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ㆍ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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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기해년 한 해도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저물어 간다.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며 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2년 반이 넘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갈수록 사회 양극화는 심해지고 소통이 안 되는 정치권은 꽉 막혀 있으며, 각종 비리는 심심찮게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어긋난 현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우리 서민들의 심정은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바로 이런 때, 절실한 것은 바로 따뜻함이다. 특히 이맘때가 되면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각종 모금 행사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추듯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시도에 '사랑의 온도탑'을 세우고 연말연시 이웃돕기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 푼 두 푼 국민들의 따뜻한 정성이 쌓여 나갈 것이다. 그래서 올해에도 목표액을 훌쩍 뛰어넘는 훈훈한 온정의 열기가 넘쳐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한시적으로 벌이는 모금엔 언제나 한계가 있다. 더 많은 모금액으로 더 많은 불우 이웃들에게 따뜻함을 안겨 주려면 이른바 부유층의 자발적 참여가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유명인사의 기부 외에도 일반인들의 기부행위가 증가하고, 단순히 금전적 기부를 넘어선 재능 기부나 온라인 기부 등 다양한 기부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기부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견주어 보면 우리나라 재벌이나 부유층의 기부 행위는 아직도 그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인 부자 403명 가운데 15%인 69명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미국의 억만장자들에게 최소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도록 권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들은 ‘기부 서약(The Giving Pledge)’ 운동을 미국의 400대 부자를 대상으로 시작하며, 약 6,000 억 달러의 기금이 조성될 것을 계획했다. 부자들에게 재산의 사회 환원을 촉구하는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부럽기만 하다.
 
기부문화가 발달한 나라를 꼽을 때 캐나다를 빼놓을 수 없다. 자원봉사자의 나라로도 유명한 캐나다의 기부 문화는 생활 곳곳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규모가 큰 슈퍼마켓에서도 기부가 가능하고, 직접 물건을 사서 기부를 할 수도 있으며 푸드 뱅크 등도 운영이 잘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이 요란스런 기부 대신, 인재육성 재단을 만들어 조용하게 사회에 공헌하는 경우가 많으며, 인도에서는 타타그룹을 비롯한 일부 기업이 기부 문화를 통해 국민기업으로 칭송받고 있다. 인도과학대학을 설립해 인재를 키우고, 철강 도시를 세워 정부의 도움 없이 이 도시를 자체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전 세계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기업의 사회공헌 모델을 운영 중이다.
 
독일의 경우 전 국민 가운데 정기적으로 공익 사회단체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인구의 1/4이나 된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기부로 운영되는 자선상점이 많이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함과 동시에 좋은 일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누린다. 
 
반면 우리의 경우, 기부금은 다소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정기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복지 재단이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기부는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있다. 기부문화를 꽃피우려면 다양한 해외 사례를 꾸준히 참고하여 일상생활에서 쉽게 기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부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같은 좋은 점을 받아들여 발전시켜 나간다면 아름다운 기부문화의 꽃이 더욱 활짝 피어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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