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부터의 수입감소때문

올해 일본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기업의 장비 수입이 줄고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화학 수입액이 감소한 탓이다. 하지만 최근 확산한 일본제 불매 운동으로 소비재 수입이 줄어든 것도 상당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대일 무역역조가 '개선'된 것은 수입 감소폭이 수출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대일 수출액은 237억4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줄었지만, 수입액은 401억1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8%나 감소했다. 올해 대일 수입 감소율은 2015년(14.7%)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업황 부진을 반영해 시설 투자를 조절하면서 일본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 부품·장비 수입을 대폭 줄인 게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와 함께 일본제 불매운동으로 자동차, 의류, 주류, 전자제품 등 주요 소비재의 수입도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7월 이후 일본 브랜드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이 때문에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대(對)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163억6천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06억1천400만달러)보다 20.6%나 줄었다. 역대 1∼10월 기준으로 따지면 2003년(155억6천600만달러) 이후 가장 적은 적자를 낸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역시 2003년(190억3천700만달러)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대일 무역적자가 200억달러를 밑돌게 된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2010년(361억2천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무역 분쟁 과정에서 오히려 대일 무역적자가 줄면서 중장기적으로 '무역 역조'가 개선될 가능성도 감지된다. 우리나라는 1965년 일본과 국교 정상화 이후 54년간 무역수지 흑자를 내지 못했다.

한국의 10대 무역 상대국 가운데 올해 무역역조를 보이는 나라는 일본과 대만밖에 없다. 대만에 대해서는 올 3분기까지 무역적자가 2천만달러도 채 되지 않아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내년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경우 대일 무역적자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일 무역환경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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