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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경제동향 11월호'(그린북)를 통해 8개월 만에 경기부진 문구를 삭제했다. 여전히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더 악화하지는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3분기 우리 경제는 생산과 소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 그린북 4월호에서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한 모습'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7개월째 유사한 경제 진단을 이어왔다. 정부의 부진 진단은 2005년 3월 그린북 첫 발간 이후 최장이었다. 4∼5월에는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이 부진하다"고 했다가 그 후에는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은 지속하고 있다"고 바꾼 뒤 이번에 "수출과 건설투자의 감소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수정했다.

주요 지표를 보면 9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2.0%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생산은 1.2% 감소해 전(全)산업 생산은 0.4% 줄었다.

10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4.7% 줄었다. 세계 경제 둔화, 반도체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작년 12월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9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 증가에 힘입어 전월보다 2.9% 늘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10월 소비자물가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0.8% 상승했다. 10월 소비 관련 속보치를 보면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1년 전보다 1.1% 늘어났다. 5월부터 8월까지 넉 달 연속 감소하다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온라인 매출액(5.4%), 카드 국내승인액(4.6%)도 1년 전보다 증가했다. 한국을 찾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도 24.2% 늘었다.

정부는 ‘부진’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에 대해 ‘대외 경제의 악재가 돌출되지 않으면 경기가 추가적으로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진’이라는 문구가 삭제된 것이 기재부의 경기인식 변화로 해석되는 것에는 경계감을 나타냈다. 문구의 변화가 ‘경기가 바닥을 쳤다’거나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단순히 더 명확한 설명을 위한 수정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발표된 경기지표 중에서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가 다소 증가했고, 부진했던 소비자심리지수 등이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 등의 하락세도 멈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올 일만 남았다’는 청와대의 경제 인식에 호응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성장률이 2%가 될까 말까 한 상황은 단기적인 경기 문제"라면서 "당장 하강하는 국면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기다리면 올라간다"고 말한 바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우리 경기부진이 완만하지만 제한된 범위에서 개선될 수 있다"고 진단했었다,

그러나 경기반등 기대에도 불구하고, 실물지표는 엇갈린다. 광공업생산 증가에도 불구, 서비스업생산은 전월대비 1.2%, 소매판매는 전월비 2.2% 감소했다. 소매판매 감소폭은 21개월만에 가장 컸다.

그린북에서 확인되는 10월 소비 속보지표도 모두 부진했다. 국산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 5월 이후 9월만 제외하고 다섯 달이 마이너스(-) 상태다. 백화점 매출은 3.7%, 할인점 매출은 3.2% 감소했고, 방한 중국인관광객수 증가율이 24.2%라지만 이것도 지난 4월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표다.

특히 수출이 11개월 연속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점이나 건설투자가 주택 건설 중심으로 부진이 계속되면서 9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7.4% 감소한 것은 기획재정부도 성장이 제약된 원인으로 꼽을만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금이 경기 저점은 아니라고 진단하면서도 다만 남은 4분기 경제 지표가 개선되며 연간 성장률 2.0%를 달성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대로라면 상승국면을 전제한 정체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