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법’ 개정,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 등
문체부 ‘사행심 조장 최소화’ vs 업계 ‘무조건 규제 안돼’

사진은 ‘리니지2’ 게임이며,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게임산업에 관련된 일련의 법규와 제도 정비를 둘러싸고 업계와 정부가 첨예하게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되, 그 명칭을 ‘게임사업법’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는 ‘사업’이란 용어에 대해 부정적이다. 기존의 각종 ‘사업법’은 철도・항공・항만 등 ‘공공 부문’이나 ‘허가 사업’을 대상으로 규제사항을 다루고 있으며, 민간이 주체가 되는 산업을 지정한 사례는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법 명칭, ‘진흥’ 아닌 ‘사업’이 웬말” 반발
또 업계는 게임 참가자들이 이용하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는 갈등을 빚고 있다. 사행심을 조장하는 만큼 정보 공개를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공정위와는 달리, 지금처럼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애초 이를 판매하는 게임 회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이용자는 구입할 뿐이어서, 금액보다 더 높거나 낮은 게임 아이템이 지급될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참가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게임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무한정 반복해서 구매하기 쉽고, 사행성을 조장하기 쉽다는게 당국의 우려다. 그래서 확률형 아이템에 어떤 아이템이 들어 있는지, 아이템이 등장할 확률은 얼마인지를 게임 이용자에게 공개하도록 법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양측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 차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일정 수준의 규제를 가하지 않으면 사행심이 조장되어 도박처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다양한 실감기술과 데이터 마이닝, 플랫폼 융복합 등의 첨단 IT기술이 집적된 것이 게임이라는 주장이다.
 
양측 시각차…‘사행산업’ vs ‘ICT산업’
우선 ‘게임산업법’ 개정을 앞두고도 업계는 “지난 2006년 게임산업법 제정 이후 15년 간 연관 기술 발전, 플랫폼 융복합화, 유통방식 변화, 글로벌 서비스 진화 등 급격하게 변화된 게임 생태계 환경을 반영해 현실에 부합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문체부가 내놓은 개정안의 경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는 입장이다. 문체부 안이 나온 직후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는 의견서를 통해 “유독 게임산업에 대해서만 기존 ‘진흥법’에서 ‘사업법’으로 제명을 변경한다는 것은 문체부가 게임산업을 진흥의 대상이 아닌 규제・관리의 대상으로 보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명칭 변경부터 문제삼았다.

협회는 “특히 ‘게임산업은 진흥과 육성이 필요한 산업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관계부처 합동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현 정부의 공약 및 정책기조와도 결을 달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목조목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제4조(게임사업자의 책무), 제34조(사행성 확인), 제63조(결격사유), 제68조(게임사업자의 준수사항), 제75조(게임과몰입 예방조치) 등 게임사업자의 의무와 관련된 내용들이 선언적 조항으로 구성된 점도 문제로 꼽았다. 향후 또 다른 규제 도입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란 의구심 때문이다.

또 “대다수 조항들이 대통령령 위임(96개 조항 중 86개 조항)으로, 사업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침해하고 창작 활동을 제한하는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또한 청소년의 연령을 만 19세 미만으로 정의하고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화, 비디오 등 타 콘텐츠 산업이 현재 만 18세 미만으로 청소년을 정의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명백하게 게임만 역차별을 받는 셈이란 지적이다.
 
‘확률형 아이템’ 공개 법제화, ‘자율규제 강조 세미나’로 맞서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확률형 아이템’의 사전 정보 공개의 법제화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애초 업계는 법이 아닌 자율규제를 해왔으나, 이행 정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게임 회사의 자율 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커졌고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공정위도 법제화쪽으로 돌아섰과, 20대 국회엔 관련 법안이 3건이나 발의된 상태다.

이에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나름대로 방어책을 마련했다. 세미나를 통해 업계의 자율적 역량을 과시하는 한편,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의 경우 이를 법으로 만들 경우 문제점을 부각시켰다. 만약 규제를 명시한 개정안이 법제화되면 ▲자율규제 기반 와해 ▲이용자 혼란 가중 ▲법적규제 밖의 행위를 조장하는 부작용 발생 ▲국내업체 부담 가중 등의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또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적용 대상이 되더라도 사법 관할권의 제한으로 인해 실제 법률 집행이 어렵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업계, ‘규제 완화, 자율규제’ 의견서 제출
이같은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업계는 우선 문체부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에 대해 적극적 대처를 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을 강조하며, “각계 합의에 기반한 중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이를 실행하기 위한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당국의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또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에 대해선 “게임산업은 ICT산업 특성상 경직성이 높은 정부 규제가 적용되기 어렵고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며 역시 반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게임산업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강제가 아닌, 자율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을 동시 달성할 수 있다”고 언론 홍보 등을 통해 자율규제의 정당성을 전파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대표로 한 업계는 우선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 관련 의견서’를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이들은 “법 개정에 앞서 게임 관련 전문가 등 의견 청취를 통해 게임산업 진흥과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그 시행 방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게임법 개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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