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한서대 교수
박경만 한서대 교수

네이버 지식백과에선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하여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론 “기업에서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솔루션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플랫폼으로 구축·활용하여 기존 전통적인 운영 방식과 서비스 등을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보험업계의 유명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인 빌 팬드리치는 그 적극적인 실현을 ‘2020년 CIO 아젠다’의 첫머리에 꼽았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IT업계는 물론 모든 기업들에게 필연적인 과업으로 떠올랐다. 조직의 DNA를 디지털하는 것은 이제 기업 목표 달성은 물론,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된 것이다.

우선은 이를 도구삼아 기업의 매출을 올리고, 비용을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이른바 IT전문가 내지 산업계 애널리스트라고 하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그러나 잠시 숨을 고르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면,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의미를 조금만 확장해보면 일련의 거시적 담론과 맞닿는다. 곧 디지털과 물리적 요소들을 통합해서 산업의 패러다임과 원형질을 미래 지향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그것이다. 다시 그 오지랖을 넓혀보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화학적 결합이다. 이는 아날로그에 대한 배타적 디지털화가 아니라, 오프라인 세계의 풍요로운 사변(speculation)을 포용하고, IT혁명의 맹목성과 획일성을 융화함으로써 광대한 상상력의 지평으로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

결국 이는 융합과 퓨전을 통한 ‘디지털 시너지’를 기대할 만 하다. 디지털화된 삶의 방식과 온-오프 컴퓨터 알고리즘엔 이미 융합의 언어가 담뿍 스며있다. 에듀테인먼트, 유니섹스, 팩션 등 사회․문화적으로 모순된 조화들이 그렇다. N(나노기술), B(생명기술), I(정보기술), C(인지기술) 역시 애초부터 인간과 사물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전면적 융합의 표상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에 융합적으로 해체된 상상력의 세계가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한 융합의 기제는 이미 조직, 산업, 제도, 문화, 의식 등 기술 외적 영역으로 파급되며, 사회구성 원리의 기축이 되고 있다. 2020년 들어 새삼 미국의 전문가들이 그 중대함을 강조한 것일 뿐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있다. 노동과 자본, 기계와 같은 이질적 요소를 과격하게 연결해선 곤란하다. 양자 간의 현격한 틈새를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이뤄진 연결은 진정한 의미의 융합형 콘텐츠를 생성하기 어렵다. 그 와중에 급격한 일자리 감소나, 과도한 약육강식의 시장 논리 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조화로운 디지털 콘텐츠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이질적 요소들 간에 융통성있고, 다층적인 연결 고리를 허용하는 것이 또한 진정한 융합이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합당한 명분이다.

어쩌면 IT혁명과 디지털혁명의 경쟁력의 원천은 명확한 알고리즘이 아닐 수도 있다. 4차산업혁명의 프로파간다를 맨 처음 내건 세계경제포럼은 “명료하고 예측 가능한 데이터를 마이닝한 알고리즘 설계보단, 복잡한 문제 해결능력, 사회적 기술의 보유자만 살아남는다”고 했다. 인간사의 복잡한 문제를 통찰하고 사회적으로 조율하는 지혜가 그것이다. 인문학적 알고리즘의 연마와 디지털 만능에 대한 성찰과도 통하는 대목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추구하는 바도 그래야 할 것이다. 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그 이상의 가치사슬, 즉 ‘호모퓨저니쿠스(homofusionicus)’를 통한 새로운 시대의 도구로 기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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