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의 관련 국산 기술 바탕, 4년 내 세계수준 CPU 원천기술 개발

순수 우리 기술만으로 개발된 국산 슈퍼컴퓨터가 멀지 않아 등장할 전망이다. 이를 실현할 기술력도 충분히 갖춰져 있어 빠르면 오는 2024년까지 슈퍼컴퓨터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예산을 투입, 개발에 나섰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슈퍼컴퓨터(HPC)와 인공지능(AI) 기반 초고속 데이터 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 초고속 D램을 개발, 국산 슈퍼컴퓨터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생산·처리·활용 가능한 컴퓨터 시스템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제정된 ‘국가초고성능컴퓨터 활용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슈퍼컴퓨터 기술 개발을 지원해왔다. 
이는 슈퍼컴퓨터의 핵심인 중앙처리장치(CPU)를 우리 자체 기술로 개발하기 위해 슈퍼컴퓨터 CPU의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함께 설계해 개발하는 사업이다. 

클러스터 시스템 시제품부터 개발
과기부는 먼저 슈퍼컴퓨터용 고성능·저전력 CPU 및 코어 설계 기술을 확보·운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및 계산 노드를 개발하고 여러 대의 계산 노드를 연결해 클러스터 시스템 시제품을 개발한다. CPU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개발 초기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함께 설계하고 슈퍼컴퓨팅 응용 분야에 특화된 CPU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4년 후 슈퍼컴퓨터 CPU 시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후속 연구를 연계해 슈퍼컴퓨터 CPU 기술 개발을 완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학·연 협력을 통한 컨소시엄 형태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며 향후 연구개발 결과물 활용을 위해 슈퍼컴퓨터 활용 기업 또는 기관 등을 컨소시엄에 포함해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초고속D램, ‘플래시볼트’
이같은 국산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은 국내 기업들이 그 기초가 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해온 덕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슈퍼컴퓨터(HPC)와 인공지능(AI) 기반 초고속 데이터 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 초고속 D램, ‘플래시볼트(Flashbolt)’를 출시했다. 또 스타트업 기업에 의해 네트워크에 연결된 수많은 PC의 유휴 연산능력을 하나로 통합해 가상의 슈퍼컴퓨터를 구성하는 분산슈퍼컴퓨팅 플랫폼 기술도 이미 개발된 바 있다.
삼성전자의 ‘플래시볼트’는 16기가바이트(GB) 용량의 3세대 HBM2E(고대역폭 메모리, D램)이며, 기존 2세대 대비 속도와 용량이 각각 1.3배, 2.0배 향상됐다. HBM은 고대역폭 메모리로 TSV 기술을 적용해 기존의 금 선을 이용한 일반 D램 패키지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2세대 8GB HBM2 D램 ‘아쿠아볼트(Aquabolt)’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업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한 바 있다. 그 후 2년 만에 3세대 HBM2E D램 ‘플래시볼트’를 출시한 것이다.
‘플래시볼트’는 1개의 버퍼 칩 위에 16기가비트(Gb) D램 칩(10나노급) 8개를 쌓아 16GB 용량을 구현해 차세대 고객 시스템에서 최고용량, 최고속도, 초절전 등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16Gb D램 칩에 5600개 이상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총 4만개 이상의 TSV 접합 볼로 8개 칩을 수직 연결한 ‘초고집적 TSV 설계 기술’을 이 제품에 적용했다. 

538GB를 1초에 처리
특히‘신호 전송 최적화 회로 설계’를 활용해 총 1024개의 데이터 전달 통로에서 초당 3.2기가비트의 속도로 410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풀HD(5기가바이트) 영화 82편을 1초에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세계 최초로 초당 4.2기가비트까지 데이터 전달 속도 특성을 확보해 향후 특정 분야의 차세대 시스템에서는 538기가바이트를 1초에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슈퍼컴퓨터 프로세스를 위해선 필수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2세대 제품보다 초당 데이터 처리 속도가 1.75배 이상 향상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이 제품을 양산해 기존 인공지능 기반 초고속 데이터 분석과 고성능 그래픽 시스템을 개선하고, 슈퍼컴퓨터의 성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블록체인 분산슈퍼컴퓨팅 플랫폼’ 개발 
한편 지난 2018년 한 중소기업은 슈퍼컴퓨터 개발을 위해 매우 중요한 바탕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분산슈퍼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수많은 PC의 유휴 연산능력을 하나로 통합해 가상의 슈퍼컴퓨터를 구성하는 기술이다. 분산 슈퍼컴퓨팅 플랫폼은 그동안 분산형 컴퓨팅의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되었던 참가자들에 대한 보상문제를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당시 이를 개발한 클라우드 업체인 코넌 코리아는 프로젝트 플랫폼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이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프로젝트 진행자로부터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받도록 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분산형 컴퓨팅’ 플랫폼은 복잡하고 빠른 컴퓨팅 성능이 요구되는 과학 계산 작업에 유용하다. 슈퍼컴퓨터의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공지능(AI) 딥러닝 모델링, 빅데이터 분석, 컴퓨터그래픽(CG) 렌더링, 바이오 연구분야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향후 4년간 슈퍼컴퓨터 CPU 시제품을 완성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한 후속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연계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으로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슈퍼컴퓨터 CPU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김점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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