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폭풍과 ‘인간을 위한 기술’
코로나 폭풍과 ‘인간을 위한 기술’
  • 박경만
  • 승인 2020.02.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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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만 한서대 교수
박경만 한서대 교수

코로나19 확진자가 잠시 뜸해서 이젠 잦아드나 했지만 착각이었다. 어제 대구에서 무더기로 15명의 확진자가 나온데 이어, 오늘은 같은 지역에서 그 2배로 환자가 쏟아졌다.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80여 명이라니, 이제 그 숫자가 어디까지 늘어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예 본격적인 ‘지역 감염’이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한낱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IT와 디지털 기술만능의 거대한 독사(doxa)는 맥을 못추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의 병든 장기나 신체 부위를 차 부품 갈 듯, 건강한 ‘신품’으로 갈아끼운다는 트랜스휴먼의 자신감도, 인공지능 너머 인공생명으로 ‘영생’할 것 같은 호모데우스의 발칙함도 차라리 무력해보이기만 한다. 

이런 목전의 급박한 현실 앞에서 새삼 기술과 인간의 어울림을 생각해본다. 거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지구적 역병을 두고, ‘물질 만능에 대한 자연의 응보’라고까지 비약하고 싶진 않다. 그럼에도 늘 던져 마땅한, 치명적인 질문은 있다. 과학기술 혹은 IT와 디지털문명이 갖는 인간적 가치와 효용에 대한 것이다. 4차산업혁명을 앞둔 때일수록, 그런 본질적 물음은 늘 되풀이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反) 인문적 몰가치화가 편향된 가치를 부르고, 그로 인해 디지털 기술은 사회 ․ 문화적 역기능을 유발하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과학이 제 아무리 가치중립성을 견지한다고 하나, 어떤 가치에도 경도되지 않은 객관적 사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허구”라는 인류학자 브뤼노 라투루의 말이 그대로 와닿는 대목이다. 

다행히 어수선한 ‘코로나’ 사태 앞에서 그나마 인간과 기술에 대한 성찰의 결과도 없지 않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도구로서 IT기술이 코로나를 물리칠 무기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 사례 추적 앱’으로 환자를 실시간으로 식별해내는 앱이 널리 보급되고 있고, 그 기능과 속도도 날로 향상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식별해내는 기존의 ‘트랙 케어’ 앱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첨단 앱을 개발했다. 이는 바이러스 검사 접수에서부터 감염 여부와 결과에 이르기까지 실시간으로 표시한다. 이미 중국과 영국, 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국가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최신판 앱도 조만간 세계 각국에 보급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우리 보건 당국도 가만 있지 않았다. IT기술의 핵이라고 할 인공지능을 활용해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름 하여 ‘인공지능 기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재창출’ 작업이다. 또 면역학적 반응 원리를 기반으로 했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신속진단제 개발’ 작업도 병행한다고 하니 가상한 일이다. 이는 진단검체 전 처리에서부터 항원 진단기술, 시약 개발, 임상학적 성능평가 등 방역 현장에서 신속히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기 위한 기술이다. 나아가선 바이러스의 병원성·감염력, 항원성·면역력 등을 분석하여 실시간으로 방역 당국에 제공하고, 환자 처치나 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선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IT기술이 필수적이다. 가히 기술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모습이다.

이같은 기술과 인간의 조화는 곧 과학과 인문정신이 하나되는 ‘융합’이다. 우리가 오늘날 기를 쓰고 이루고자 하는 디지털 혁명의 본딧말이며, 목표가치다. 그래서다. 이 즈음 우리는 물질과 기술을 향한 탈인문적 ‘조립’이 아니라, ‘왜 이 기술이 필요한가’를 되새기는 인문적 화해의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IT와 이진법 구도의 디지털문명이 개화할수록 그와 같은 과학기술과 인문학 정신의 화해가 축소되거나 추방되어선 안 될 것이다. ‘무어의 법칙’은 한때 IT경제의 제1원칙으로 신봉되어 왔다. 그러나 무한으로 증식할 것 같았던 효율 극대화의 법칙의 끝엔 되레 비용이 급증하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요즘에 와선 절반의 진실 내지 ‘쌍팔년도’ 버전의 원리로 치부되고 있다. 무한 효율만을 믿어 의심치않았던 고든 무어의 오류는 결국 ‘기술만능의 기술’의 유한함을 일깨운 셈이 되었다. 정작 그 한계를 초월하는 것은 ‘인간의, 인간을 위한 IT기술’임을 시사했다고 할까.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현실은 그런 우회적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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