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 임원인사 결산
주요 그룹 연말 인사가 마무리됐다. 재무건전성 악화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CJ그룹도 내년으로 미뤄지는 듯했던 인사를 연말에 단행했다. 올해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는 안정기조속에 인사폭은 최소화하면서도 세대교체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LG, 한화 등 주요 그룹의 3, 4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신사업 및 조직문화 혁신에 힘이 실렸고, 이에 맞춰 젊은 최고경영자(CEO)도 대거 등장했다. 여성 및 융합형 임원의 등장도 두드러졌다.
CEO는 1950년대생이 대거 물러나고 1960년대생 CEO가 들어섰다. 일반 임원도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로 무게중심이 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은 1970년대생 신규 임원을 다수 발탁했다.
올해는 재계 전반적으로 승진 인사의 폭이 좁았다. 승진 잔치도 없었고 대부분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람이 줄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SK그룹의 인사가 대표적이다. 올해 SK그룹 신규 임원은 108명, 지난해 112명과 비교해 다소 줄었다. 포스코도 올해 승진 임원은 16명으로 지난해(34명)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롯데도 지난해 284명에서 올해 170명으로 승진자가 대폭 줄었다.
전체 임원 수가 적어지는 흐름도 뚜렷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인사에서 임원 수를 20% 넘게 줄였고 일반 직원 희망퇴직까지 받고 있다.
포스코에서는 제철소 첫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1990년 대졸 여성 공채 1기로 입사한 김희 철강생산기획그룹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여성 첫 공장장을 역임한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롯데 등도 여성 임원을 대거 발탁하며 조직의 변화를 꾀했다. 특히 LG그룹의 1980년대생 여성 임원 발탁은 '파격'으로 평가됐다.
LG그룹에서 생활건강 심미진 상무(1985년생)와 임이란 상무(1981년생), 전자의 김수연 상무(1980년생)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인사로 LG그룹에서 여성 임원은 37명으로 늘어났다.
연말인사가 대부분 끝났지만 유독 삼성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만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삼성그룹의 인사는 보통의 경우 매년 11~12월께 이뤄졌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의 정기 임원 인사 일정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은 결국 임원인사가 해를 넘기게 됐다. 통상 12월 첫째주에 정기인사를 단행한 후 각 사업부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포함한 내용을 발표했던 삼성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일단은 현직 임원들이 연루된 재판이 인사 연기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관련 재판에서 삼성 부사장급 인사 3명이 각각 1년 6개월~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이 지난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재판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뇌물죄 재판 일정도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재판부는 추가 증인 신문을 위해 다음달 17일 4차 공판을 열겠다고 했다. 판결은 내년 2~3월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르면 내년 2월이란 관측이 나오고는 있다. 내년 초 일정을 보면 최고위급 경영진 다수가 참석하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가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있고 이어서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1월 17일, 그리고 설 연휴가 1월 24일부터 27일로 이어진다. 1월에는 인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내년도 경영전략을 세우는 하반기 글로벌전략회의에는 각 부문을 맡고 있는 김기남 부회장(DS)·김현석 사장(CE)·고동진 사장(IM) 등 3명의 부문장이 참석했다. 보통의 인사대로라면 새 전략을 세우는 자리를 새 부문장 또는 유임된 부문장이 이끌지만 인사가 미뤄지며 기존 사장단 체제로 진행됐다. 내년 초까지는 현재 사장단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년 초에 인사를 못하면 2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2월에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예정돼 있어 삼성 인사는 재판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내년 3월이후에나 인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이르면 2~3월에 나오지만 늦으면 4~5월 중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게 문제다. 실제 삼성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이듬해 5월로 인사를 미룬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