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기엔 소비자와 이익 공유로 빅데이터․플랫폼 창출 필수
“국내 기업 인식 부족, 개별 기술 개발․수입, 단기 수익 연연” 지적

플랫폼과 인공지능 기술 등이 대거 선을 보인 ‘월드IT쇼’ 광경.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경제가 살기 위해선 디지털 기술 개발이나 발전에 앞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살 길임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 의하면 AI나 자율조정장치, 각종 스마트 기술 등이 지속 가능한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그 원천적 기반이 되는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인 조건이다.

최근 방송 출연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런 주장을 계속해온 건국대 최배근 교수는 “스스로 플랫폼으로 진화하지 않고 그냥 새로운 AI 기술을 계속 사들여야 하는데,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라며 “특히 국내 재벌 기업들은 이에 관한 인식이 희박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 등 이 분야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른바 ‘이익 공유’라는 공유경제의 대원칙을 전제하고, 무료 서비스 등을 통해 기술을 활용한 이익을 소비자들과 일단 공유하는게 중요하다. 그럴 경우 무수한 소비자들이 이에 접속 내지 접근하며 개인정보를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를 공급하고, 이는 곧 거대한 빅데이터로 구성된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자, 빅데이터 및 플랫폼 경제를 앞서 이끌고 있는 게 구글이다. 구글은 이같은 ‘이익 공유’에 기반한 플랫폼, 즉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많은 소비자, 즉 ‘사람’을 연결하고, 그들에게 검색서비스를 비롯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인하고 있다. 이는 거의 무한대의 소비자 정보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하고, 탄탄한 플랫폼의 구축의 자원이 된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많이 제공할수록 방대한 빅데이터로 무장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AI 등 개별적인 디지털 기술을 확보하는 것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글의 선진적 시도와는 달리, 국내 대기업들은 그저 단기적인 기술 개발이나 수입, 또는 해외 플랫폼 기업 인수 수준에 머물러 우려를 낳고 있다. 스스로 독자적으로 구축한 플랫폼이 없다보니, 그 만큼 빅데이터 역량도 빈약하고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이익의 공유가 없고 이렇다 할 플랫폼도 없다보니, 그저 단기 수익 극대화에 연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빅데이터와 AI 기술, 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는 요인”이라는 전문가들의 충고다. 그나마 자동차의 경우 뒤늦게 차량 공유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했지만, 해외 차량공유서비스업체에 투자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모습은 재벌급 대기업 뿐 아니다. 플랫폼 경제의 초보 수준이라고 배달앱 등의 경우도 ‘이익 공유’를 통한 지속 가능한 플랫폼 구축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가맹점이나 라이더 등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와 리베이트를 ‘착취’하고 있어, 앱 서비스를 통한 공유경제의 틀을 훼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배달앱 등 플랫폼 사업의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것과도 같다.
 
일부 전문가들은 IT를 뛰어넘어 DT(Data Technology)경제로 진화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이를 매우 우려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공유경제와 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와 플랫폼 구축, 즉 DT경제에서 살아남거나 선도하기 위해선 건강한 공유경제의 실현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이익 공유나 빅데이터 구축 등에 대한 인식이 후진적이다보니, 우리나라의 플랫폼 경제는 알리바바나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에도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그저 단편적 기술 개발이나 해외 수입 등과 같은 ‘굴뚝산업 마인드’에서 벗어나서, 플랫폼 경제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절실한 실정”임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김예지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