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실적은 여전한 격차 드러내

 

올해 1분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2위를 유지했지만 1위를 굳건히 한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는 실패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간 초미세 공정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두 회사의 초미세 공정 경쟁은 올해를 기점으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실적발표, 드러난 격차

파우드리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글로벌 시장점유율 15.9%를 차지하며 업계 2위를 유지했다. 다만 점유율 54.1%1위를 굳건히 한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는 실패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파운드리 산업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기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약 38289억원(296000만달러)으로 15.9% 늘었으나 점유율은 3.2%포인트 하락했다반면 업계 1TSMC는 점유율을 계속 늘리고 있다. 작년 1분기 48.1%에서 4분기 연속 점유율이 상승해 올 1분기 매출은 약 13356억원(102억달러)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시장 수요가 1분기까지는 지속된 가운데 TSMC로의 쏠림현상이 가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TSMC 점유율 54.1%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1분기 29%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38.2%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삼성전자와 TSMC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진 데 대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극자외선 공정(EUV), 8나노 공정 확대 등 전체 매출 가운데 첨단 공정 제품의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TSMC의 성장 요인으로는 TMSC 나노(nm·1나노는 10억만분의 1m) 공정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을 꼽았다. TSMC의 전체 매출에서 7나노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달한다. TSMC12·16나노 공정의 생산량을 9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도 5G용 모뎀·사물인터넷(IoT)·자동차 제품 생산 수주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파운드리 시장과 삼성전자

삼성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후발 주자였다. 1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나지만 세계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10%대 후반이다. 작년말 공개된 가트너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5G 이동통신 서비스 등 산업계 수요로 반도체 수요가 활발해져, 올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10.4% 커진 688억 달러(828000억 원)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75월 연매출 53000억 원 규모로 세계 4위 수준이었던 '파운드리 사업팀'을 별도 사업부로 독립시켰다. 당시 2~3위 업체와 격차가 거의 없었던 파운드리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겠다는 구상이었다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갖는 약점은 '내부 거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 사업부가 독립하기 전부터 수행했던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반도체 제조 위탁생산 실적이, 독립 이후에도 전체 사업 매출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전체 매출 비중에서 퀄컴, 엔비디아, 애플 등 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의 위탁생산을 수주해 발생하는 수익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도약을 위해서는 걸맞는 고효율 반도체 제조 기술과 양산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위해 칩 생산량과 성능을 모두 늘릴 수 있는 첨단 미세공정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현재 업계에서 차세대 공정 기술 핵심으로는 '극자외선(EUV)'을 사용하는 '노광' 공정이 꼽힌다. 노광은 반도체 웨이퍼에 빛을 쪼여 회로를 새기는 단계다. 이 때 파장이 짧은 EUV를 사용한다. 초미세 공정 구현에 유리하다.

 

파운드리 기술격차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부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을 담당하는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실제 최근에 많은 고객이 삼성 쪽으로 오고 있다며 첨단 공정 리더십으로 삼성 파운드리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첨단 공정에서 삼성이 대만 TSMC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TSMC의 최신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하지만 격차는 분명 존재한다. 5나노에서도 TSMC는 다음 달부터,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제품을 생산하며 본격 경쟁할 전망이다. 실제로 5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급 초미세 공정을 놓고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5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극자외선(EUV) 기술을 기반으로 한 5나노 공정 기술을 활용하면 7나노 공정 대비 로직 면적이 25% 줄어든다. 전력 효율은 20% 향상돼 전보다 크기는 더 작으면서 성능이 우수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TSMC는 올 상반기 5나노 양산이 예정돼 이제 설비 구축을 시작한 삼성보다 한발 앞서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추격하고 있지만 TSMC는 삼성보다 먼저 나섰다. TSMC4월부터 5나노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 애플과 퀄컴, 화웨이가 모두 고객이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MDTSMC의 고객사다. 이는 삼성전자보다 한발 빠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2월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6·7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45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했지만, 고객사의 제품 출시 일정에 맞추느라 양산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삼성전자는 최근에야 5나노 파운드리 라인 투자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5나노칩 생산 라인 완공이 6월쯤 마무리되고, 수율 안정화 등을 거쳐 올 하반기에 본격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의 추격전략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방향은 향후 메모리반도체 이상으로 수요가 확대될 미래 시스템반도체의 위탁생산 수요를 공략하는 데 맞춰져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선언한 '삼성 반도체 비전 2030' 기반의 투자 계획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시스템반도체 분야 전문인력 15000 명을 채용하고 반도체 R&D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 그중 최첨단 반도체 생산 인프라에만 60조 투자한다는 계획이다삼성전자가 종합반도체 1위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서도 대형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과제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퀄컴(5G)IBM(서버용CPU), 인텔(데스크톱용 CPU), 중국의 바이두(AI) IT 큰손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절대강자인 대만의 TSMC를 넘기 위해서는 역부족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기흥 DS데이터센터를 통해 칩 설계기술력을 향상시켜 인공지능(AI)5G(5세대 이동통신),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IoT(사물인터넷) 등 고도화된 칩 생산을 요구하는 팹리스(반도체 라인 없이 설계를 전문 업체) 업체의 요구를 충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올해는 두 회사의 기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TSMC와 삼성전자는 20223나노 제품 양산을 목표로 막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3나노급 미세 공정 개발 경쟁이 앞으로 파운드리 패권의 성패를 가른다반도체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미세 공정 기술 경쟁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중 5나노급 이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 2곳뿐이다. 3나노 칩 기술 개발엔 삼성전자가 앞서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연구소 단위에서 3나노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본격 양산 체제로 이어가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일단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와 동등한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본다. 2022년 양산이 목표다. TSMC도 기술 개발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에 150억 달러이상을 쏟아부을 예정이다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미세공정 로드맵을 보면 오는 2022~2023년 내 3나노 생산을 계획 중이다. 이는 TSMC3나노 생산목표 시기와 일치한다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R&D)·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도약의 기점이 될 수 있다. 목표는 오는 2023년까지 '점유율 25% 안착'이다.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투자

SK하이닉스도 중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고객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100%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의 청주시 M8 파운드리 공장을 올 상반기 우시 공장으로 이설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생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우시 공장을 통해 중국내 1000여개에 달하는 펩리스 기업을 상대로 고객 확보에 나서 파운드리 매출 비중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구체적인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아울러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오는 2028년까지 120조원을 투자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규모는 4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는 국내 사모펀드(PEF)의 후순위 투자자다. 매그나칩은 지난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사업부문을 분할 매각해 만들어진 회사다. 현재는 파운드리 업체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이 주력이다. 관련 시장 세계 8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경영난으로 해외 기관투자자들에 넘어갔다. 이들이 대주주이고, 생산 및 연구시설은 청주와 구미에 두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메모리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SK하이닉스아이씨가 파운드리 사업을 담당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D램에서 2029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에서 75.0%를 차지하는 수치다. 반면 파운드리 및 이미지센서 등 매출 비중은 5.5%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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