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시대의 종언
대형마트시대의 종언
  • 김상철
  • 승인 2020.02.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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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2백개점포폐쇄의 의미

마트시대의 종언

한동안 대형마트를 찾는 일이 가족의 주말 행사였던 적이 있었다. 주말, 주차장에는 자동차가 가득했고 대형마트의 푸드코드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어김없이 긴 줄이 만들어졌다. 주말을 기다리다 온 가족이 함께 나와 외식을 하고 생필품을 사는 것은 일종의 이벤트였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전성시대는 어느덧 끝나버렸다. 더 이상 대중은 마트 방문을 주말의 가족행사로 여기지 않는다.

 

롯데, 점포 30% 문닫는다.

국내 1위 유통기업 롯데쇼핑이 13일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현재 운영 중인 오프라인 매장 700여개 중 실적이 부진한 점포 200여곳의 문을 닫는다. 전체 점포의 30%를 폐점하는 셈이다. 회사 창립 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롯데쇼핑은 이날 오프라인 점포 700여개 중 성과가 나지 않는 비효율 점포 200여개를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업이익 4279억원, 매출 17조6328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보다 28.3%, 1.1% 줄었다. 특히 롯데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해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오프라인 매장의 폐점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형마트 1개 점포에 보통 직접 고용 인원만 150~200명, 판촉 사원 등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하면 500명 정도가 근무한다. 약 7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온라인으로 재편되는 시장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은 2010년대 초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시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데 반해, 대형 유통업체들은 오랫동안 오프라인 시장에 머물렀다. 늦게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에 눈을 돌려 뛰어들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온라인 사업에서 쿠팡과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에 밀리고 있다. 물론 롯데만이 아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지난해 1507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보다 67.4% 줄어든 수치로, 사상 최고였던 2013년 7350억원의 5분의 1토막 수준이다. 작년 2분기 창립 2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영업적자를 봤다. 결국 지난해 10월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잡화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유통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대표적 업종으로, 오프라인 유통점의 잇따른 폐점은 고용 감소와 직결된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유통산업 종사자 수는 약 317만명(2017년 기준)으로 전체 고용의 약 15%를 차지한다.

 

세계적인 현상

유통시장의 붕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통의 패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산업의 대전환이 시작된 미국에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이미 무더기 폐점 중이다. 아마존 등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장난감 왕국 토이저러스가 도산했고, 125년 역사를 지닌 미국 중저가 백화점 체인 시어스도 파산했다.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도 지난해 초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육류와 생선, 조제 식품 판매대를 없앨 계획이어서 최대 1만5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소매업의 종말이 가져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혁신의 부재와 정책의 실패

물론 국내 대형유통업체의 몰락에는 기업의 혁신 부재와 잘못된 정책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34조원으로 오프라인 거래액 340조원의 40%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은 7개 유통 계열사 통합 쇼핑몰인 '롯데온'을 올해 상반기에야 출범시킨다. 온라인 쇼핑 대응이 그만큼 늦었다. 이마트가 속한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통합법인인 SSG닷컴도 지난해에야 출범했다. 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 업체인 미국의 월마트가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해 아마존에 대항하며 실적을 내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유통산업 발전에 대한 대안 없이 규제만 남발했다. 정부는 전통 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을 만들어 대형마트의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했지만 정작 전통 시장도 되살아나지 못하고 대형 유통업체만 위기로 몰아넣었다. 서울시는 롯데마트가 2014년 매입한 서울 상암동 2만㎡에 대해 개발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지자체의 '해결 불가능한' 규제도 많았다. 최근엔 스타필드 같은 대형 몰에도 월 2회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다.

 

예상되는 유통업 구조조정

롯데의 대규모 매장 폐쇄는 국내 유통업계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바람이 곧 다른 유통업계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강도 높은 다운사이징(downsizing·규모 축소)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 될것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슈퍼·롭스·e커머스 등 5개 사업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는 5개 사업부문의 매장을 오프라인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방향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슈퍼로 대체한다. 마트의 패션상품 판매는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구매력을 갖고 있는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해 진행한다. 이런 식으로 기존의 매장 운영 개념을 벗어던지고 공간을 융합한다. 사업부문별로는 롯데마트의 경우 신선 신품 중심의 '그로서리 전문몰'로 매장 구조를 혁신하고 점포 기반의 배송 시스템을 도입한다. 모든 점포를 온라인 배송의 물류기지로 만들 방침이다. 하이마트도 오프라인 비효율 점포 11개를 폐점하고 점포 대형화를 통한 효율성과 수익성을 꾀한다. 롯데의 변화는 한국 유통산업 구조조정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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