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개지고 또 얹혀서
포개지고 또 얹혀서
  • 유성문(먼빛)
  • 승인 2020.02.14 14: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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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파트들

1, 2층도 아닌 5층이나 6층의 높은 건물에 층층이 사람이 산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살림을 하고 산다는 것이었다. 머리 위에 불을 때고 그 머리 위에서 또 불을 때고, 오줌똥을 싸고, 그 아래에서 밥을 먹고, 그러면서 자식을 키우고 또 자식을 낳고, 사람이 사람 위에 포개지고 그 위에 또 얹혀서 살림을 하고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서울사람이란 보배운 데 없고 징상스러운 인종들이라 싶었다. -조정래 <비탈진 음지> 중에서

아마 서울의 풍경 종류 중 가장 다수인 것은 아파트일 게다. 오늘날 아파트는 주거의 특수한 형태라기보다는 보편적인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이 땅에 아파트가 도입된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제 그는 다른 모든 주거형태를 양과 질로 압도하면서 ‘집’ 그 자체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도시가 확대 재편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이익을 남기고, 또 누군가는 삶이 파괴되기도 한다. 특히 아파트는 누군가에게는 욕망이 분출되고 실현된 곳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허물어지고 배제되는 공간이었다. 그 ‘욕망’과 ‘배제’가 수도 없이 포개지고 얹혀져 오늘의 서울을 이루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들은 ‘욕망’과 ‘배제’의 역사마저 사그라들고, 그 더께 밑에 감추어 있던 사람살이의 민낯을 드러내 보인다. 그 풍경은 어쩌면 우리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아파트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산업화 및 도시화와 더불어 본격화되었다. 도시화로 인한 인구 밀집으로 주택 부족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 아파트였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건축법상 5층 이상의 공동주택을 가리킨다. 대한민국 최초의 아파트는 1932년 서울 충정로에 세워진 5층짜리 충정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1930년, 경성 미쿠니상회가 회현동에 지은 3층과 4층의 공동주택을 최초의 아파트로 치는 이도 있지만, 건물 안에 공동화장실과 식당, 오락실 등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관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0년대 들어 서울특별시는 근현대 문물 보존 프로젝트인 서울미래유산의 일부 보존 대상으로 아파트 10군데를 후보로 선정했다. 가장 오래된 충정아파트(1933)를 비롯해 동대문아파트(1965), 정동아파트(1965), 힐탑아파트(1967), 회현제2시민아파트(1970), 여의도시범아파트(1971), 성요셉아파트(1971), 서소문아파트(1972), 반포본동아파트(1973), 개포주공1단지아파트(1981)가 선정되었으며,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미래유산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그중 몇 군데 아파트를 돌아보며 우리네 살림살이의 역사를 되짚어보자.

충정아파트

1932년 조선주택영단은 다양한 주택 유형을 연구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실험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충정로에 남아있는 충정아파트다. 초창기 일본인 건물소유주 도요타(豊田)의 이름을 따 ‘풍전아파트’로 부르다가 후에 ‘유림아파트’로 바뀌었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재판소로 활용되어 지하실이 처형소로 쓰이기도 했다. 전쟁 뒤 미군 숙소로 사용되었으며, 아파트 옥상에서 종종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 1979년 도로확장으로 인해 절반이 철거되고 보수를 거쳐 지금의 충정아파트로 남아있다.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되어 단계적 매입에 들어가 있으며, 향후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대문아파트

동대문아파트는 1965년에 완공된 7층짜리 중앙정원형 아파트다.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로 초기에는 연예인들이 많이 살아 ‘연예인아파트’라는 별명도 있었다. 50년 전만 해도 고급아파트였던 동대문아파트는 국내 최초로 중앙정원 방식을 적용했다. 또한 아파트의 고급화를 유지하기 위해 한때 주민들이 물건을 복도에 내놓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1993년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고, 그 뒤로도 계속 중앙정원 굴뚝 부분이 전도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후원기업을 찾아 보강공사를 하면서 현재는 B등급으로 남아있다. 서울시에 현존하는 아파트 중 2번째로 오래된 동대문아파트는 충정아파트와 함께 서울 속 미래유산 1000선으로 선정하려 하였으나 예산 부족으로 무산되고, 창신·숭인 뉴타운지구에 포함시켜 재개발하려던 계획 역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후 서울시에 의해 다시 서울미래유산 후보로 선정되었다.

