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 동생 비난하고 나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형제간 공동경영을 강조한 선대 회장의 유훈을 어겼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낸 입장자료에서 "조원태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이 남긴 공동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또 ‘자신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조 회장이 최소한의 사전 협의 없이 경영상 주요 결정들을 독단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미루면서 남매간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입장자료를 낸 것은 현재 한진그룹 경영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는데 대한 불만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물러나기 전, 한진그룹의 호텔과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부사장직을 내려놨다. 3년만인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다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조원태 회장의 지분율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기에는 부족하다. 현재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의 지분은 총 28.70%다. 앞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최근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고문 5.27% 등으로 큰 차이가 없다. 미국 델타항공이 10%의 지분으로 조원태 회장을 지원하고 있지만, 남매의 지원이 없으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조원태 회장은 조양호 회장의 장례 절차가 끝난 지 불과 8일만인 4월 24일 한진그룹 회장에 전격 취임했다. 당시 한진그룹 측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취임한데 대해 "장례 기간 유족들이 조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지속하겠다고 이미 합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 조양호 회장은 생전에 그룹의 후계자를 명확히 지명하지 않았다.

실제로 조 회장 취임 후 한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제 때 제출하지 못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공정위가 직권으로 한진그룹 총수를 조원태 회장으로 지정했지만, 재계에서는 삼남매가 경영권 승계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법무법인 원 역시 오늘 발표한 입장자료를 통해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속세 부담도 분쟁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재계분석에 따르면 현재 삼남매와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27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으로 조 전 부사장이 내야할 상속세는 600억원에 이른다. 조양호 회장 유족들은 일단 1차로 상속세 2700억원 중 450억원을 납부한 뒤 나머지 금액은 5년간 6차례에 걸쳐 나눠낼 수 있다. 이 가운데 조원태 회장은 그룹 총수로서 약 4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연봉을 받아 상속세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직책이 없는 조 전 부사장은 상속세를 내기가 버겁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3일 종료된다. 만약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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