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확대와 가속되는 합종연횡

간편결제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의 힘이 커지면서 기존의 연대가 무너지기도 하고 새로운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카드회사, 플랫폼기업들의 전략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삼성페이, 온라인시장 진출하나

삼성SDS가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 1위 플랫폼인 삼성페이의 운영·관리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최근 '전자금융업'을 새로운 영위 사업에 추가하며 정관 일부를 변경했다. 삼성SDS가 삼성페이의 사실상 운영사 역할이 가능하다. 삼성페이 서비스는 삼성전자가 선보였지만 각종 규제가 많은 금융권에서 삼성전자는 전자금융 사업 라이선스를 유보해 왔다. 삼성전자와 삼성SDS 협력이 가시화되면 삼성페이를 통해 온라인 쇼핑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오픈뱅킹 이용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삼성페이 온라인결제 사업을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검증된 삼성전자 결제 인프라와 삼성SDS의 정보기술(IT) 전문성이 더해져 '삼성 PG(온라인결제대행업)' 연합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SDS는 앞으로 삼성페이 온라인결제 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카드사뿐만 아니라 계좌 기반 은행까지 연동해 온·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아우르는 인프라 고도화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오프라인결제 시장은 삼성페이가 시장을 석권했다. 마그네틱(MST) 기반 범용성 확보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5명 가운데 1명은 삼성페이를 쓴다. 여세를 몰아 삼성SDS가 중심이 돼 온라인결제 인프라를 확대한다면 파급력은 막강하다. 이미 삼성전자 자체 몰에 온라인결제를 적용했고, 최근 중소형 온라인 사업자와 가맹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편결제 시장의 합종연횡

앞서 카드사들은 간편결제서비스가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며 결제 시장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자 이들과 제휴하는 전략을 펼쳤다. 간편결제사들에게도 카드사와의 제휴는 오프라인 결제 비중을 높일 기회였기 때문에 카드와 페이사 간 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2016년 9월부터 삼성페이와 연동을 시작한 삼성·신한·KB국민카드가 그 시작이었다. 이후 삼성카드는 차례로 페이코·SSG페이·카카오페이와 손잡으며 활발한 ‘앱투앱’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카드는 L페이·네이버페이·스마일페이·페이코와, 현대카드는 카카오페이와 앱투앱 연동을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은 최근 달라지기 시작했다. 간편결제사들이 급속도로 성장해가며 사업 영역을 확대해가자 카드사들과의 경쟁 영역이 늘어나게 됐다. 간편결제사 입장에선 이제 카드사와의 제휴보다 자체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된 셈이다. 자체적으로 다양한 금융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다. 카드사와 간편결제가 협업해 출시했던 제휴카드는 지난해부터 잇따라 단종되고 있다. 특히나 간편결제사와 제휴로 내놓았던 상품은 소비자 혜택이 높은 일명 ‘알짜카드’로 인기를 끌었었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네이버와 손을 맞잡고 출시했던 ‘신한 네이버페이 체크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단종된 해당 카드는 전월 실적과 무관하게 결제금액의 1%를 네이버페이로 적립할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적립된 포인트는 네이버페이 및 온라인 가맹점 등에서 사용 가능해 활용범위도 넓은 상품이었다. 네이버페이 측의 제휴 중단 요청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0월 말에는 우리카드도 페이코 제휴카드인 ‘페이코 우리체크카드’를 출시 1년 4개월 만에 단종시킨 바 있다. 해당 카드 역시 페이코 측의 제휴 중단 요청으로 발급이 중단됐다.

 

업체들의 다양한 전략들

달라진 상황에 대응하는 전략은 다양하다. KB국민카드의 경우는 새로운 간편결제 플랫폼 'KB 페이(가칭)'를 구축하기로 했다. 기존 앱카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단순 결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방형 디지털 플랫폼을 연내 구축할 방침이다. KB국민카드는 KB 페이 구축을 위한 '앱카드 결제시스템 고도화' 공개 입찰을 진행 중이다. KB 페이는 국내외 온·오프라인 가맹점 결제를 넘어 충전, 송금, 출금, 장단기 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현황 등의 정보수집 및 분석도 구현한다.

