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ㆍ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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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넓고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동해의 돌섬인 독도(獨島)는 울릉도에서 뱃길로 200리다. 독도의 한자어는 외로운 섬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정말 독도가 그 뜻처럼 외로운 섬이었을까? 모든 지명에는 그 역사적인 근거가 있다. 독도라는 지명도 그 어원을 찾아보면 ‘독’이 외롭다는 뜻이 아닌 ‘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돌’을 한자식으로 표기하면서 ‘獨’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즉, 독도는 외로운 섬이 아니라 돌섬인 것이다. 한반도의 동쪽 끝에서 가장 먼저 해맞이를 하는 독도. 이제는 외로운 섬이 아닌 아름다운 돌섬으로 자리매김하여야 한다.
 
아름다운 한 폭의 수묵화 속에서 점 하나가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화가의 손길이 한 번 스치며 만들어지는 작은 점 하나가 그림 전체의 완성도를 이루어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한반도에서 독도는 비록 작은 점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이 점 하나가 있어야만 비로소 한반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동해의 작은 돌섬인 이 독도를 두고 해마다 일본은 자신의 영토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과거 조선은 1448년부터 약 400여 년에 걸쳐 울릉도에 대한 공도정책(空島政策)을 써 왔다. 따라서 울릉도와 그 딸린 섬들은 오랜 세월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우리 선조들의 영토의식이 철저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섬나라인 일본은 섬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들이 어업과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피난지나 기항지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본은 울릉도와 독도 지역을 끊임없이 침범, 그 야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결국, 1905년 1월 일본은 시마네현(島根縣) 고시(告示)로 독도를 그들의 영토로 편입한 뒤 1779년에 작성된 지도에 독도의 위치가 정확하게 나타나 있다며, 세종실록지리지 등 우리 역사 자료상의 독도는 지금의 독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울릉도 바로 옆의 섬, 즉 죽서도(竹嶼島)를 가리킨다는 억지 주장을 펴기도 했다.
 
요즘은 정부가 발 벗고 나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예전엔 그렇지 못했다. 국가보다는 오히려 개인이 독도 영유권확보에 큰 공헌을 했던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바로 안용복과 홍순칠을 비롯, 이름 없는 우리 주변의 보통사람들이 독도를 지켜 왔던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무거운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동래부 출신 안용복은 동래 수군으로 들어가 능로군(能櫓軍)으로 있으면서 왜관에 자주 드나들었으므로, 일본 말을 잘했다. 그런데 1693년 울릉도에서 고기잡이 하던 중 이곳을 침입한 일본 어민을 힐책하다 일본으로 잡혀갔다. 하지만 울릉도가 조선의 땅임을 강력히 주장, 막부(幕府)로부터 오히려 울릉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확인하는 서계(書契)를 받아냈다. 그가 받아낸 서계는, 일본 스스로 독도의 조선 영유권을 인정한 사례의 근거가 되고 있다. 선각자 한 사람의 기지와 용기가 국가의 앞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가를 되새기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홍순칠은 6·25전쟁으로 혼란스럽던 시절, 정부가 독도 영유권에 대해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때 의용대를 조직, 일본어민을 독도에서 추방했다. 그 무렵 군에서 제대한 홍순칠은 사재를 털어 소총 등을 구입한 뒤 독도의용수비대를 조직했다.
 
1953년 4월 20일 그와 의용대는 독도에 상륙, 일본 어민을 몰아낸 뒤 태극기를 높이 게양했다. 34명으로 구성된 독도의용수비대는 그 뒤 4차례 일본 경비정의 독도 접근을 격퇴시켰고, 1956년 12월 25일 대한민국 경찰에 독도수호 임무를 인계했다. 그 무렵 그들은 정부의 지원 없이 오직 애국심 하나만으로 독도를 지켜냈다. 바로 그들의 희생이 밑거름 되어 대한민국은 지난 50여년간 독도를 실질적으로 점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독도에는 일장기가 휘날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내 국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안용복과 홍순칠의 후손답게 진취적인 사고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한편, 한반도에서 아주 소중한, 작은 점 하나가 영원히 밝게 빛날 수 있도록 국토 수호의 의지 또한 더욱 굳게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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