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스크에 구조조정까지 겹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은행들 분위기가 연초부터 뒤숭숭하다. 최고경영자 리스크를 겪는 곳이 있는가하면 금융감독원의 징계, 법원의 선고 등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물론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장 큰 이유는 계속되고 있는 구조조정 때문이다.

당장 지난 3일 임기를 시작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아직도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노조 측은 윤 행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4월 총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직 취임식도 치르지 못한 윤 행장은 은행 근처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최고경영자 리스크는 지난해 말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마찬가지다. 오는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두 사람은 법률 리스크 탓에 연임 확정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용병 회장은 과거 신한은행장 시절 신입사원 부정 채용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8일 1심 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이달 22일 법원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법원의 1심 결과는 확정 판결이 아닌 만큼 조 회장의 회장직 수행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법정구속 등의 유고 상황 가능성은 남아있다.

손태승 회장은 대규모 원금 손실로 파장을 일으킨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징계 절차를 앞두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도 DLF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함 부회장은 DLF 상품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을 지냈다. 하나은행은 금감원 조사를 앞두고 일부 자료를 숨기고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는 이달 30일로 예정된 제재심을 거쳐 금감원장 결정, 금융위원회 승인으로 확정된다.

우리은행처럼 DLF·라임펀드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고객 신뢰 회복이 현안이다.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신년사를 내놨다. 하나은행은 경쟁력회복이 급선무다. 하나은행은 지난 몇년간 4대 시중은행 중에서 해외 법인 실적 2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3분기 우리은행에 추월당했다.

경영진의 관심이 법원의 재판결과, 금감원의 징게여부에 몰려있다면 일반 직원들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는 구조조정 때문이다.

연말과 연초, 이미 희망퇴직으로 은행별로 수백명의 직원이 이미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점포 줄이기도 이어지고 있다. 메년 되풀이되는 연례 행사지만 특히 올해는 분위기가 더욱 좋지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이달 내로 총 85개 점포를 통폐합한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은 38개 점포를 정리하고, KEB하나은행도 18개의 점포를 통폐합할 방침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점포 3개, 4개를 통폐합한다.

점포가 줄면 인건비 절감도 필수적이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국내 주요 은행들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중 NH농협은행은 1963년생 또는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받았다. 신청한 직원들에게는 평균 임금의 28개월치 등이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됐다.

KEB하나은행은 1964년생과 1965년생을 대상으로 총 277명에게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도 희망퇴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1964년생과 1965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해당 직원 300여명은 심사 후 오는 31일에 퇴직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지난 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 퇴직자에게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학자금과 재취업 지원 등 지원 혜택을 줄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14일까지 근속 15년 이상에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가운데 1961년 출생자와 차·과장급 이하 일반직 중 1964년생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특별퇴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은행권의 구조조정은 무인점포와 AI의 등장으로 가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은행 창구에서 이뤄지는 대면업무 처리 비중이 8.8%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은행 지점은 2015년만 해도 6302개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686개로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ATM 또한 같은 기간 4만5415개에서 3만7673개로 줄었다.

반면 2015년 처음 등장한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는 지난해 말 133대에서 올해 9월말 현재 224개로 68.4%로 증가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수익률 감소 우려도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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