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속, 인사못해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차기 행장 선임이 지연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 하루 전까지 기업은행이 새 은행장을 찾지 못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27일 오전 10시 본점에서 열리는 이임식을 끝으로 기업은행장으로서의 모든 업무를 마친다. 김 행장은 이미 본점 부서를 돌며 직원들에게 이임인사를 마쳤다.

김 행장이 27일 퇴임함에 따라 주말(28~29일) 이후인 30일에는 새로운 행장이 취임해야 경영공백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제청과 대통령 임명 절차를 밟으려면 적어도 김 행장 임기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금융위원회가 대통령에 제청한 후보자를 발표해야 한다. 금융권은 사실상 인사권을 쥔 청와대가 노조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신임 기업은행장의 선임은 통상 기존 행장 임기만료 20일 전후로 진행된다. 기업은행장은 임원추천위원회나 공모과정 없이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정부(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기준 기업은행의 지분 53.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찌감치 관료 출신인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하마평에 올라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정부는 ‘낙하산 논란’속에 IBK기업은행 신임행장 선임을 기약없이 미루고만 있다. 청와대가 차기 행장으로 유력하게 검토한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에 대해 기업은행 및 금융권 노동조합 등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비서관이 행장이 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정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노조 기업은행 지부는 반 전 수석이 신임 행장으로 선임되면 27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반대집회를 열고 내년 4월 총선까지 출근저지 등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도 집권여당과의 '정책협약' 파기 카드를 내놓으며 힘을 보태고 있는 상태다. 지난 2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새 위원장으로 당선된 박홍배 신임 금융노조 위원장은 취임 후 첫 성명에서 “임명을 강행하면 집권 여당과의 정책협약 파기와 함께 모든 정치적 지지와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조준희(2010~2013년)·권선주(2013~2016년)·김도진(2016~2019년) 등 최근 3차례 연속 내부출신 행장을 배출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명박·박근혜 정권도 낙하산을 보내지 않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 적폐를 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7일까지 신임 행장이 정해지지 않으면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28일 오전 0시부터 임상현 현 수석부행장(전무이사)이 행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기업은행에서 후임 행장 미선임에 따른 직무대행체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윤용로 행장이 후임자 없이 퇴임하자 당시 조준희 전무가 직무대행을 맡았다. 조준희 전무는 이후 후임 행장이 됐다. 하지만 임 전무가 직무대행직을 수행하면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임 전무의 임기가 내년 1월 20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직무대행 가능 기간이 20여일에 불과해 결국 빠른 시일 내에 청와대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은행 차기 행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도 미뤄지고 있다.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 임기가 각각 지난 3일, 12일, 14일로 만료된 바 있다. 현재 정부는 기존 입장을 포기하고 새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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