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는 혼란 있을듯

정부가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으로 내놓은 특별연장근로제 개편 방안이 오늘(31일)부터 시행된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올해부터 상시 근로자 50~299인 중소기업에 확대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제에 대한 보완대책 중 하나다. 기업들은 업무량 폭증, 설비 고장 등 각종 돌발 상황 대처에 특별연장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재난, 인명보호 등 긴급한 경우에는 주 64시간이 넘는 근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인력 부족이나 갑작스러운 주문량 증가, 원청업체가 정한 납품기일에 쫓기는 중소 제조업체 현장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용자는 자연재해나 사회재난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특별연장근로제를 사용할 수 있었다. 태풍, 폭설이나 화학물질 사고나, 조류독감(AI), 구제역 등이 이에 해당된다. 지난해 고용부는 일본 수출 규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사회재난으로 인정해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해줬다. 이번 개정안에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보다 확대했다.

기존 인가사유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에 더해 ▲인명 보호, 안전 확보를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시설 설비의 장애ㆍ고장 등 돌발적인 상황 발생 시 ▲업무량 증가 등으로 단기간 내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거나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소재ㆍ부품ㆍ장비 연구개발(R&D) 또는 국가경쟁력 강화 및 경제발전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R&D 등이 추가됐다.

특별연장근로제를 활용하면 경우에 따라 1주 총 근로시간이 64시간 이상이 될 수도 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시간은 원칙적으로 1주에 12시간까지만 가능하지만 재난ㆍ인명보호 등 사태가 급박한 경우 1주 12시간 이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고용부는 특별연장근로 시간이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이 연속해서 2주를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아직 산업현장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준에 모호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업무량 증가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예를 들어 대규모 리콜이나 발주처의 긴급 주문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되지만 공장 증설 등 사업 규모 확대로 업무량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기상이변 등으로 해외 주문량이 폭증하는 특별한 경우는 특별연장근로 사유로 인정되는 반면, 에어컨이나 빙과류 등 계절사업에 있어 통상적 업무량이 늘어나는 경우는 인정되지 않는다.

경영계는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할 때마다 노동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그 기준도 불명확해 행정 재량이 큰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총은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시행규칙 대신 법률로 고침으로써 기업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확대는 특별연장근로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제한한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개정 시행규칙을 '행정권 남용'으로 보고 행정소송을 포함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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