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압박속에도 5G시장 주도

중국의 화웨이가 영국 런던에서 새로운 5G제품과 솔루션을 발표했다. 미국의 압박과 코로나 바이러스 충격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5G시장 주도하는 화웨이

화웨이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5G 영토를 넓히고 있다. 전세계 화웨이 5G 상용계약건수는 90건을 넘어섰다. 화웨이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화웨이의 새로운 5G 제품과 솔루션을 발표하고 '5G 파트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100건에 가까운 신규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에 따르면 지금까지 화웨이는 91건 이상의 5G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고, 60만개 이상의 다중입출력안테나 중계기를 출하했다.

향후 5년간 혁신적인 5G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2,000달러를 투자할 계획이기도 하다. 화웨이는 이미 전 세계 파트너사들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 대학 캠퍼스, 헬스케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5G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같은 발표는 글로벌 5G 상용화 촉진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 장비 퇴출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의 압력에 대응해 협력사들과 단합을 촉구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5G 모듈이 내장돼 방송사는 물론, 유튜버나 브이로거와 같은 활동적인 크리에이터들이 더욱 간편한 실시간 생방송 진행을 할 수 있는 백팩도 선보였다.

미국의 계속되는 압박

미국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은 계속된다. 트럼프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보안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며 법적 규제 수단은 물론이고 외교력과 자금력까지 총 동원해 압박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5G에 이어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생산 장비를 이용하면 미 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면허)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규제가 적용되면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사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하려면 미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또 제3국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라이선스 요구 기준인 미국산 부품 비율을 현재 25% 이상에서 10%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세계 대다수의 반도체칩 제조사가 KLA 등 미국의 생산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업계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화웨이에 대한 압박과 유럽

미국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압박 전략에 공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말이 공조일 뿐 압박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1년 넘게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망 참여 배제를 동맹국들에 강하게 요구해왔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중국과 무역 협상 결렬 직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웨이와 70여개 계열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를 할 때 정부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동시에 파이브 아이즈(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동맹국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등 국가에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지 말아달라며 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쓴다면 민감한 고급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영국 등을 압박했다. 하지만 유럽 주요 국가들은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했거나 일부 허용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미국의 속을 태우고 있다. 오히려 영국과 프랑스는 핵심 안보장비를 제외하고 화웨이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영국은 지난 1월 말 화웨이의 5G 이동통신망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은 4세대 이동통신 장비도 값싸고 성능이 뒷받침되는 화웨이 제품을 사용해 왔고, 현재로서는 화웨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도 마땅치 않다며 허용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 요구대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 5G 서비스 경쟁에서 수년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독일도 영국과 같은 이유로 비슷한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도 5G 장비 보안요건을 강화하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만 화웨이를 배제하도록 결론을 내렸다.

화웨이를 쓰는 이유

사실 세계 최대 5G 통신장비 제조업체는 중국의 화웨이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5G 장비시장 점유율 31.2%로 1위를 회복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건 복합적 이유가 있다. 당장 5G 시장에서 화웨이를 현실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 보다폰, 도이치텔레콤, 텔레포니카 등 범 유럽을 권역으로 사업하는 이동통신사는 LTE 시장에서 가격경쟁력과 성능을 검증받은 화웨이 장비를 활용한다. 텔레포니카는 독일에서 화웨이 장비로 5G망을 구축하기로 했고 도이치텔레콤은 화웨이 장비를 장기적으로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EU 각국 정부는 이통사와 산업이 대응할 시간을 벌어줘야 하는 상황이고 화웨이는 이 같은 지점을 집중 공략하며 화웨이 장비를 채택해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압박전선 확대

말이 먹히지 않자 미국은 압박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영국을 방문해 화웨이 장비 도입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의 결정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탰다. 그런가 하면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어떤 국가든 ‘신뢰할 수 없는 5G 판매자’를 선택한다면 우리의 정보 공유 능력을 위험하게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도록 지시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독일을 압박했다. 미국 뉴욕 연방 검찰도 화웨이가 기업 부패 범죄 처벌법(RICO)을 위반했다며 16개 혐의를 적용해 추가·기소했다. 화웨이 본사와 미국 내 자회사, 런정페이 회장 딸인 멍 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검찰은 화웨이가 오랜 기간 미국 기업의 영업비밀을 빼돌리고 지식재산권을 도용하려 했고 미국 제재 대상인 북한과 이란을 지원했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추가 기소를 단행한 것은 화웨이 제재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러스 타격받은 화웨이

사실 화웨이의 상황은 좋지 않다. 갈수록 심해지는 미국의 제재만이 아니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 확장과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타격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웨이는 중국 현지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에 달하는 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생산량이 화웨이는 1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2020마저 취소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최근 3년간 MWC 행사에서 화웨이는 메인 스폰서를 도맡으며 신제품과 경영 전략 비전 등을 발표해왔다. 이에 화웨이는 계획을 바꿔 온라인 신제품 발표회를 열기로 했다. 발표회 일정은 24일 오후 9시부터 11시(베이징 시간 기준)이며, 스마트폰, PC, 태블릿PC, 사물인터넷(IoT) 제품 등의 신제품을 소개할 계획이다.

 

미국이 압박을 강화하는 이유

오랜 분쟁 끝에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이뤄낸 미국이 화웨이를 다시 강하게 제재하려는 것은 일단 1단계 합의에 대한 중국의 이행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1차 합의 이행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은 상황에서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 검토는 중국으로 하여금 합의 이행을 잘 하라는 압박 카드라는 설명이다. 향후 추가 무역협상에 있어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화웨이도 반박을 거듭하며 한치도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3월 “미국 정부의 자사 제품에 대한 사용 금지 결정은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미국 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기각됐다. 오히려 연방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정부와의 계약은 특권이지 헌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는 아니다”라며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의해 화웨이 제품 구매를 금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지금의 상황은 미국의 압박은 여전하지만 화웨이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가격 전략을 총동원하며 유럽과 아시아, 러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방어전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정리할수 있다.

 

쉽게 끝나기 어려운 전쟁

미국 정부와 화웨이의 싸움은 미국과 중국의 세계패권 전략이 충돌하기 때문에 비롯된다. 5G 시장과 첨단 기술·장비 주도권을 둘러싼 양국의 치열한 시장주도권 쟁탈전도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화웨이도 미국 압박에 당하고 있지만은 않다. 미국 정부와 화웨이 간 공방전이 어느 한 쪽 완전한 승리로 쉽게 끝나리라고 보는 전망은 많지 않다. 화웨이는 현재의 상황을 '전시상태'로 인식하고 있다. 런 정페이 회장은 24시간 대응체제를 가동하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화웨이는 연구개발(R&D) 비용 20조원을 투자해 자체 모바일 운용체계(OS), 인공지능(AI), 5G 장비를 개발한다. 미국의 소프트웨어(SW) 기술종속에서 벗어나 자체 가격경쟁력과 성능을 강화한 제품으로 시장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유럽을 잇는 거대한 해저케이블을 구축, 글로벌 영향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

미국은 압박을 강화할 태세다. 글로벌 패권을 바탕으로 한 안보 전략은 물론이고, 기술 측면에서도 SW 일변도 산업에서 벗어나, 5G 장비·인프라 구축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천명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에 빼앗긴 글로벌 HW 장비 공급망을 되찾겠다는 생각일것이다 양측 모두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쉽게 끝나기 어려운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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