회현제2시민아파트

회현제2시민아파트는 1970년 완공되어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지은 시민아파트다. 중구 회현동1가에 위치해 있다. 지을 때는 시민아파트로 지어졌으나 와우아파트의 붕괴 이후 한층 보강하고 ‘미래에 지어질 모든 아파트의 본보기가 되라’는 김현옥 시장의 지시 아래 시범아파트로 개명하지만 시민아파트로 분류했다. 박정희 정권의 판자촌 정리·개발계획으로 지어진 회현제2시민아파트는 다른 시민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남산의 경사진 곳에 지어졌다. 지어질 당시 철거민을 위한 아파트였으나 지리적 위치가 매우 좋아 중앙정보부 요원이나 연예인들이 거주하면서 동대문아파트와 함께 ‘연예인아파트’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아파트’ 노래로 유명한 가수 윤수일이 살았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남산의 지형을 이용한 구름다리나 ‘ㄷ’자 형의 건물 형식 등은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건축방식이었다. 

성요셉아파트

서울 중구 중림동 성요셉아파트는 1971년 약현성당에 의해 지어진 아파트다. 형태는 선형식 아파트로서 언덕길을 따라 길게 휘어져 있다. 이로 인해 각각의 위치에 따라 저층이 달랐다. 저층부 1개층은 상가로 이용되고 있고, 저층부 다음부터 최고층인 6층까지 주거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1개 동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전면부에 3개의 입구가 있다. 언덕 하단부에 설치된 첫 번째 입구의 경우 2층 1가구와 그 외 전층을 출입할 수 있고, 중앙 입구는 2층 일부 가구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외의 출입구는 3층 이상 출입이 가능하다. 성요셉아파트는 초기 약현성당이 성도들에게 아파트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이후 민간에 매각되었다. ‘요셉’은 약현성당의 주보성인이다. 서울시는 성요셉아파트의 특이한 건물 형태로 인해 서울미래유산 아파트로 선정했다.

서소문아파트

1971년 지어져 1972년에 입주한 서소문아파트는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선형식 아파트다. 1971년 만초천을 덮고 그 위로 아파트를 지어 올리면서 미근동 215번지에서 의주로2가 138번지 1 앞에 ‘하천복개지역’이라는 주소가 만들어졌다. 하천을 따라 115m 길이로 지어진 서소문아파트는 시범아파트로 알려졌으나, 실은 단지형 시범아파트와는 형태 자체가 다르다. 사실 오래된 아파트 사이에서 재건축 바람이 분 것은 꽤 되었지만 40년도 더 넘은 서소문아파트는 재건축의 시도조차 없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하천부지 위에는 건축물을 짓지 못하도록 건축법이 바뀐 탓이다. 아파트가 철거되면 주민들에겐 임대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진다. 7층 높이에 126가구 규모로 지어진 아파트는 1층이 상가로 구성되고 2~7층까지는 아파트로 오진개발이 건축을 맡았다. 서소문아파트 역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여행작가 유성문은 길에서 길의 내력을 들춰왔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겨왔다. 그 내력과 사연은 먼빛이 되어 다시 그를 길로 내세운다. ‘길에서 길을 묻다’(경향신문), ‘사람의 길’(주간경향) 등 오랫동안 길과 사람 이야기를 써왔다. 문학관기행 <문향을 따라가다>(어문각)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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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지서(위영) 2020-02-16 17:24:35
한국의 50년만에 서양 선진국을 따라잡다보니 부작용도 참으로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주거문화인 아파트라 생각된다. 아파트는 주거공간이다. 정주의 개념으로 자리 잡아 전국 가격이 비슷해야 국민들의 삶이 균등해지고 행복지수로 높아질 것이다.

도시 주거를 아파트가 차지하다보니 전국의 주거 형태중 아파트가 60%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가 주거로서 오래 거주하는 정주의 개념으로 접근되지 않고 투자의 대상과 부의 증대 수단으로 이제까지 활용되어 아파트 문화(공동체)가 성립되지 못하고 있다.

유작가의 덕분에 오래된 아파트의 역사를 알게 된다.

앞으로 아파트가 투자의 대상보다는 정주의 대상으로 변하고 이웃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살기좋은

새로운 아파트 공동체 문화가 자리잡길 기대한다.

이혜숙 2020-02-14 15:01:53
작가님이 나열해 놓은 아파트들을 오가며 보았었는데 세월이 흐르며 낡아져가던 그 아파트들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잘 정비 되어진 모습으로 그자리에 있게 되나보다. 아홉살때부터 주거형태가 아파트를 벗어나본적이 없던 나는 지금과 실내 인테리어가 달랐던 어릴적 아파트의 모습을 미래 유산속에서라도 만나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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