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떠났지만 언제나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운명적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무려 25년 만에 빌보드 Hot 100 차트 1위(2019년 12월 21일자)에 올라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화제를 모으며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필청 캐롤 곡으로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노래가 1994년 연말부터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25년째 부동의 정상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기 전까지 수년간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곡이 있었으니 바로 영국 출신 듀오 왬(Wham!)의 ‘Last Christmas'다.

왬. 사진제공=유튜브
왬. 사진제공=유튜브

* 처음에는 빛을 보지 못한 노래 ‘Last Christmas'

1984년 연말 2집 앨범 <Make It Big> 수록곡 ‘Wake Me Up Before You Go Go', 'Careless Whisper'이 영국에서 연속적으로 성공을 거둔 후 미국 차트까지 휩쓰는 대단한 성공을 왬의 두 멤버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과 앤드류 리즐리(Andrew Ridgeley)에게 안겨준다.

또 다른 히트 넘버 ‘Everything She Wants'가 84년 말 영국 팝 차트에 올랐을 때 싱글 음반의 B면에 담겼던 곡이 바로 ’Last Christmas'였다. 이 곡은 조지 마이클이 자신의 아버지 집에서 식사 후 휴식을 취하던 중 멜로디와 떠올라 1시간 여 만에 만들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달콤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곡이지만 지난 크리스마스에 실연을 당한 한 남자의 상처를 노랫말로 표현해 애절함이 더 깊게 느껴지는데, 이 곡의 뮤직비디오만큼 노래의 스토리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은 없다.

1984년 영국에서 발표됐을 무렵 영국과 아일랜드 출신 인기 팝 아티스트들이 기아문제로 고통을 받던 에티오피아 난민들을 돕기 위해 발표했던 노래 ‘Do They Know It's Christmas?' 12월과 이듬 해 1월초까지 세계적 사랑을 받으면서 왬의 ’Everything She Wants / Last Christmas' 싱글 음반은 수 주간 2위에 머물며 양호한 성적은 거두었지만, 대중의 관심도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왬이 1985년 앞서 언급한 <Make It Big> 앨범과 여러 수록곡들로 미국 차트까지 점령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Last Christmas'란 곡에 대한 기억은 얼마간 사라지게 된다.

조지 마이클. 사진제공=조지마이클닷컴
조지 마이클. 사진제공=조지마이클닷컴

* 수많은 리메이크 곡 및 영화화, 명곡의 부활  

1985년 전성기를 구가했던 왬은 다음 해 2장의 앨범을 발표한 후 해체의 수순을 밟는다. 대부분 곡을 만들고 노래해 온 조지 마이클의 솔로 활동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기타연주를 주로 담당했던 앤드류 리즐 리가 실질적으로 더 많은 인기를 팬들로부터 얻었던 일련의 질투와 시기도 반영된 것일까?

1986년 5월 31일 영국과 일본에서 우선 발매된 <The Final>은 신곡과 히트곡이 수록된 일종의 베스트 앨범이었고, 6월 1일 미국과 일본에서 선 공개된 <Music from the Edge of Heaven>은 3번째 정규 음반이자 해당됐다. 당시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4년여 만에 해체소식을 들었던 전 세계 팬들의 충격과 상실감은 상당했다.

거의 동시에 발매된 두 앨범에서 여러 새 노래들이 인기를 모았고, 싱글 음반에만 수록돼 안타깝게 묻힐 수밖에 없었던 ‘Last Christmas’를 LP와 카세트 테잎으로 만날 수 있었던 음악 팬들의 반응은 상상이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의 예만 들더라고 머라이어 캐리의 클래식 캐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1994년 말 등장하기 전까지 왬의 ’Last Christmas'는 성탄시즌 최고의 라디오 리퀘스트 곡이자 TV 프로그램 배경 음악으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었고, 상점들이 즐비한 전국 대부분 거리를 수놓은 최고의 노래였다.

비록 8년 만에(?) 머라이어 캐리에게 왕좌의 자리를 양보했지만 발표된 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올디스 넘버를 사랑하는 지구촌 팬들의 수는 부지기수다.(빌보드 Hot 100차트25위를 기록 중이고, 디지털 음원 위주로 음악시장이 재편된 후 매해 연말 순위권에 진입을 하고 앞으로 더 높은 위치에 오를 가능성도 다분하다.) 

조지 마이클. 사진제공=조지마이클닷컴
조지 마이클. 사진제공=조지마이클닷컴

명곡은 어느 누구나 그 의미와 가치를 알아보는 법. ‘Last Christmas'는 전 세계 뮤지션들들의 성탄 콘서트 주요 레퍼토리로 수없이 커버돼왔고, 정식음원으로도 발표돼 히트곡이 됐다.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 칼리 래 젭슨(Carly Rae Jepsen), 글리 캐스트(Glee Cast) 등이 리메이크한 ’Last Christmas'는 저마다의 색다른 편곡과 느낌으로 팝 음악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우리나라 가수들도 상당수가 ‘Last Christmas'를 리메이크해 발표한 바 있는데 신승훈,애즈원,터보,김조한과 허니패밀리,이현우는 물론 ’록 밴드의 대명사‘ 넥스트와 YB, 그리고 인기 개그맨들이 함께 했던 갈갈이패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로 즐길 수 있었다. 

더욱이 2019년 연말극장가에서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로 <라스트 크리스마스>란 할리우드 작품이 개봉됐다. 바로 왬의 노래에서 제목을 가져 왔고, 조지 마이클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영국 이민자 출신 한 여성을 중심으로 연인, 가족, 이웃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스크린에 녹아 낸 해피엔딩 무비다.    

그래서인지 왬의 주요 히트곡과 조지 마이클의 솔로 활동 당시 커다란 인기를 모았던 다수의 노래들이 영화 전편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듣는 즐거움을 선물하며, ‘Last Christmas'는 왬의 오리지널 음원은 물론 주인공 여배우의 솔로 버전, 여러 등장인물들의 합창곡, 연주된 스코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만날 수 있다.         

조지 마이클. 사진제공=조지마이클닷컴
조지 마이클. 사진제공=조지마이클닷컴

* 조지 마이클 , 크리스마스에 떠나 크리스마스에 돌아오다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어찌 보면 조지 마이클에 대한 감독의 오마주로 기획 완성된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2016년 12월 25일,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해야 했는데 53세를 일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 조지 마이클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뉴스가 긴급 타전됐고, 그의 파란만장했던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재조명해 볼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것이란 예상은 다수가 했을 것이다.

물론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그것에 해당되는 작품이라고 단정 확정할 수 는 없다. 다만 80년대 중반 팝 음악계 출현해서 90년대까지 소속사와의 계약문제로 법정다툼을 벌이며 작품 활동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음에도 전성기를 누렸던 조지 마이클의 음악세계를 밝고 따뜻하고 즐거운 빛으로 조명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의 역할은 기대이상이다.

조지 마이클을 영원히 떠나보낸 지 만 3년이 다 돼간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만나 볼 수 없지만, 그는 자신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도록 ‘라스트 크리스마스’란 시대의 명곡을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Last Christmas'가 아닌 언제나 ’Forever Christmas'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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