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한서대 교수
박경만 한서대 교수

세계적인 IT컨설팅 그룹인 가트너는 각국의 기업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조치 3가지’를 권했다. 한글 번역문을 그대로 옮기면 첫째가 ‘보안 제어 및 네트워크 지원을 갖춘 디지털 협업 툴’이며, 둘째는 ‘디지털 채널을 통한 고객 및 파트너 참여 유도’, 셋째가 ‘직원들을 위한 단일하고 진실한 공급원’이다. ‘디지털 협업’, ‘고객 및 파트너 참여’, ‘직원을 위한 공급원’이 각각 방점을 찍을 만한 핵심어다. 나름대로 심사숙고 끝에 내놓은, 디지털 버전의 항(抗)바이러스 전략인 셈이다. 첫째 사항의 ‘원활한 디지털 협업’을 위해선 기본적인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인력 부족에 대처할 것도 각별히 주문했다. 눈여겨 보면 이들 세 가지 조치의 행간에서 포착되는 공통의 키워드가 있다. 다름 아닌 ‘인간’이다.

하긴 어지러운 4차산업혁명 틈바구니에서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도 날로 증폭되고 있다. 신과 같은 호모데우스의 초월적 비전을 숭배하는 이들은 ‘인간은 70kg의 가장 저렴하고 예측 불가한 만능 컴퓨터’라고 한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이런 생각을 나르시시즘의 ‘복음적 사고’로 일축한다. 그저 극단적인 트랜스휴머니즘에 의한 무한한 소비욕과 기술만능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미래의 ‘인간’을 격하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간들은 기계에 밀려 만물의 2인자가 되기는 싫은 걸까. 사회학자 안토니오 네그리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얘기한다. 첨단 IT와 디지털 기술 역시 ‘사회적 공장’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 논리라면 독불장군이 있어 ‘무’에서 ‘유’를 만든 게 아니라, 경제주체로서 모든 인간이 연대하고 신뢰하며 문화적 코드를 공유, 전승한 결정체가 ICT와 IT, 디지털 혁명이다.
 
네그리의 ‘희망’을 믿는다면, 인간의 상호작용이 필시 경제적 거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욕구는 결국 기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인간들이 있어야만 채워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가트너도 코로나19에 맞선 ‘디지털 협업’을 말하며,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스턴트 메신저와 파일 공유 및 미팅 솔루션’을 특별히 강조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와 고객 관계관리(CRM) 등 기업 차원의 애플리케이션에도 밑줄을 그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메신저, 공유, 미팅, ‘관계’의 관리는, 제 아무리 ‘포스트 휴먼’한 디지털기술이라고 해도, 그것이 ‘문명’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들이다.
 
신기술이건, 산업혁명이건 그 뿌리나 모티브는 ‘과거’다. 과거의 노동이 있길래 현재의 노동과 기술이 있고, ‘수신(修身)’ 후 ‘제가(齊家)’한 결과로서 가사노동과 같은 재생산노동이 있기에 사업장의 생산노동이 활발해진다. 이를 모든 개별 직업과 노동으로 확장하면, 사회 전반의 협업 개념으로 증폭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회적, 경제적 성과도 협업에 의해 비약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진 덕분에 세습한 공동체적 재산에 불과한 것이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한다는 애플만 해도 전 세계에 750여 협력업체가 있다. 인간과 인간 빅데이터의 연결과 축적, 그로부터 인공지능의 진화로 구성한 피드백이 작동한 결과 구글 자동번역기가 열리고, 알파고 대국 데이터나 IBM ‘왓슨’, 페이스북 얼굴인식시스템 등이 출현한 것이다.
 
역설적이랄까. 가트너는 기업체의 최고 정보책임자들(CIO)에게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오프라인의 면대면 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직장내 협업, 화상 회의, 라이브스트리밍 솔루션들을 추천했고, 조직 효율화와 고객을 위한 온라인, 모바일, 소셜, 키오스크, 대화형 음성응답(IVR)채널을 권장했다. ‘면대면’이라고 하니, 원격 비대면 공간에 익숙한 디지털 세계로선 의외다. 그러나 가트너의 의도는 일관된다. IT기술만을 수단으로 활용하되, ‘인간’들이 사심없이 공유한 각각의 지식과 경험, 노동으로, 목전의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뜻이다. 국내의 한 경제학자가 “인공지능이 생산한 부를 n분의 1로 나누자”고 한, 배분적 정의와도 닮았다. 이는 멀게는 인간과 기계의 매트릭스를 둔 Q&A로 이어진다. 하지만 당장은 전지구적 코로나 팬데믹에 맞서기 위한 ‘인간 선언’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