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뿔만 없고 다 있다”
“고양이 뿔만 없고 다 있다”
  • 유성문(먼빛)
  • 승인 2020.01.17 14: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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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그리고 회현지하상가

숭례문 앞 저자가 이른 새벽 열리어
칠패 사람들의 말소리 성 너머로 들려오네.
바구니 들고 나간 계집종이 늦는 걸 보니
신선한 생선 몇 마리 구할 수 있겠구나.
-다산 정약용 <춘일동천잡시> 중에서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을 ‘시(市)’, 행상이 모여들어 교역하고 물러나는 곳을 ‘장(場)’이라 했다. 조선왕조가 한양에 천도한 직후 종로와 남대문 일대에 시전거리가 만들어졌고, 18세기에는 남대문 밖 칠패(七牌)와 동대문 안 배오개(梨峴)에 새벽장이 섰다. 시전에서는 주로 포목, 종이, 건어물 등 쉬 부패하지 않는 물건을 취급했고, 칠패와 배오개에서는 채소, 과일, 생선 등 부패하기 쉬운 식료품을 취급했다. 이와 함께 칠패와 배오개에는 행상들이 모여들어 물건을 떼어서는 지게에 싣고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팔았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조세를 화폐로 걷게 되자 현물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의 쓸모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가장 큰 창고이던 남대문 옆 선혜청 창고도 비게 되었다. 1897년 1월, 조정에서는 이 창고를 상인들에게 상점으로 내주고, 창고 안마당은 행상들의 장사 터로 삼았다. 선혜청 창고는 옛 상평창 자리에 새로 만든 것이어서 ‘신창(新倉)’이라고도 했기 때문에 이 시장은 ‘신창안장’ 또는 ‘창내장’이라고도 불렸다. 이로써 최초의 근대적 도시 상설시장, 즉 ‘재래시장’이 태어났다. 바로 지금의 남대문시장이다. 

이 땅 최초의 상설시장인 남대문시장은 12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재래시장’을 지금은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고 있지만, 그 본질로 보면 여전히 ‘재래시장’에 더 가깝다.
이 땅 최초의 상설시장인 남대문시장은 12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재래시장’을 지금은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고 있지만, 그 본질로 보면 여전히 ‘재래시장’에 더 가깝다.

“고양이 뿔만 없고, 나머진 다 있다.” 남대문시장은 야간 도매시장에서부터 외국 관광객의 기념품 시장까지 1만여 개의 점포, 1,700여 종의 상품, 그리고 하루 평균 이용객이 40만여 명에 육박하는 서울 최대의 단일 상설시장이다. 돗자리채로 물건 떼어간다 해서 ‘돗떼기시장’, 도깨비 방망이처럼 뭐든 구할 수 있다 해서 ‘도깨비시장’, 6.25전쟁 이후 미군부대 PX에서 나온 군수품과 양복지, 카메라와 시계 같은 밀수품이 팔린다 하여 ‘양키시장’, 또 월남한 실향민들이 많이 정착하면서 ‘아바이시장’으로도 불린 남대문시장은 오늘도 서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채 넘치는 생기로 북적인다.

아무리 대목경기가 실종되었다 해도 시장의 풍정은 잊히지 않는 옛 추억을 소환한다. 가족들을 위해 설빔을 장만하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새삼 그립다.
아무리 대목경기가 실종되었다 해도 시장의 풍정은 잊히지 않는 옛 추억을 소환한다. 가족들을 위해 설빔을 장만하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새삼 그립다.

남대문시장의 내에 있는 본동시장은 옛 창내장의 전통을 잇는 남대문시장의 기원과도 같은 곳이다. 마치 미로 같은 꼬불꼬불 좁은 골목통에 바쁜 상인들과 손님들의 허기를 채우는 백반·분식집이 오밀조밀 모여 있던 이곳에 1988년 전후로 갈치조림 전문점 10여 곳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갈치조림골목’으로 불리고 있다. 저녁이 가까워지면 남대문 시장에는 또 다른 큰 장이 선다. 저녁 5시부터 하나둘 등장하는 리어카들. 포장마차에 불이 켜지면 피곤한 하루를 마감하는 주변 직장인들과 ‘한국적 먹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그들의 빈속을 채워줄 싸고 푸진 술과 음식냄새로 서울의 밤은 깊어간다.

갈치조림골목을 이용하는 손님은 인근의 직장인이나 시장을 찾는 이용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면서 남대문시장의 필수 코스로 여길 정도로 유명해졌다.
갈치조림골목을 이용하는 손님은 인근의 직장인이나 시장을 찾는 이용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면서 남대문시장의 필수 코스로 여길 정도로 유명해졌다.

