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방식의 변화에 따른 물류 로봇의 수요 상승
산자부, 물류로봇 ‘4대 전략분야’로 선정 
향후 물류로봇 관련 법적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로봇 ‘키바'(Kiva). Amazon News 유튜브 홈페이지 갈무리.

물류로봇은 창고나 공장에서 물건을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물류로봇의 기능은 로봇이 직접 이동하며 물건을 원하는 위치까지 이송하는 주행 기술과 로봇팔을 통해 물건을 집어 적재나 집하, 분류, 포장을 하는 조작 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물류로봇은 두 가지 기능 중 하나에 집중하거나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한다.

대표적인 물류로봇으로 아마존의 ‘키바(Kiva)’로봇을 꼽을 수 있다. 오더 피킹(Order Picking)용 로봇이라고 하여 주문에 맞는 물품을 창고 내에서 이동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아마존의 방식은 물품이 사람에게 오게 하는 방식으로 높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키바 로봇은 320kg짜리 선반을 통째로 들어 올려 시속 6.4km로 옮길 수 있다. 아마존은 물류센터 자동화를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인 13만대의 운송로봇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람이 움직이는 대신 선반을 사람 앞에 가져다 움직이면서 업무 효율도 20%나 높아졌다. 현재 아마존의 자율주행 배달로봇인 스카우트(Scout)도 미국 워싱턴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범 서비스 중이다. 

실외 '물류로봇' 자율주행형 배달로봇 

물류로봇은 실외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도미노 피자는 2017년 독일에서 로봇을 통한 피자배달 서비스를 정식으로 도입했다. 스타쉽 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ologies) 사에서 개발한 이 물류로봇은 신선도 유지를 위한 온도조절 기능과 함께 센서를 통해 장애물과 보행자를 감지하여 안전한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앞서 아마존의 로봇 도입은 물류 창고의 부분 자동화에 해당하고, 도미노 피자의 로봇 피자 배달 서비스는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 최종 배송 구간)에 해당한다. 현재 도미노 피자는 로봇 스타트업 누로가 개발한 자율주행 배달차 ‘R2’로 미국 휴스턴에서 무인 피자 배달을 테스트 중이다.

로봇 스타트업 누로(Nuro)의 자율주행형 배달 로봇 'R2'. 

누로는 2018년부터 미국 유통업체 크로거와 협력해 미국 내 3개 도시에서 자동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누로 측은 R2 차량은 필요할 경우 운전 제어를 담당 할 수 있는 원격 작업자가 항상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형 배달 로봇 실험이 진행 중이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해 11월 매장 내 서빙 로봇 딜리를 정식 출시하면서 렌털 홈페이지를 열었다. 또, 지난해 11월 건국대 캠퍼스 배달에 5대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투입해 시범 운영 중이다. 교내에 배달용 정류장이 있어서 QR 코드를 찍고 주문하면 된다. CJ대한통운, 신세계 등도 물류 로봇을 도입 준비 중이다. 이처럼 물류로봇은 아직까지는 물류 배송에 있어서 부분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업계는 변수가 많은 실외에서 물류로봇을 운행하기에는 규제나 기술 측면에서 아직 상용화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 서비스로봇 산업 현황 

물류로봇 시장은 앞으로도 고성장 추세를 지속할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물류로봇 판매액은 2018년 39억 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62% 증가했으며, 업무용 서비스 로봇의 44%를 차지하는 등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판매대수 기준으로 2018년 11만5천대를 기록, 업무용 서비스 로봇의 69%를 차지했다.

2019년~2021년 누적 기준으로 물류로봇은 175억 달러에 달하며, 업무용 서비스 로봇 전체의 3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에 누적 판매 대수는 48만5천대로서 전체의 66%를 차지할 전망이다.

