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치는 사업중단이 목적

강남 재건축의 상징이 대치동 은마아파트라면 한강변 재개발의 상징적인 곳이 한남 3구역이다. 한남 3구역은 국내 재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 사업지로 꼽힌다. 한남3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한남동 686 일대 노후주택을 197개동, 5816가구(임대주택 867가구 포함)의 매머드급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공사비 1조8880억원을 포함해 7조원에 달한다.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 한남동 686번지 일대 38만6395.5㎡에 지하 6층~지상 22층 아파트 197개동이 들어서게 된다.

정부가 수주전 과열 양상을 보인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건설사 수사 의뢰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면서 앞으로의 사업 일정에 주목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정부가 입찰 무효 판단을 내린 만큼 연내 시공사 선정도 불투명해졌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4일부터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과정을 특별점검을 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뿐 아니라 용산구청, 한국감정원, 변호사, 회계사, 건설기술전문가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현장점검에 나섰다.

사실 한남 3구역의 사업성은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높은 건폐율(42.09%)에 층수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로 인해 사업성 자체는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개발 사업은 일반분양으로 수익을 내는데, 조합원 물량(3880가구)이 전체 분양가구의 80%에 달한다.

그럼에도 대형건설사들이 처벌을 감수할 수준의 과열 경쟁까지 해가며 도전하는 사업장이 된 데는 입지와 상징성의 몫이 컸다. 한강을 바라보고 남산을 곁에 둔 입지, 부촌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곳에 브랜드를 내걸고 주택을 짓는다는 건 광고 효과부터 남다르다.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데다가 첫 타자라는 점도 주효했다. 3구역 수주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나머지 구역으로의 진입도 수월해진다. 추가 수주 과정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머지 구역의 사업 규모는 한남3구역보다는 작지만, 사업성은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도 나온다.

한남 3지구의 재개발 사업은 뉴타운지구로 지정된후 무려 16년이 걸렸다. 시동이 길린것은 지난 2003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되면서부터였다. 2009년 정비구역지정, 2012년 조합설립인가 단계를 넘어선 후에 서울시의 건축심의만 7번 받는 등 인·허가 지연에 따른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당시 서울시는 주변 지역과의 조화를 위해 정합성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올 들어서야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시공사 선정 단계에 이르기까지 총 16년이 걸렸다. 16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 지난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하고는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과열 수주전의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수주전에 뛰어든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은 입찰 제안서에 이주비 지원,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등 파격적인 공약을 담았다.

정부가 일단 조합에 시정조치를 요청함에 따라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일단 서울시로부터 시정명령 통보를 받은 용산구는 한남3구역 재건축조합에 입찰무효와 재입찰 절차를 진행하라고 권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합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조합측은 일단 예정대로 사업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하지만 쉽지 않다. 설사 조합이 총회의 결정으로 예정대로 내달 시공사 선정을 강행하더라도 수사와 법적 분쟁 등이 이어지면 사업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조합이 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시공자 선정 작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서울시가 인허가 과정에서 계속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일단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입장이 단호하기 때문이다. 자체 판단으로 불법으로 규정한 만큼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합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 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방침이다.

물론 수사결과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포주공1단지에서도 수주과정에 불법이 적발됐다며 시공사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2년째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수사 결과 불법으로 판단되면, 진행된 모든 사업이 취소될 수 있다. 입찰에 참가한 3개 건설사는 2년간 정비사업에 대한 입찰참가 자격 제한을 받는 등 제재를 받는다.

조합이 정부 입장을 받아들여 입찰을 무효하고 재입찰을 해도 사업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설계작업 등 기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해 6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실 정부가 정비사업 시공사 수주 입찰을 점검해 기업을 수사하라고 하고 ‘입찰 무효’라고 규정한 것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업계에서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다. 일단 건설사들도 법리적으로 검토 끝에 결론을 내리고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것이었다.

과도한 사유권 침해라는 반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검찰 수사의뢰까지 하게 된 것은 결국 집값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합한다고 본다.수사의뢰의 목적이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앞서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개발사업을 중단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한남3재정비촉진구역의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나면 서울 집값에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번 발표를 통해 향후 다른 조합들에게까지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처벌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사업을 중단시켰다는 것에 더 큰 의의가 있다는 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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