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경영권 참여 공시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앞날을 점치기 어려운 안갯속에 빠졌다. 총수 일가의 갈등에 이어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8.28%로 늘리면서 보유 지분의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밝혔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지난 10일 대호개발 등 3개 계열사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진칼 보유 지분을 8.28%까지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지분율 6.28%보다 2%포인트 늘린 것이다. 지분 보유 목적도 '단순 취득'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목적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8.28%를 확보하면서 특수관계인을 제외하면 세 번째로 지분이 많은 주주가 됐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이어 한진칼 지분은 KCGI(강성부펀드)가 17.29%, 미국 델타항공이 10%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진칼의 지분구조를 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는 한진칼 지분 28.94%를 갖고 있다. 여기에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어 정상적인 경우라면 총수일가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총수 일가의 지분을 보면 조 회장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조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등 4명의 가족이 지분율을 비슷하게 보유 중이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3월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건을 다룬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 중 한진칼의 사내이사는 조 회장이 유일하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될 경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다뤄질 예정이다. 이에 한진칼 측은 관련 분위기에 대해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총수 일가의 화합 여부와 주주 간 합종연횡에 따라 그룹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수 있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주총 참석율이 77.18%였던 작년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안건 통과를 위해 최소 38∼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총수 일가의 지분 28.84%에 대한항공과 제휴를 맺은 '백기사' 델타항공(10.00%)의 지분을 더하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지만 가족 내에서 지분 이탈이 생기는 경우는 다르다. 만약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이 이탈하게 되면 조 회장 측 지분은 22.45%로 줄어든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마저 이탈해 조 회장이 가족 내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일 경우 주주 간의 합종연횡이 경영권 향방을 가르게 된다. 일단 반도건설측은 양쪽을 저울질하며 몸값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반도건설은 가족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해 12월에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KCGI와 반도건설의 지분을 더하면 25.42% 수준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지분(4.11%)을 더하면 한진 특수관계인 지분보다 많아진다.

국민연금의 선택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다. 당장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17.2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린 상태다.

아예 델타항공이 조 회장 대신 KCGI와 손을 잡고 반도건설, 국민연금 등과 연대해 총수 일가에 맞설 경우에도 지분율 합계가 39.60%로 뛰면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3월 주주총회까지 불안정한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