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인공지능, 자동차기술, 디지털헬스…‘중국의 약진’ 두드러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현대차는 우버와 협업해 개발한 개인용 비행체(PAV) 등을 전시했다. 사진제공=현대차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현대차는 우버와 협업해 개발한 개인용 비행체(PAV) 등을 전시했다. 사진제공=현대차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닷새 간의 행사 끝에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기술 전시회 ‘CES 2020’은 4차산업혁명 기술 경쟁의 현장이었다. 삼성과 LG 등 우리 기업들도 독자적인 기술과 제품을 시연했지만, AI를 비롯한 중국의 기술발전이 특히 두드러진 점이 눈에 띄었다. 이번 전시회엔 세계 각국에서 온 1200개의 스타트업을 포함해 44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다. 5G, 인공지능, 자동차기술, 디지털헬스를 비롯한 최신 혁신 기술을 두루 망라함으로써 명실상부한 ‘4차산업혁명 기술경쟁의 전초전’을 방불케했다.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가 CES 2020 기조연설을 통해 '경험의 시대(Age of Experience)' 를 주도할 삼성전자의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가 CES 2020 기조연설을 통해 '경험의 시대(Age of Experience)' 를 주도할 삼성전자의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번 전시회의 키워드는 AI와 로봇, 5G로 압축할 수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 6일 CES 2020 첫 기조연설자로 나서 자사가 주력하고 있는 지능형 로봇, AI, 5G, 엣지 컴퓨팅 등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향후 10년을 ‘경험의 시대’로 정의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삶을 더욱 편리하고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드는 인간 중심의 혁신을 전망했다.
유기체적 콘셉트카를 출시한 다임러 메르세데스 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대표도 역시 기조 연설에 나서 그는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과 함께 무대에 올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신 콘셉트카인 비전 AVTR (Vision AVTR)을 공개했다. 이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카메론의 영화 프랜차이즈 간의 제휴로 제작된 것이다. 도어가 없고 마치 파충류의 비늘처럼 보이는 33개의 움직이는 다기능 ‘바이오닉 플랩’을 적용했다. 비전 AVTR은 사용자의 맥박과 호흡을 측정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는 승객과 자동차를 공생적 유기체(symbiotic organism)로 결합하는 콘셉트카를 설계했다. 

이미 최근 수 년 간 그랬듯이 이번 전시회도 특히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은 이미 AI를 활용한 얼굴인식 및 음성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4억에 달하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AI기술을 일상화하고, QR코드 인식에 의한 스마트폰 결제가 대중화될 정도로 이미 4차산업혁명 기술 개발의 선두에 서있다는 평가다. 
‘CES2020’에선 이처럼 AI와 사물지능을 이용한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기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을 뛰어넘는 개념의 사물지능(Intelligence of Thing)은 말 그대로 모든 사물에게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인간의 개입없이 지능을 가진 사물과 사물끼리 명령하고 실행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등 생물체들의 유기적 생태계와 같이 움직인다. 중국은 이런 기술에서도 단연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과시했다.
이미 TV나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은 세계 1위를 넘보고 있다.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최고였지만, 2017년부터는 중국에게 추월당했다. 이에 삼성과 LG전자는 폴더블 폰 등 접히는 화면을 개발하는 등 정상을 탈환하려고 애썼지만, 이번 ‘CES 2020’에선 중국기업들도 유사한 제품들을 들고 나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중국의 한 PC 제조업체는 세계 최초로 접히는 노트북을 내놓았다. 이는 삼성이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이보다 한 달 앞서 나온 것이다. 이는 폴더블폰처럼 옆으로 접었다 펼칠 수 있고, 키보드가 따로 없다. 또 OLED 화면에다 5세대 이동통신도 연결할 수 있다. 
중국의 또 다른 기업은 손목에 감을 수도 있는 스마트폰도 내놓았다. 물론 이들 제품은 아직 실용화 단계에까진 이르지 못하고 있는 ‘콘셉트’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를 자부해온 삼성과 LG전자 기술을 바짝 추격하거나, 심지어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나름대로 야심찬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이들 기업들은 집 안에서 실현할 수 있는 AI 기술을 선보였다. 이를 응용해 음식을 만들어주고 설거지까지 해주는 로봇, 사람을 따라다니는 로봇 등을 시연했다. 
그 중 LG전자는 AI가 적용된 스마트 가전 제품에 주력했다. 특히 사람 대신 로봇이 레스토랑 종업원을 대체하는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손님이 식당에 들어서면 로봇이 자리를 안내해주고, 주문을 받아 요리나 설거지도 해낸다. LG전자에 따르면 이미 이들 인공지능 로봇은 빕스 매장에서 하루에 200그릇의 쌀국수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다른 외식업체들과도 (로봇 투입을)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다.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인간의 일자리를 기계가 빼앗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는 풍경이다.
그 뿐 아니다. AI를 적용한 세탁기는 스스로 알아서 가장 최적화된 세탁모드를 정하고, 세제 용량도 빨래 양에 따라 자동 조절한다. AI가 도입된 TV도 영화, 스포츠,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에 따라 가장 적절하고 보기좋은 화질로 바꿔준다. 

삼성전자도 로봇과 AI를 핵심 기술로 내세웠다. 지능형 동반자 로봇 ‘볼리’(Ballie)나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젬스(GEMS)’가 대표적이다. 사람이 ‘젬스’를 입고 ‘AR 글라스(증강현실 안경)’를 쓰면 가상의 개인 트레이너가 나와 사용자에게 맞는 운동을 권한다. 동작을 조정하거나 안내해주는 것이다. 사람의 팔 역할을 하는 ‘셰프봇’은 테이블에 놓인 캡슐 커피를 내려주고 양념을 추가해서 요리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도 스마트폰으로 열쇠 없이 현관문을 열거나, 스마트 가전제품을 원격으로 조작하고, 씨앗만 넣어두면 AI가 알아서 식물을 키워주는 기술, 다가가기만 해도 주차된 차에 불이 켜지고 문이 열리는 기술 등을 두루 선보였다.

