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은 누구의 책임인가(칼럼)
트래픽은 누구의 책임인가(칼럼)
  • 김상철
  • 승인 2020.05.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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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속에 국회는 입법추진

동영상 감상이 인터넷 활용의 대세가 됐다. 그러나 콘텐츠 전송으로 발생한 트래픽에 대한 비용 부담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있다. 넷플릭스의 소송제기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국회는 법적장치를 마련하기위한 첫걸음을 내딛었고, 논란은 이제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문제는 소비자의 편익일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고 글로벌CP 역차별을 해소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만 남은 상황이다. 과방위가 의결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글로벌 CP에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국내 통신망을 이용하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사업자(CP)에 ‘서비스 안정성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국내에서 돈을 벌면서도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해외 CP들이 돈을 내게 만들고, 현재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 국내 CP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한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해외사업자라도 기준에 맞다면 서비스 안정수단을 확보하고 이용자 요구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더라도, 일정 기준에 해당한다면 이용자 보호 업무 등을 수행하는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구체적인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의 소송

그동안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CP는 국내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이에 따른 책임은 회피한다는 지적이 상당했다. 여기에는 입법 미비도 한 몫을 했다. 국내기업과 역차별을 방지하고 이용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법제도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소송에서도 드러났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접속경로를 임의로 우회해 이용자 피해를 야기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과징금을 부과했고, 페이스북은 소송으로 맞섰다. 재판부는 1심에서 페이스북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한 속도 저하 현상 등 이용자 피해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법률상 CP의 서비스 품질관리 책임을 규정한 조항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페이스북 손을 들어줬다. 현행 법령상 CP는 네트워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할 의무 또는 접속경로를 변경하지 않거나 변경 때 미리 특정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협의를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판결이었다. 이 판결로 인해 글로벌 거대 CP들이 망 사용에 있어 불공정 행위를 하더라도, 규제 공백으로 인해 이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망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ISP와 네트워크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국내CP와의 역차별 문제 소지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소송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는 지난 달 13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 전 방통위는 넷플릭스 트래픽 증가로 국내 이용자 이익이 저하될 우려가 있고, 넷플릭스 트래픽만 문제가 있는 점,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국제망 증설 및 망사용료도 함께 협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연히 넷플릭스에 불리하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방통위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보다 소송을 선택했다.

넷플릭스가 제기한 소송은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다. 넷플릭스가 트래픽과 관련한 망 운용과 증설,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원에서 증명해달라는 것이다. 고객에게 이용요금을 받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게 넷플릭스가 망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망 이용 계약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트래픽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기업(CP)들은 매년 수백억 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그러나 법이 아닌 가이드라인이다 보니 페이스북만 비교적 적은 금액이나 망 사용료를 내고 있을뿐 넷플릭스 외에도 구글 등 글로벌 IT사업자들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IT사업자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기업들만 비용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SKB와 넷플릭스의 입장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게 자신들의 망 확보비용을 조달해달라고 요구하며 정부의 중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의 권고에 따라 넷플릭스는 유럽 전역에 화질 수준을 낮춰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이 같은 조치는 트래픽 공동 관리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유럽에서 한 것 처럼 우리나라의 망 트래픽 급증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는 물론 동의하지 않는다. EU의 권고를 받아준 것은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라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망 부하를 줄이기로 한 행위를 책임소재의 증거로 삼는 것은 옳지않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 제출을 검토 중이다. 인기협은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다. 네이버가 회장사다. 사실상 국내 대표 CP인 네이버가 넷플릭스를 돕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 측은 망 사용료가 합법화되면 국내 CP들도 피해를 본다고 설득하고 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CP 달래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내 CP의 부담만 가중 시킬 수 있다는 포털업계의 반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과 접속부하

