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생각보다 개발에 오래 걸려

셀트리온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국책과제 사업자로 나섰다. 주식시장에서도 이 들 바이오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세계적으로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 경쟁이 뜨겁다. 높은 관심 때문에 가짜 뉴스도 많고 잘못된 정보도 흔하다. 치료제는 이미 임상시험에 들어간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신 개발에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치료제 개발중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를 7월 말까지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량생산 목표 역시 한 달 100만 명분으로 제시했다. 현재 환자의 혈액으로부터 300여 종의 항체 후보군을 구축했으며 앞으로 2차 후보 항체군을 선별하고 6월 중순부터 임상 시약을 생산하면, 7월에는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표다. 일반 항체 치료제 신약개발의 경우 이 단계까지만 3~6개월이 걸린다. 셀트리온은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으로부터 글로벌 임상을 승인받는 계획도 병행하며, 치료제의 신속한 해외 공급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국책과제 사업자로 나섰다. 셀트리온과 함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공고한 코로나19 백신 개발 국책과제의 우선순위 협상대상자로 뽑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에 앞서 신종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와 개발에 돌입했다. 호흡기 감염병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해도 동일한 프로세스를 밟아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고,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고려한 높은 안전성도 갖춘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서다해외에서는 미국 바이오 회사 제넨텍, 스위스 제약사 로슈 등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캐나다 바이오 회사 앱셀레라와 손잡고 항체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각국의 개발경쟁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위한 각국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 경쟁이 뜨겁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치료제와 백신의 임상시험은 100건이 넘는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사람 대상 임상시험은 68건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치료제 관련이 65, 백신 관련 3건이다. 치료제 임상시험 65건 가운데 병원, 연구소 등에서 학술 목적으로 시행되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39,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24, NIH 및 미국 연방 후원 임상시험 2건이다. 유형별로는 화합물의약품 임상시험 53, 바이오의약품 8, 기타 4건이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미국 제약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이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이미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렘데시비르의 경우 이미 전 임상시험(세포·동물실험)을 통해 코로나19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효과가 입증되면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다.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결과는 이르면 5월 중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르면 5월 중에 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이미 시판되고 있거나 개발 중인 약물을 이용해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이른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방식을 통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오리지날 신약보다 개발 비용과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에이즈 치료제로 허가된 칼레트라와 말라리아약 클로로퀸(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도 의사 판단에 따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지만 허가 사항 외 추가 치료 적응증을 받으려면 임상시험 절차를 밟아 공식 승인을 받아야 한다.

 

뜨거운 백신 개발 경쟁

백신은 치료제와 달리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백신 개발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두 나라가 자존심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미국이 선수를 쳤다. 미 국립보건원은 지난 16일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 중국 군사과학원 소속 군사의학연구원이 임상시험 돌입 사실을 발표했다. 첫 백신 접종 시기를 놓고도 두 나라간의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9월께 인체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고, 미국에서는 시판은 내년에 되겠지만 올 가을부터는 일부에서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수많은 제약·바이오기업과 연구기관들이 다양한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진행 속도 측면에서 2개의 후보 백신이 가장 앞서 있다.

미국 NIH와 생명공학기업 모더나사가 공동개발한 RNA백신(메신저RNA-1273)과 이노비오의 DNA백신(NO-4800)이다. 이노비오는 한국계 과학자 조셉 김(51) 박사가 세운 회사다. DNA, RNA백신은 바이러스 등 병원체의 유전자(RNA 혹은 DNA) 중 일부를 인공적으로 복제해 만든다. 이것을 근육에 주사해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실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면역이 되게 하는 원리다. 주사된 백신은 근육세포의 게놈(유전체)에 들어가 유전자로써 작동하고 생성물을 만들어 낸다. 이 유전자는 원래 바이러스가 갖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그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인체 면역체계는 그 단백질을 인지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유전자 주입 백신은 기존 단백질 백신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5~10년 걸리는 기존 백신에 비해 개발 기간을 10분의 1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다만 이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돼 실제 사람들에게 접종할 수 있기까지는 1년에서 16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제넥신의 백신개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어떤 형태로든 백신 개발에 참여하겠다는 기업이 최근 60개까지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 백신 개발에 나선 대표적 기업은 역시 포항공대 생명공학과 교수를 지낸 성영철(64) 회장이 이끄는 코스닥 상장사 제넥신이다. 국내 생명공학기업 제넥신도 국제백신연구소, 포스텍, 카이스트 연구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로나19 DNA백신 ‘GX-19’ 개발에 들어갔다. 컨소시엄은 빠르면 7월 중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제넥신은 지난 13일 코로나19 DNA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유엔개발계획(UNDP) 산하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대학 등과 함께 산··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발대식을 열었다. 컨소시엄은 KAIST·포스텍 등 국내 대표 이공계 대학과 바이넥스·제넨바이오와 같은 관련 기업으로 구성됐다. 개발할 백신의 이름도 ‘GX-19’로 지었다. 국내 기업이 구체적 일정을 가지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컨소시엄은 신속히 협업을 진행해 이르면 6월 중 임상 1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식약처가 동물 독성시험을 면제해 줬을 때에만 가능하다.

 

백신 개발이 어려운 이유

사실 백신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2003년 유행한 사스, 2015년 메르스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지난해 나온 에볼라 백신은 개발에 42년이나 걸렸다. 그만큼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 세 차례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데다 실패 확률이 높아 언제 나올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연구자들은 우선 건강한 사람 수십 명에 백신을 투여해 부작용을 확인하고, 이후에는 질병이 확산한 지역에서 수백 명을 대상으로 백신의 효과를 시험한다. 마지막으로는 같은 환경에서 수천 명에게 백신을 투여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후보 물질이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기 마련이다. 부적격 후보를 충분히 거르려면 임상 시험을 서두르거나 대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 백신이 모든 시험을 통과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 승인을 받더라도 백신을 전 세계 수요에 부합하게 생산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용화 단계에 도달한 백신의 생산량을 늘리려면 시설을 증축해야 하는데, 이는 빨리 진행되기 어렵다. 수많은 장애물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백신이 전 세계에 충분히 공급될 때쯤에는 이미 해당 팬데믹이 사그라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다른 백신에 비해서는 그래도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백신 개발소식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는 코로나19 백신 후보 약품을 첫 시험 참가자에게 투여했다고 밝혔다. 소비재 및 의약품 생산업체 존슨앤존슨(J&J)은 올해 11월에는 인체 실험을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고 이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다른 기업들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AIM 이뮤노테크, 비르 바이오테크놀로지, 질리어드 사이언스 등을 꼽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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