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운영위원 9명 중 운영위원장을 포함한 9명...’

이쯤 되면 가히 ‘포함의 왕국’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언론에서 ‘포함/포함하다’가 터무니없이 압도적이다. ‘포함’은 함께 들어있거나 넣는 것이다. 주된 위치/기능/역할이 아니다. 그 몫은 ‘비롯하다’가 갖고 있다.

*영문 텍스트 속 include에 자주 노출된 게 '포함하다' 범람의 계기가 된 게 아닌가 강한 의심이 든다. 그저 제1번역어 '포함하다'에만 함몰하고 그만. '비롯하다'까지로의 확장에 소홀한 탓은 아닐까.

위원장이면 당연히 우두머리로서 ‘비롯하다’가 격에 맞는다.
→위원장을 비롯한

이게 사설이니 논설위원 급이 썼을 텐데 사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내일은 울릉도, 독도를 포함해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겠습니다.” 이럴 땐, ‘포함하다’가 옳다.

‘내 안에 나를 찾는다’(?)

①문 앞에 물건이 있다.
②문 앞에서 물건을 찾는다.
③문 앞의 물건을 찾는다.
④문 앞에 물건을 찾는다.

넷 중에 어느 것이 이상한가? 당연히 ④다.

“내 안에 내가 있다.”는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에’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무언가를 찾는다는 건 행위다. 그럴 땐 ‘–에’로는 부족하다.

‘-에서’가 돼야 한다. 앞말이, 행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처소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조사가 ‘에서’다. 아니면 이런 경우 소유를 나타내는 조사 ‘의’로 ‘에’를 대체해야 한다.

본문이 ‘내 안에 존재하는 작은 나를(나의 모습은)’이라고, 그걸 줄이자면서 뒤에 올 “나를 찾는다.”에 대한 고려없이 무턱대고 ‘내 안에’를 그냥 쓰는 무신경이 놀라울 따름이다.

띄어쓰기 VS 붙여쓰기

1.이젠 말할 수 있다/그이가 떠난 지 오래다/노력할 따름이다/커피·차 등은 음료이다.⟶의존명사는 띄어 쓴다. 단 이것/그때/저분과 같이 의존명사가 앞말에 붙어 굳어진 것은 붙여 쓴다.
2.황소같이 일한다/너만큼은 한다/시청역에서부터/밥은커녕 물도 없다. ⟶조사는 앞말에 붙여 쓴다.
3.임무를 마쳤던바/국은 있는데 반찬이 없다/얼마나 지났는지⟶어미는 붙여 쓴다.
4.강추위/첫인상/짓이기다/피투성이/가부간⟶접두사나 접미사는 어간에 붙여 쓴다.
5. 좀 더 큰 것=좀더 큰것/이 말 저 말=이말 저말⟶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올 때는 붙여 쓸 수 있다.
6.불이 꺼져 간다=꺼져간다/힘껏 막아 낸다=막아낸다/비가 올 듯하다=올듯하다/그는 아는 체한다=아는체한다⟶보조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
7.마음먹다/하루빨리/못지않다/함께하다/띄어쓰기(띄어 쓰다)⟶복합어는 한 덩어리가 되게 붙여 쓴다. 대개 두 요소로 이루어진 단어 중 쓰임이 아주 많은 경우가 복합어인 경우가 많다.
8.여기저기/차례차례/하루하루/곤드레만드레⟶첩어, 또는 첩어에 준하는 말은 붙여 쓴다.

옥석을 구분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고사성어다. 중국 고서,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로 옥석구분은 玉과石을 구분區分한다는 게 아니라, 옥이든 돌이든 모두俱 불태운다焚라는 의미다.

곧, 착한/옳은 사람이나 나쁜/그른 사람이나 다 재앙을 받는다는 뜻으로 옥석구분玉石俱焚이다.

그러므로 이럴 땐, ‘어떻게 옥석을 가려내야 하나.’로 쓰는 게 좋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