이 외에도 ‘CES2020’는 주목해야 할 세계 각국의 미래기술 트렌드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개막 전 행사로 이틀간 진행된 CES 미디어 데이에는 주요 브랜드와 신규 스타트업 등 CES 전시업체들이 참가했다. 총 29개 기업들이 제품을 소개했다. 주목할 만한 기업과 기술은 다음과 같다.
△ AMD - 세계 최초의 7nm 랩탑 프로세서인 라이즌(Ryzen) 4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 
△ 보쉬(Bosch) - AI를 사용해 디지털 현미경의 세포 이미지를 생성하고 분석하는 스마트 기기 비바스코프(Vivascope) 
△ 브레인코(BrainCo) - 절단 환자의 뇌파와 근육 신호로 작동되는 AI 기반 의수 최종 모델 전시 
△ 브런스윅 코퍼레이션(Brunswick Corporation) - 승객 22명을 태우고 시속 65마일로 운행 가능한 요트 인증 수상기 SLX-R 400e 공개 
△ 바이톤(BYTON) - M-Byte SUV의 48인지 디지털 대시보드 스크린에 포함될 콘텐츠를 위해 비아콤CBS(ViacomCBS)를 포함한 콘텐츠 제휴 발표 
△ 콘티넨탈 오토모티브(Continental Automotive) - 특수안경 없이도 운전자에게 3D 경험을 제공하는 내추럴 3D 센터스택(Natural 3D Centerstack) 디스플레이 
△ HDMI - 8K 포함 모든 HDMI 2.1 기능을 지원하는 초고속 HDMI 인증 프로그램 
△ 하이센스(Hisense) - 단일 캐비닛 안에 두 개의 액상 크리스털 모듈 레이어를 적층한 듀얼 셀 XD9G LCD TV 
△ 현대 - 전기로 작동하며 최대 4명까지 탑승 가능한 ‘개인 항공기’ S-A1 모델 공개 
△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 - 두 종류의 식물 기반 육류 대용 식품인 임파서블 포크(Impossible Pork)와 임파서블 소시지(Impossible Sausage). 
△ 인텔 코퍼레이션(Intel Corporation) - 인텔 코어 모바일 프로세서 제품군 최신 칩 타이거 레이크(Tiger Lake) 발표 
△ LG - ‘리얼 8K’ UHD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OLED(LG 시그니처 OLED 8K) 및 LCD(LG 8K 나노셀) TV 모델 
△ 리빙 인 디지털 타임스(Living in Digital Times) -마마루 슬립(mamaRoo sleep™) 아기침대, 뉴트로지나(NEUTROGENA)의 스킨360(Skin360™) 앱을 비롯한 생활 제품 발표 
△ 몬스터(Monster) - 여러 대의 블루투스 기기들이 동시에 오디오를 재생할 수 있게 해주는 멀티링크 블루투스(MultiLink Bluetooth) 기술 
△ 파나소닉(Panasonic) - UHD 얼라이언스의 필름메이커 모드(Filmmaker Mode)를 지원하는 플래그십 HZ2000 OLED TV 
△ POW 오디오(POW Audio) - 360도 마이크, 에코 제거, 노이즈 제거 기능으로 탁월한 화상회의를 지원하는 휴대용 마그네틱 스티커 비즈(Biz) 
△ 프록터 앤 갬블(Procter & Gamble) - 휴지를 가져다주는 콘셉트 로봇 차민(Charmin)의 롤봇(RollBot)과 오랄비(Oral-B)의 새로운 커넥티드 전동칫솔 iO 
△ 퀄컴(Qualcomm) -자율주행 플랫폼 스냅드래곤 라이드(Snapdragon Ride) 공개 
△ 로욜 코퍼레이션(Royole Corporation) - 8인치 AMOLED 플렉서블 터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아마존 알렉사(Amazon Alexa) 지원 스마트 스피커 미라주 스마트 스피커(Mirage Smart Speaker) 
△슈나이더 일렉트로닉스(Schneider Electronics) -스퀘어D 커넥티드 홈(Square D Connected Home) 제품군 북미 출시 
△ 소니(Sony) - 33개의 센서와 새롭게 설계된 EV 플랫폼이 적용된 전기 콘셉트 카 비전 S(Vision S) 
△ 타이완 엑설런스(Taiwan Excellence) -누도(Noodoe)의 직관적인 전기차 충전소를 포함해 대만 기업들의 여러 혁신사례 발표 
△ TCL(TCL Corp) - 선명도, 대비, 수명이 향상된 디스플레이 기술 비드리안 미니-LED(Vidrian mini-LED) 
△ 토요타(Toyota) - 자율주행차, 혁신적인 도로 설계, 스마트홈 기술, 로보틱스, 새로운 모빌리티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토요타의 ‘미래도시 프로토타입’ 우븐 시티(Woven City) 소개 
△ UHD 얼라이언스(UHD Alliance) - 필름메이커 모드(Filmmaker Mode) 이니셔티브에 참여할 텔레비전 파트너 두 곳 추가 발표: 삼성 및 필립스(Phillips). 
△발레오(Valeo) - 자동 전기 배달 드로이드 프로토타입 발레오 e딜리버리포유(Valeo eDeliver4U) 공개 
△ZF - 승용차용 레벨 2 이상 세미 자율주행 시스템 및 상용차용 레벨 4 완전자율주행 시스템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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