당신은 어떻게 줄이겠느냐고? 나라면, ‘데이터/정보3법’이라 할 것 같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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