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불안은 여전

최근 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불거진 한진그룹 총수 일가 간 갈등에 대해 조원태 회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고문과 조 회장은 30일 공동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이 고문 자택을 찾아 말다툼과 함께 기물 파손 등의 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이 고문이 자신을 공개 비판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부사장은 최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하게 일관했다"며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이 일가 전체의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자가 공동명의로 입장문을 내기는 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실제로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의 힘겨루기가 마무리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보고있다. 총수 일가의 다툼이 외부로 공개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일단 공동으로 사과문을 낸 것은 여론이 악화되는 것이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그룹 전체에도 부담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외부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가족 간 갈등을 봉합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특히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와의 경영권 분쟁을 염두해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조 회장의 경영권이 안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번 갈등은 조 회장이 한진칼의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한 현실에서 기인한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총수는 경영권을 잃게 된다. 그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3일까지다. 한진칼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 단일 주주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KCGI(17.29%)다. 가족 간 경영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KCGI 등 외부세력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 조 회장은 우호 지분의 이탈을 막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가족 간에 화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며, 조 회장(6.52%)과 조 전 부사장(6.49%)의 지분율은 비슷하다. 막내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와 이 고문(5.31%)도 5%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것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문제다. 조 전 부사장은 사실상 경영 복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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