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에, 업계는 규제위주라며 반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이 15년 만에 전면 개정된다. 그간의 변화된 현실을 담고, 게임산업의 재도약을 위함이라는 것이 법 개정을 추진 중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초안이 공개되자 업계는 게임산업을 진흥이 아닌 규제의 대상으로 봤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문체부의 게임산업법 개정방향

게임산업법은 게임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게임을 문화로서 인정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2006년 제정됐다. 그러나 그 해 성인 오락실 산업인 '바다이야기' 논란이 불거졌다. 사행성 게임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게임산업법은 시행 3개월 만에 규제가 강화됐다.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한 개정안 연구는 지난 2019년부터 진행됐다. 문체부는 그간의 연구용역을 집약해 만든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을 공개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현황과 개정안 비교. 게임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하는 한편, 부정적 표현은 전면 재정비한다. 일단 명칭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사업법'으로 바뀐다. 아예 이름을 바꿔 게임사업법이라는 이름 하에 체계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게임물은 게임으로 변경하고, 온라인게임에 대한 정의도 명확히 한다.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온라인게임으로 통합해 이를 제공하는 사업 형태인 '온라인게임제공사업'을 신설한다. '사행성 게임'‧'중독'‧'도박'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주는 표현은 삭제한다. '역기능 예방'을 '순기능 확대'로 바꾸는 등 법률 전반에 걸친 부정적 인식의 용어도 정비한다.

게임문화와 게임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조항도 보완, 강화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마련, '게임문화의 날'도 지정할 수 있게 한다. 게임산업 협의체 구성, 게임산업진흥시설 지정, 한국게임진흥원 신설 근거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민관이 함께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고 현안을 해소케 한다. 규제 완화 작업도 진행된다. 기존 2단계로 나뉜 아케이드 게임의 등급분류는 4단계로 개선한다. 청소년시설제공사업은 전체이용가, 12세, 15세까지 게임을 제공할 수 있다. 게임 이용자는 정확한 정보 확인이 가능하고, 사업자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등급 분류를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게임은 등급 분류를 제외하고, 연령을 속이고 게임을 이용해 업주가 처벌받게 될 때 처분을 면제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한다. 특히 타법과 이해충돌 사안이 발생 시, 게임을 올바른 이용 등이 담긴 게임법을 우선 적용토록 하는 타법과의 관계 조항을 신설한다. 아울러 게임물관리위원회 심사에도 이의제기 신청 절차가 마련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되는데, 이에 따라 게임위는 사후관리감독 기관으로서 국제교류협력 업무도 담당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법정기구로서의 충분한 역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게임 이용자 보호 규정도 신설한다. 게임제작사업자 등의 표시 의무에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했고, 게임의 사행성 이용 금지 규정, 자율적 분쟁조정제도를 신설한다.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등 새로운 유형의 게임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안전관리 의무도 부여한다.

게임업계의 차가운 반응

정부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이유로 규제 위주 정책을 산업 진흥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업계는 반응이 다르다. 개정안 내용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유독 게임산업에 대해서만 기존 진흥법에서 사업법으로 제명을 변경한다는 것은 문체부가 게임산업을 진흥의 대상이 아닌 규제, 관리의 대상으로 보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문체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사행성 확인이나 게임과몰입 예방조치가 게임사업자의 의무로 정해지며, 게임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정의되고 게임사업자의 준수사항이 구성된 점이 문제로 거론됐다. 향후 신규 규제 도입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항별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개정안 일부 조항이 게임사의 의무를 과하게 부과하고 또 다른 규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율규제에 대한 명문화와 ▲해외 역차별에 대한 문제가 대표적이다. 개정안에선 게임 아이템에 확률정보 등을 표시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이 이미 있다고 지적한다.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에 대해 개별 확률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며, 확률정보 표시 위치를 이용자의 식별이 용이한 게임 내 구매화면 등에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 게임과 기업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매달 발표하고 있다. 문화사업의 힘은 자율성과 창의성에서 나오는 만큼 자율규제가 이미 잘 되고 있는데 정부 규제로 전환한다고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개정안은 게임사업자의 사업 유형에 따라 필요한 인허가를 정하고 있다. 등록 제도는 공익을 해할 수 있는 사업을 강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전 규제로, 게임 산업에겐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해외사업자들에겐 이러한 인허가 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 관할 지자체가 없어 아예 해당이 되지 않는 조항이다.

문체부의 법개정 추진일정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4조2902억원으로, 게임이 우리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문체부는 상반기 중 개정안과 중장기 진흥계획을 마련하고, 21대 국회에 이를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정안을 놓고 정부와 업계의 입장은 갈리고 있다. 업계는 여전히 개정안이 게임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게임사업자의 책무, 사행성 확인, 게임과몰입 예방조치 등 개정안에 담긴 일부 조항들이 게임 사업자에 관한 신규 규제 도입의 근거로 활용될 거라는 우려다. 게임 업계는 게임법 개정안이 게임 규제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개정안이 진흥 대신 규제를 강화하는 측면이 크다며, 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문체부에 전달했다. 게임 산업을 진흥하고 합리적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문체부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자율 규제와 정부 규제가 뒤섞였다는 점도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체부는 이번 게임법 개정안이 초안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개정안 입법 추진 과정에서 업계 및 전문가 의견을 반영할 방침이다. 문체부는 개정안이 게임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가능하다며 개정안의 수정 여지를 열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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