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은 끝나지 않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이 추천한 사내ㆍ외 이사 후보 전원은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재계의 이목이 쏠렸던 한진칼(한진그룹 지주회사) 주주총회는 조 회장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조원태 회장 이사 연임

27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진빌딩 26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7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결과,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이 출석 주주의 찬성 56.67%, 반대 43.27%, 기권 0.06%로 통과됐다. 조 회장에 맞선 3자 연합(지분율 28.78%)은 조 회장의 퇴진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 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 안건을 일반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3자 연합이 사내 이사로 추천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3자 연합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서윤석ㆍ여은정ㆍ이형석ㆍ구본주 등 사외이사 선임안도 모두 부결됐다. 반면 조 회장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5인은 모두 신규 선임돼 대조를 이뤘다. 결국, 조원태 회장은 11인의 이사회 의석을 모두 확보했다. 이날 이사 선임 안건 표결에 앞서 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도 통과됐다조 회장을 비롯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등 주요 인사들은 이날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배경과 전망

한진칼 주총은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소송전과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시작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당초 이번 주총은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이 조 회장의 사내 이사 선임 안건 등을 놓고 첨예한 표 대결이 예고됐었다. 그러다 주총을 하루 앞둔 26일 의결권 유효 지분 2.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정하면서 판세가 기울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24일 반도건설이 고의로 허위공시를 했다고 판결하면서 3자 주주연합이 주총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 것도 조 회장 측에 유리했다. 이 판결로 반도건설은 의결권 유효 지분이 8.2%에서 5%로 줄어들었다. 3자 연합 측은 이날 주총 초반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과 개회 지연에 따른 출석 주주 수 확정 문제, 안건 투표와 검표 절차 등에 대해 날을 세우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으나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한진칼 주주총회는 끝났지만, 승부가 완전히 끝났다고 하기는 어렵다. 3자 연합측은 여전히 주식 매수를 이어가며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2라운드의 무대는 임시 주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지금껏 추가 매입한 지분율이 반영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조 회장은 일단 이사 연임에 성공했지만 경영권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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