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한서대 교수
박경만 한서대 교수

MS사의 지능형 디지털 비서인 코타나는 더 이상 윈도우 10에서 액세스할 수 없게 되었다. 스마트 홈이나 음악 재생 등 다른 예정된 작업도 수행할 수 없고, 곧 있을 윈도우 업그레이드에서도 활동하지 않게 된다. 사실상 종말을 선언한 것이다. 2014년 등장했을 때 MS에게 코타나는 개인 비서 소프트웨어 시장 판도를 뒤바꿀 비장의 무기였다. 애플의 지능형 개인 비서 소프트웨어 ‘시리’나 아마존 ‘알렉사’를 제압하리라 호언했다. 나중에 등장한 구글 어시스턴트도 마찬가지였다. 허나 그런 야심찬 출사의 변은 이제 허공의 메아리로 그치게 되었다. 그렇다면 까닭이 무엇일까. 이 대목에서 다시 공감과 융합이라는 디지털 인문학 코드를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부터 코타나는 아마존 알렉사나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완전한 결합 따위는 생각지도 않았다. 연동도 불가능했다. 각종 기기에 통합된 적도 없지만, 그 동안 자랑해왔던 스마트 스피커에 이제 탑재되지도 않는다. 소비자와 눈을 맞추거나, 마음을 읽을 노력을 외면한 것이다. 사실상 퇴장을 앞둔 지금에 와서도 이런 고집스런 외통수는 여전하다. MS는 코타나 액세스를 엄격하게 조정해 학교나 직장, 또는 MS계정으로 안전한 로그인을 해야 코타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로컬 윈도우 계정을 계속 쓰려는 사용자들은 코타나에 더 이상 액세스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 “음악 재생, 커넥티드 홈, 서드파티 스킬 등은 윈도우10에서 업데이트되는 향후 코타나에서 경험할 수 없게 될 것”이란게 MS의 멘트다. 자못 오만하게 비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MS는 코타나의 ‘진화’를 얘기한다. ‘마이크로소프트 365’라는 제품 라인업을 망라한 검색 등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365’는 정식 제품명이 아니다. 오피스 365, 윈도우 10 엔터프라이즈, EMS(Enterprise Mobility and Security) 같은 개별 아이템을 총칭한, 일종의 카테고리다. 코타나가 그 색인을 어떻게 망라하고 통합할지도 알 수 없다. 단지 ‘일정을 확인하고, 할 일 목록에 작업을 추가하고, 미리 알림을 생성하는 등의 기능’을 MS는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코타나가 수행해오던 것이어서, 굳이 새 기술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걸 두고 MS는 ‘진화’라고 했다. 정녕 진정한 진화를 원하는 사용자들과의 공감이나 감정이입 노력 따윈 찾아볼 수 없다.
 
비슷한 사례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서도 볼 수 있었다. 오늘날 미국차는 국내 시장 점유율 50%를 턱걸이하고 있다. 역시 공감 부족이 문제였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의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엔 수입차가 드물다. 오직 미국산만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 자동차 회사들은 자사 직원과 그 사돈의 팔촌까지 공짜에 가까운 값으로 차를 사게 하고 연료도 제공했다. 직원들이야 대만족이었다. 굳이 ‘미국차’ 외의 다른 차를 염두에 둘 것도 없고, 형태와 특징 등 고객 취향에 신경쓸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만의 유리벽에 갇혀 희희낙락하는 동안, 소비자들이 떠나면서 그들은 고립되었고,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2류로 추락하고 말았다. 공감능력 부족이 낳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단면이다.
 
공감 부족의 증거는 2017년 당시 코타나의 스킬에도 드러났다. 알렉사가 무려 2만 5천개 스킬을 내세웠던데 비해, 코타나는 주로 음성 앱 위주의 스킬 230개 밖에 없었다. 코타나가 탑재된 스피커 역시 아무도 사지 않았지만, 알렉사와 구글 탑재 스피커는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나중엔 윈도우10 스토어에서마저 알렉사 앱에게 밀려났다. MS는 이미 윈도우 검색창과 코타나를 분리해 코타나의 접근성과 유용성도 제한했다. 최근 업데이트로 인해 이젠 윈도우와 개인 사용자의 삶에 코타나가 통합, 활용되기란 더 어려워졌다. 이제 MS가 뭐라고 포장을 하든, 개인 비서나 보조자로서의 코타나의 역할은 끝났다. 반면에 시리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는 시종 승승장구하며 소비자들의 구미를 충족시키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코타나의 종말은 MS에게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코타나에 배정됐던 자원을 다른 더 중요한 기술에 쏟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핵심 코드를 간과한 것이다. 사용자 내지 소비자에 대한 공감능력의 부재를 가벼이 본 것이다. 공감능력은 기업 성공에 없어선 안될 덕목이다. 풀어서 얘기하면 고객을 겨냥한 고도의 감성지능과 인지력, ‘타인’을 내면화하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감수성이다. 개인은 물론, 수많은 개인들인 소비자가 얽혀있는 기업과 시장 네트워크에서 이는 필수다. 그 어떤 기상천외의 디지털 네트워크든, 플랫폼이든 관계치 않다. 공감능력이 스며있지 않는 한 항상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코타나의 실패는 그런 점에서 MS의 세기적 패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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