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력, 데이터 모두 부족

2020년대 핵심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기술은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파괴력은 인터넷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업차원에서도 국가차원에서도 개발과 활용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의 지금 수준은 아직 추격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인력확보와 데이터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 개발

SK텔레콤은 AI 핵심기술인 시각적 질의응답(VQA) 분야에서 SK텔레콤이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적 AI 학회 'CVPR'가 2018년 미국에서 개최한 VQA 챌린지에서 페이스북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알고리즘 정확도 71.69%를 기록해서 페이스북에 불과 0.7%포인트 뒤진 아쉬운 2위였다. 세계적 권위의 AI 학회인 'ECCV' VizWiz 챌린지에서도 페이스북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VQA는 사진 또는 영상에 대한 질문이 주어졌을 때, AI가 사물과 상황을 인식해 자연어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기술이다. SK텔레콤은 시각장애인이 사진을 촬영하고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하면, 상황과 관련한 10여개 응답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사진 구도와 초점이 흔들린 상태에서도 정확한 응답을 얻기 위해 사회적 기업 테스트웍스와 협업해 시각 장애인이 사진을 찍도록 했다.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연내 시각장애인용 활동보조 서비스 개발이 목표라고 한다.

SK텔레콤은 VQA 기술을 산업 분야에 폭넓게 적용할 계획이다. 산불 현장 등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AI 기반 드론을 보내 원하는 정보를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운송수단 자율주행은 물론이고 교육·산업용 로봇 등에도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기술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AI 분야 글로벌 최고 인재가 모인 연구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AI 기술과 빅데이터를 개방, 국내 AI 산업생태계를 확장하는데 일조하겠다는 목표다.

LG의 마스터 양성계획

그러나 AI와 관련해 일류수준의 기술력을 우리가 갖고 있는 분야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 인력이 부족하다. 인력부족을 절감하고 있는 LG는 인공지능(AI) 마스터 100명을 양성하곘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LG는 사내 교육 기관인 LG인화원에 'LG AI 마스터 양성 과정'을 신설하고, 올해 100명의 AI 전문가를 육성한다. 디지털 기술과 이론을 회사 실무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회사 실무에서 AI를 적용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이 과제를 LG사이언스파크 전문인력으로부터 최신 AI 적용 방법 등의 멘토링을 받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다. 과정을 마치면 각 사로 복귀해 AI기술 적용 등을 지원하게 된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패널 설계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들을 AI 기반으로 최적화해 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연구시간을 단축하도록 했고, LG화학은 그린바이오 분야 특허 및 논문 등에서 주요 키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추출하는 AI 모델링에 성공했다.

LG전자는 품질경영분야에서 AI 도입을 시도했다. 기술적으로 빅데이터 규모 가상 스크래치 이미지를 생성하고 딥러닝을 진행함으로써 AI비전검사 정확도를 높이고 검사 시간을 단축했다.

삼성의 AI포럼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11월 한국 AI 총괄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5개국 7곳에 잇따라 AI 연구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는 삼성 AI 포럼 행사를 개최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AI 석학들을 초청해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미래 혁신 전략을 모색하는 기술 교류의 장도 열고 있다. 삼성은 현 주력사업의 성장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해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에서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AI 부문을 총괄하던 조직의 이름부터 ‘차세대플랫폼센터’로 변경했다. AI ‘빅스비’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임원이 센터장을 맡았다. 기존 조직을 정비하고 올해 AI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관련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최연소 전무로 승진된 사람부터 삼성의 AI 아바타 ‘네온(NEON)’ 프로젝트를 선보인 인물이다. 삼성전자는 AI를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용 반도체, 바이오와 함께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했다.

이미 다가온 생활속의 AI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구매 계획 플랫폼 '플카'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내차 시세 조회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차량 번호만 입력하면 250만 건이 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내 차와 동일한 차량 정보를 기반으로 예상 판매가격을 보여준다. 일반 소비자들이 중고차 딜러에게 실제로 판매한 가격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상 가격을 산출한다. 최대 3년 이후의 내차 시세도 알아볼 수 있다. KT의 인공지능(AI) 기가지니는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214만명을 돌파했다. AI 컴퍼니를 선언한 KT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 인공지능을 융합해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T는 AI 셋톱박스로서 기가지니는 AI호텔, AI 아파트 등 공간 서비스에서도 확산 중이다. KT는 AI로 콘텐츠를 추천받고 고화질 영상과 고음질을 즐길 수 있는 신규 OTT 서비스 ‘시즌’도 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응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에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다. 2월 중 연구기관과 연구책임자를 선정, 과제당 연 2억5,000만원씩 최대 2년 간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긴급대응 사업의 예산은 50억원이며 이 중 10억원을 신종 코로나 연구에 지원한다.

선진국의 AI 활용

미국 뉴욕에 있는 한 병원은 AI를 활용해 정확한 암 진단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암 진단 시간은 고작 10분이다. 최근 이 짧은 시간에 희귀 백혈병까지 진단했다. 중국에서는 안면인식 AI로 지하철과 공항 출입, 횡단보도, 쓰레기 분리배출 관리가 현실화됐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일부 대도시는 2017년부터 안면인식 AI를 활용해 신호를 어기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무단횡단시 신호등에 달린 안면인식 AI가 얼굴을 스캔하고 이름, 무단횡단 기록 등 관련 정보를 추출한다. 이후 이통사 시스템과 연계해 당사자에게 경고 문자를 날린다. AI는 이미 생활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기술 수준은 1위 국가인 미국 대비 81.6%수준이다. 중국(미국 대비 88.7%)과 일본(미국 대비 86.1%)보다 낮다. 무엇보다 AI 산업 발전 핵심 역량인 AI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세계 AI 핵심인재 500명 중 한국 출신은 1.4%다. 미국(14.6%)과 중국(14.6%)의 10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데이터 확보

부족한 인력과 함께 문제가 또 있다. 인공지능(AI) 육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데이터 확보라는 점이다. 4차 산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방대한 데이터 확보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데이터3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면서 데이터 확보의 길은 열렸지만, 법 취지를 살리려면 갈 길이 여전히 멀다. 법안의 핵심 개념인 ‘가명정보'는 여전히 추상적이다. 구체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데이터 시장의 범위를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AI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AI 투자 및 연구개발(R&D)에 가장 열심인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한국은 그 뒤를 따르지만 격차가 크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2018년 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AI 분야에 대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다. 미국 행정부는 2019년 초 ‘AI 이니셔티브’를 개시하라는 행정 명령을 발표하면서 AI 분야에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미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선진국의 소수 기업이 주도권을 가진 데이터 시장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하며 ‘데이터 단일시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위원회가 구축하려는 데이터 단일시장은 유럽연합 국가 간 자유로운 데이터 활용을 골자로 한다. 유럽연합을 하나의 데이터 단일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국내 시장의 데이터 확보 방안부터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AI’를 국가전략의 큰 축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경쟁국보다 출발이 한참 늦었는데 실행 주체도, 계획도 아직 엉성하다. AI는 인터넷과 달리 국가 역량과 직결됐다.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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