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口舌數는 남과 시비가 붙거나, 어떤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를 뜻한다. 곧 이건 그렇게 된 상태다. 따라서 오르는 동작/행위가 될 수는 없다. ‘구설수가 많다./구설수가 있다./구설수가 들린다.’ 등으로 써야 옳다.
‘오르다’를 쓰려면 구설口舌을 써야 바르다.⟶ ‘구설에 오르다.’ '입길에 오르내리다.'
비슷한 것으로 외골수/외곬이 있다.
한 곳으로만 파고드는 사람을 이를 때는 ‘외골수 기업인’처럼 ‘외골수’로 적고, ‘단 한 곳으로만 트인 길’이라는 뜻을 나타내거나 ‘단 하나의 방법이나 방향’이라는 뜻을 나타낼 때는 ‘외곬’으로 적는다.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가는 행복한 추석 되세요.(어느 정당의 귀성 포스터)
무엇보다 저 둔감/박약/무도한 팻말의 문구, 너무 한심하다.
앞으로 전진/확장하자는 의미에다 '내일'에 어울리는 말은 ‘나가다’가 아니라 ‘나아가다’다.
글자 수 맞추느라 그랬다고? 그러려면 석 자가 아니라 넉 자가 됐어야 마땅하다. 지금 상황이 오늘을 ‘이기고’인가? ‘이겨내고’가 하고픈 말 아니던가?
더 큰 문제는 그것과 행복한 추석을 연결시키는 무리수/무신경/무감각이다.
앞은 총력안보/국민총화/근면,자조,협동 류, 혹은 동양 최대공장 준공/수출 100억불 달성, 내지는 맹호부대/청룡부대/이기자 부대급 연상이다.
"우리 모두 부지런한 꼰대질로 젊은 세대에 새 희망을 줍시다." 이런 인지부조화가 어른거린다.
60-70년대 개발 독재 슬로건으로 추석날 행복의 워딩을 기어이 엮고야마는 제1야당의 초라한 언어감수성. 그걸 무시로 목도해야 하는 한국민은 오늘도 웃프다.
고뇌에 찬 결단
집권당 원내대표의 언어 감수성은 좀 문제 있어 보인다. 지난번 서초동=검찰, 여의도=정치 비유도 지역민의 정서를 배려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오늘 또 이런다.
‘고뇌에 찬 결단’,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바로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6.29선언을 할 때 처음 꺼내 든 말이 고뇌에 찬 결단이다. 자신이 학생운동하면서 귀아프게 듣던 주적主敵의 말이 지금 생각하니 맘에 쏙 드는가? 좋은 말은 군사정권에서 썼어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평소에 품이 그리도 넓었더란 말이냐.
사실, 고뇌에 찬 결단이란 말 자체도 논리적으로 명쾌한 축에 속하는 건 아니다. 계속 고뇌에 차 있는 상태라면 결단은 요원하다. 고뇌 속에 그냥 머물러 있거나, 떨치고 나와 결단을 하거나, 둘 중 하나다. 곧 ‘고뇌 끝에 결단’이 돼야 옳다.
신문 타이틀
‘문제 못 풀면 ‘칼질’, 광복 이후 18번‘
“공부 못하면 죽는다.”로 읽힌다. 시험 못 보면 칼 맞는 걸 의도한 건 아니리라. 그런데 결과는 그리 되었다. 어떻게 타이틀을 이렇게 뽑나. 상태가 아주 심각하다.
‘칼질’은 삭제와 제거의 개념이다. 바꾸는 게 아니다. 그리고 문제를 못 푸는 게 중요한 지점인가? 문제가 어려워도 쉬워도, 원칙 없이 이리저리 바꾼 게 문제이지.
글자 수 맞추어 바루어 본다면,
→시험 너무 바꾼다!/입시 제도 ‘널뛰기’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