자료제공=SPRi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SPRi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김정민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AI기업 간 큰 규모의 M&A 사례가 등장함에 따라 지능형 물류 로봇의 혁신이 가속화 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IFR)에 따르면 전 세계 물류 로봇 판매량은 2022년까지 연평균 59%의 폭발적인 성장이 전망된다. 자동 모바일 로봇(Autonomous Mobile Robot, AMR)의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 예측되는 가운데, 2017년 대비 2018년도 AMR 출하량 통계치가 약 2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인터랙트 어낼리시스(Interact Analysis)가 2018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MR은 2017년 11,000대에서 2018년에 약 21,000대로 늘었다. 이런 현상은 복잡한 기능 수행이 가능한 물류로봇의 수요가 증가하는데 그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물류로봇의 큰 틀인 서비스로봇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9% 성장하여 2017년 6,073억 원 규모이며 청소 로봇을 제외하고는 물류로봇, 의료로봇 등은 시장 형성 초기단계다. 수출액은 약 1천억 원 규모로 청소로봇이 628억 원(약 60%)을 달성했으며, 수입액은 약 400억 원 규모로 수입의 대부분이 의료용 로봇 303억 원(약 77%)이다. 

정부, ’물류로봇‘ 성장 가능성이 높은 4대 서비스 로봇 분야 중 하나로 선정

지난해 3월 산자부는 ’로봇산업 발전방안‘ 리포트를 발표하고 '로봇산업 글로벌 4대강국 도약‘이라는 비전 아래 전체 14대 서비스 로봇 분야 중 글로벌 시장규모, 비즈니스 잠재역량, 도전가치 등을 고려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돌봄, 웨어러블, 의료, 물류 등을 4대 전략 분야로 선정했다. Tractica, 국제로봇연맹(IFR) 등도 지난 2018년 14대 서비스 로봇 분야 중 2025년도까지 가장 크게 성장할 4대 분야를 산자부와 동일하게 전망했다. 

산자부는 물류로봇을 ▲가장 성장률이 높은 분야 ▲물류센터, 병원 등 활용 유망 ▲국내 산업계 역량 높은 분야 등의 이유로 4대 전략 분야로 선정했다.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산자부는 물류로봇 사업이 정부와 민간이 절반씩 출자하는 민간주도로 진행되며, 세부분야로 ▲스마트 물류 핸들링 로봇 ▲실내외 배송용 다중 로봇으로 나누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공장, 마트 등 800개 수요처에 4,000대의 물류로봇을 보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3년까지 공장, 물류센터, 유통매장 등을 중심으로 물류로봇을 보급하여 현장 활용도, 안전성 등을 검증하고, 제도 개선사항 등을 발굴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류로봇을 우정사업본부 우편집중국에 보급해 효용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는 민간 주도로 유통센터, 스마트팩토리 등을 중심으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2023년까지 부산, 세종 등 스마트시티를 대상으로 실외 배송로봇 실증사업을 통해 도로교통법 상의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물류 로봇, 기술적인 부분 외 사회적으로 해결할 부분도 많아

한편, 물류로봇을 위한 조작 기술 또한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데, 물체의 3차원 형태를 정확하게 인지/추정하는 것에서부터 미지의 형태의 물체를 로봇이 파지하는 것까지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전자통신원(ETRI)은 지난해 발표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물류/배송로봇의 동향 및 시사점’ 리포트에서 “Starship의 GPS 주도적인 접근 방법은 아파트가 많은 국내 환경에서는 부정확한 위치추정으로 인해 자율주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Marble과 같이 자율차에 사용되는 3차원 고밀도 지도(HD map)를 사용하여 위치추정을 수행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는데, 환경 변화에 따른 지도의 업데이트 이슈뿐만 아니라 최종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작은 길까지 고려된 3차원 고밀도 지도가 구축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ETRI는 "카메라는 시간과 날씨에 의한 조도의 변화에 민감하고,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국내의 도심 환경에서 로봇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ETRI는 “물류 및 배송로봇은 기술적인 부분 외에 사회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부분이 많다”며, “물류로봇은 반복적이고 고된 노동환경을 개선하지만 자동화에 따른 인력 감축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실외 자율주행은 안전사고와 사생활 침해와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로봇의 역할과 인간의 삶의 질의 향상에 고민이 필요하고, 관련 법적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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