남대문시장에서 이어지는 회현지하상가(정식 명칭은 ‘회현지하쇼핑센터’)는 또 다른 추억들을 소환한다. ‘취미’가 자기 정체성의 중요 항목처럼 여겨지던 시절, 독서니 여행이니 그 흔한 종목 사이에서 ‘우표수집’이나 ‘음악감상’은 제법 고상한 축에 속했다. 우표수집 같은 경우는 교복을 입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재테크’ 수단인 양 치부되기도 했다. 그 시절 우체부에 의해 전해지는 편지라도 받게 되면 그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봉투에 붙은 우표를 서로 차지하려고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였다. 
회현지하상가에 몰려있는 우표상들은 비로 인근에 위치한 중앙우체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새 우표 발매 소식이 들리면 우체국 앞에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밤을 새우는 진풍경이 벌어지던 시절, 중앙우체국과 가까운 회현지하상가는 자연스레 우표 마니아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한창 때는 상가 한 집 건너 우표상들이었지만, 우편문화의 퇴조와 함께 지금은 10여 곳의 상점만이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표수집광들은 보통 화폐도 함께 모은다. 그래서 회현지하상가의 우표상들은 대개 화폐상을 겸한다. 다만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느냐만 다르다.
우표수집광들은 보통 화폐도 함께 모은다. 그래서 회현지하상가의 우표상들은 대개 화폐상을 겸한다. 다만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느냐만 다르다.

우표·화폐 마니아들이 서성이는 상가 한쪽에는 또 하나의 ‘추억상품’이 진을 치고 있다. 바로 ‘흘러간’ 레코드판들이다. 원래 ‘중고LP’하면 ‘영화의 거리’로 유명한 충무로 일대에 상점들이 몰려있었는데, 1990년대 들어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형편이 어려워지자 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이곳으로 옮겨왔다. 지금은 10여 곳의 중고LP점들이 성업(?)중이다. CD조차 이미 퇴물이 되어버린 디지털 세상에서 지하상가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아날로그 보물 찾기에 여념이 없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이채롭기까지 하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낡은 것들은 저마다 오래된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추억으로 해서 마음부터 따뜻해진다는 것을. 문득 벽면 가득한 LP판 사이에서 비틀즈의 오래된 앨범 재킷을 발견하고서는 쉽게 발을 옮기기 어려웠다. 

모든 고민은 먼 곳에 있는 것처럼 여겨졌던 어제, 지금은 여기 와버린 것 같아요. … 지금의 나는 어제를 생각하며 쓸쓸해요. … 지금 나는 숨을 곳을 찾고 있어요. 나는 행복했던 어제를 생각해요. -비틀즈 <예스터데이(Yesterday)> 중에서

디지털 세상 아래 아날로그 섬, 회현지하상가. 가까이 있는 서울중앙우체국과 한국은행의 영향으로 우표나 기념주화를 사고파는 점포들이 생겨났고, 중고 레코드와 오디오, 카메라, 빈티지 가구를 파는 점포들이 더해져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다.
디지털 세상 아래 아날로그 섬, 회현지하상가. 가까이 있는 서울중앙우체국과 한국은행의 영향으로 우표나 기념주화를 사고파는 점포들이 생겨났고, 중고 레코드와 오디오, 카메라, 빈티지 가구를 파는 점포들이 더해져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다.

여행작가 유성문은 길에서 길의 내력을 들춰왔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겨왔다. 그 내력과 사연은 먼빛이 되어 다시 그를 길로 내세운다. ‘길에서 길을 묻다’(경향신문), ‘사람의 길’(주간경향) 등 오랫동안 길과 사람 이야기를 써왔다. 문학관기행 <문향을 따라가다>(어문각)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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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지서(위영) 2020-01-18 09:00:59
남대문 시장에서 숭례지하상가, 미술화방, 갈치골목, 회현시장 Klimt는 추억이 많다.

처가 미술을 전공하여 남대문 시장 화방에 자주 왔다. 숭례문 지하상가는 미제용품 파는 곳이다. 참으로 많은 물건이 다 있었다.

갈치 시장은 가격이 저렴하여 갈치가 실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맵고 톡쏘는 맛은 항상 침샘을 자극한다.

우표도 중학교때 모았다. 일본 엑스포 기념우표를 얻고 기뻐하던 생각이 떠오른다. 회현지하에서 LP판,, 우표, 지폐 가게 를 보는 것도 즐겁다.

특히 중고 영어원서를 취급하는클림트는 거의 매주 들린다. 좋은 커피도 마신다

좋은 영어원서가 있으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다. 김세환 사장은 독보적 존재다. 이 분만큼 책에 대해 많이 아시는 분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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