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MMF에 자금몰려

은행권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이 260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표적 단기 부동자금인 MMF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88조7042억원(에프앤가이드 공모 기준)을 기록해서 9월 말보다 13조2915억원 증가했다. 단기 유동자금이 늘어나면서 지난 한 달간 저축성 예금(8조7000억원)과 MMF(13조3000억원)에 몰린 돈이 총 22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하로 0%대 예금금리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쌓이고만 있는 것이다. 초저금리에도 갈 곳 잃은 돈이 예금에 몰리는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751조7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77조2000억원(11.5%) 증가했다. 지난해 10월(80조6000억원) 이후 10개월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8월까지는 예금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기준금리 인상 두 달 전인 9월부터 10%대로 증가했고, 올들어서는 11%대까지 올라섰다.

이중 만기가 1년 미만인 정기예금 잔액은 264조700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29조7000억원(12.6%) 불었다. 정기예금 잔액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통예금 등 수시로 돈을 빼고 찾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도 208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실제 정기예금 금리는 1%대 중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 9월 기준 1.57%로 1년 전과 비교하면 0.25%포인트 내려갔다. 최근 고시 기준으로 1년 만기 주요 은행들의 일반 예금 금리는 KB국민·우리은행이 1.10%, KEB하나은행이 1.15%, NH농협은행이 1.25%에 그친다.

이에 비해 사모펀드는 최근 석 달 동안 300개 넘게 줄어들며 고수익을 좇는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사모펀드(경영참여형 사모펀드·헤지펀드 기준)는 1만1177개로 7월 말보다 302개 줄었다.

저금리에도 정기예금이나 MMF에 돈이 몰리는 배경에는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 단기예금이나 MMF는 필요하면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기 자금이다. 강화된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든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에 쓰이지 못한 자금이 단기예금 등으로 지속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손실이 난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 펀드) 사태 등으로 펀드 투자도 위축된 상황이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新)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를 앞두고 은행들이 정기예금을 적극 유치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예대율 100% 이내로 맞추기 위해 예수금을 늘리는 데에 주력해왔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지 3주가 지난 시점에도 선뜻 예금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10월 기준금리 인하분을 반영해 정기예금 금리는 더 떨어져 1년짜리 시중은행 대표 상품마저 0%대 금리 상품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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