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의 수렴’과 분산형 ‘엣지 컴퓨팅’의 현장 기능 조화로 시너지
중앙 대신 발생지서 처리․콘텐츠 사용…자율주행차에 접목, SKT가 선두주자

IT기업인 자일링스가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들이 가속 플랫폼을 신속하게 개발, 배치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기술.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IT기업인 자일링스가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들이 가속 플랫폼을 신속하게 개발, 배치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기술.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2020년에는 클라우드와 엣지 컴퓨팅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팅 모델이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는게 IT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는 연초에 관련 업계나 기업체, 주요 기관 등이 앞다퉈 내놓은 ‘2020년 주요 트렌드 전망’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는 기존 클라우드 컴퓨팅과 엣지(Edge) 컴퓨팅의 장점만을 취합한 정보 저장과 처리, 콘텐츠 사용 시스템이다. 본래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른바 ‘인터넷을 이용한 IT 자원의 주문형 아웃소싱 서비스’로 불리기도 한다.

흔히 PC에 자료를 보관할 경우 하드디스크 장애 등으로 인하여 자료가 손실될 수도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는 외부 서버에 자료들이 저장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자료를 보관할 수 있고 저장 공간의 제약도 극복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작업한 문서 등을 열람·수정할 수도 있다. 

그 동안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함으로써 기업이나 사용자들은 컴퓨터 시스템을 유지·보수·관리를 위하여 들어가는 비용과 서버의 구매 및 설치 비용, 업데이트 비용, 소프트웨어 구매 비용 등과 인력, 시간,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다. 그 때문에 구글·다음·네이버 등의 포털에서 구축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통하여 태블릿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휴대용 IT기기로도 손쉽게 각종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서버가 해킹당할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서버 장애가 발생하면 자료 이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게 문제다.

이처럼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뒤따르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취약점을 보완한 것이 엣지 컴퓨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다양한 단말 기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클라우드와 같은 중앙 집중식 데이터센터로 보낸다. 그러나 엣지 컴퓨팅은 데이터가 발생한 현장이나 인근에서 실시간 처리함으로써 데이터 흐름을 한층 원활하고 가속화시킨다. 

처리 가능한 대용량 데이터를 클라우드처럼 중앙 집중 데이터 센터로 보내지 않고, 발생지 주변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데이터 처리 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인터넷 대역폭 사용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에지 컴퓨팅의 대표적인 사례는 자율 주행 자동차다. 자율 주행 자동차는 차량에 부착된 각 센서들을 통해 주변 지형이나 도로 상황, 차량 흐름 현황 등을 파악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주행 중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한다. 즉, 방대한 데이터의 수집ㆍ처리와 실시간 대응을 위한 빠른 데이터 분석의 필요로 에지 컴퓨팅이 활용된다.

IT업계와 기업들은 최근 이같은 엣지 컴퓨팅의 장점과 기존 클라우드 컴퓨팅의 수렴 기능을 조화시켜 시너지를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노력의 결과가 바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다. 이는 민감한 데이터 제어 관리를 중앙 서버를 통해 유지하는 클라우드 기능과 함께, 콘텐츠 소비자에게 한층 가까운 거리에 더 많은 용량과 컴퓨팅 역량을 배치하려는 엣지 기능을 충족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시스템에서는 네트워크 연결성과 콘텐츠 가용성이 통합됨으로써 한층 클라우드, 에지로의 통신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란 기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SK텔레콤이다. 연초부터 이 회사는 차세대 기술인 5G MEC(모바일 에지 컴퓨팅) 분야에서 이른바 글로벌 ‘초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아태 통신사 연합회 ‘브리지 얼라이언스’ 소속 통신사인 싱텔(싱가포르), 글로브(필리핀), 타이완모바일(대만), HKT(홍콩), PCCW글로벌(홍콩) 등 5개사와 함께 지난 13일 ‘글로벌 MEC TF’를 발족한 것이다. SK텔레콤이 TF의 초대 의장을 맡았다.

이번 ‘글로벌 MEC TF’는 ‘브리지 얼라이언스’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고, 모바일 엣지 컴퓨팅 개발과 구축에 성공한 SK텔레콤에 기술 전수를 요청하고 여러 통신사가 합류한데 따른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들과 5G와 모바일 엣지 컴퓨팅 성과를 공유하고, 각사의 역량을 모아 MEC기술, 서비스를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나아가선 ‘국경 없는 MEC플랫폼’을 위한 표준 규격 제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모바일 엣지 컴퓨팅, 즉 MEC는 무선 데이터 전송 지름길을 만들어 △클라우드 게임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및 차량관제 등 초저지연 성능을 높이는 5G 핵심 기술이다. 

클라우드와 엣지 컴퓨팅의 조화를 통한 이런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IT 서비스에서 기계를 위한 IT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즉 기계 간 상호작용을 위한 IT 서비스 구축이 증가하고, 처리 작업이 데이터가 저장된 곳으로 근접하면서 시스템 설계에 대한 사고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클라우드를 넘어 에지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기계 지능, 증강현실/가상현실 등을 포괄하는 지능형 IT 인프라인 ‘매트릭스(The Matrix)’로 한층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결국 하이브리드 아키텍처와 같은 혁신적 컴퓨팅 아키텍처의 확산을 예고하기도 한다. 뉴욕증권거래소 측도 연초 ‘미래 업무를 혁신할 2020년 5대 기술 트렌드’의 메인 항목으로 이를 꼽았다. 즉 “나노초(Nano Sec) 단위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스트림’, 그리고 데이터가 저장된 ‘네트워크 에지’를 향해 이동하는 ‘배치 처리 아키텍처’(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더 높은 비용 효율로 ‘데이터’ 중심의 결정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라우드와 엣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시대의 전성기를 선언한 것이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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