특히 다른 카드사들이 자사 카드만 등록 가능한 폐쇄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KB국민카드는 다른 사업자가 KB 페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시스템을 개방할 방침이다. 삼성카드는 카카오페이 앱과의 연동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카드 앱 ‘앱카드’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선택하면 바로 카카오페이 앱으로 넘어간다. 카카오페이에 결제수단으로 삼성카드를 등록하기 위해 카드 사진을 찍거나 비밀번호 등을 입력할 필요도 없고, 등록 시 바로 앱카드로 연동하면 인증이 가능하다. NH농협은행은 2017년 1월에 출시한 자사의 간편 결제 브랜드인 ‘올원페이(Allone Pay)’ 고도화 사업에 나선다. 농협은행은 NH농협카드의 온·오프라인 카드 결제시 이용편의 제고를 위한 간편 결제수단인 올원페이에 삼성페이를 결합시켜 삼성페이의 280만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2월 중으로 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오는 8월까지 1차 개발 사업에 나선다. 이후 안정화 및 테스트 등 작업을 10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급성장하는 간편결제 시장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급수단으로 현금을 사용하는 비중이 2014년 37.7%에서 2016년 26%로 급감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현금결제 비중은 19.8%다.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현금 없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카드 없는 사회’가 가까워지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페이’부터 ‘네이버페이’ ‘L페이’ ‘SSG페이’ 등 많은 기업들에서 각종 간편결제 플랫폼을 내놓으며 시작된 현상이다. 간편결제란 공인인증서를 거치지 않는 온라인 결제방식으로, 결제 금액이 제한돼 있지만, 온라인 카드 단말기 격인 PG사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과정이 단순한 것이 특징이다. 간편결제 사업자는 주로 전자상거래 업체나 정보통신(IT) 업체, 핀테크 업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쿠팡의 쿠페이,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의 스마일페이, 11번가의 SK페이, NHN의 페이코 등이 대표적이다.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는 대단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간편결제 서비스 가입자는 약 1억7000만명이며, 이용 건수만 23억8000만건에 달한다. 결제금액은 80조1453억원으로 2016년(26조8808억원)보다 약 3배 증가했다. 

간편결제를 선택하는 것은 가장 먼저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간편결제는 선불충전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계좌이체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업은 고객이 충전한 금액으로 물건을 살 때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을 주고 있다. 이 또한 소비자들이 간편결제를 선택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신용카드사나 PG사에 주던 수수료(건당 3%가량)를 아껴 고객에게 혜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간편결제를 이용해 얻는 적립 포인트는 다른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쿠팡에서 적립된 포인트는 G마켓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한 번 모아놓은 포인트를 소비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는 특정 간편결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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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앞둔 간편결제시장

올해 간편결제 시장은 2막이 열릴 전망이다. 이르면 상반기 중 간편결제에서도 신용카드처럼 ‘후불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이다. 결제 한도도 기존 200만원에서 300만~500만원으로 상향돼 고가 전자제품이나 항공권 구매도 가능해진다. 롯데카드와 신한카드는 생체 인증을 앞세우고 있다. 롯데카드는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손바닥 정맥인증 결제서비스인 ‘핸드페이’를 선보이고 있다. 미리 정보를 입력해두면 언제든지 손바닥으로만 결제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신한카드는 안면인식으로 결제하는 ‘신한 페이스페이’를 사내 식당과 카페 등에 적용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절대강자였던 삼성페이도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면 상황이 달라질수 있다. 애플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의 한국 진출은 연기될 공산이 커졌다. 카드업계는 2015년부터 애플과 결제 서비스 한국 도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애플페이 사용에 따른 수수료 문제와 결제단말기 투자 주체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한국 서비스 진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결제 시장에서 간편결제 플랫폼 회사의 주도권은 날로 막강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연대와 사업추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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