일반적으로 인터넷은 콘텐츠의 제공자, 이용자 모두 각자 자기가 위치한 지역망을 통해 인터넷에 가입한다. 이때 자신이 초당 송출 또는 수신하는 데이터용량에 비례하는 접속료를 그 지역의 망사업자에게 지불한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이용자들에게 보유콘텐츠의 복사본을 보내줘야 하니 송출지점에서 엄청난 접속용량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혼잡은 송신쪽보다는 수신쪽에서 발생한다. 특히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돈을 달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드는 혼잡은 트래픽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문이 좁아서 발생한다. 결국 SKB의 주장과 달리, KT나 LGU+처럼 기본적인 해외접속용량을 갖춰놓지 않은채 넷플릭스에 그 비용을 내라고 하는 셈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충분한 해외접속용량을 갖주지 못한 SK브로드밴드가 문제지, 넷플릭스의 송출량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싸이가 강남스타일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놨더니 10억명이 봤다. 그것 때문에 혼잡이 일어난다면 싸이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SK브로드밴드가 주장하는 망 이용료는 ‘트래픽 폭발에 따른 망 증설 비용’에 가깝다. 넷플릭스 관련 트래픽 폭증으로 해외망을 수 차례 증설했으니 그 비용을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갈라진 여론

여론은 두 갈래로 보인다. 국내 CP가 망사용료를 내고 있기에 해외 사업자 역시 정당한 망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반면 이미 사용자가 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넷플릭스를 보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자인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이중과금이라는 입장도 가능하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망 접속료’로 간주한다. CP 업계에선 ‘망 이용료는 없고, 망 접속료만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인터넷은 대가 없는 정보 전달을 전제로 한다. 서핑을 하는데, 돈을 낸 기업의 홈페이지만 다른 웹사이트보다 더 빨리 접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논리대로 하면 넷플릭스가 트래픽을 많이 일으킨다고 해서 다른 CP와 차별해선 안 된다. 트래픽을 더 발생시키는 CP라는 이유로 망 접속료 외에 별도의 정보전달료를 부과하거나 정보 전달을 차단하는 건 불합리하다. 데이터 트래픽 수준에 따라 추가 비용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넷플릭스는 OCA 무상설치를 이유로 국내 망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OCA 설치로 국제망 비용 및 트래픽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부담을 줄여줬으니 국내 망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캐시서버 설치와 국내 망사용료가 직접적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의 캐시서버는 오직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한 통로일 뿐이다.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에서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이른다. 유료 동영상 플랫폼 중에 1위다. 타 플랫폼보다 적은 가입자임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트래픽 사용량이 크다.

원칙을 생각한다.

사실 서비스 안정성확보를 포함한 이용자 보호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CP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 망 이용료 이슈는 매우 복잡한 사안이다. 결론이 필요한 문제들은 망 이용료가 무엇인지, 망 이용료를 누가 내야 하는지,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면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와 같은 문제들이다.

글로벌 기업과의 문제는 처음이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망 사용대가와 관련하여 통신사업자와 컨텐츠 사업자 간의 분쟁이 종종 있었다. 콘텐츠 서비스의 국내 이용자가 급증하고 그로 인한 트래픽이 폭증하면 그로 인한 망 증설의 대가는 책임이 있는 콘텐츠 사업자가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용자들의 편익이다. 망 사용료는 사업자간의 다툼이다. 이 다툼의 결과가 사용자의 부담으로 이어지면 안된다. 양측의 망 사용료 분쟁 역시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이 명분이다. 지난 3월 넷플릭스에서 발생한 국내 결제액은 362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매출이 2년만에 10배 이상 급증했다. 유료 가입자도 270만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품질을 구분해 요금제를 설계했다. 요금제 자체가 이미 망품질에 개입한 셈이다. 넷플릭스가 발생시킨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는 ISP에게 넷플릭스 고객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망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똑같이 지불했지만 느려진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는 넷플릭스 미가입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결국 넷플릭스가 국내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국내 다른 CP와 또 다른 소비자들에게 역차별을 유발시킨다.

실효성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망사용료 지불 요구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사업자간 합의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넷플릭스와 ISP가 사용자가 원활한 네트워크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책임 분담이 이뤄지는 것이 좋다. 일각에서는 법률적인 규제를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칫 국내 사업자를 향한 규제만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이드라인 같은 모호한 규정으로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내 사업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차별적인 규제가 되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 때문에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CP는 인터넷생태계 구성원으로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법률 개정안이 본회의를 거치게 되면, 법적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입법 공백을 막는 조치를 통해 페이스북 항소, 넷플릭스 소송 관련 재판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실효성은 여전한 숙제다. 개정안은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부가통신사업자(글로벌CP)도 사업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을 초과할 경우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명시했다. 국내 대리인 핵심 역할은 이용자 보호 업무다. 글로벌 CP의 실질적 국내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안에 글로벌CP가 불합리하거나 차별적 조건을 강요하거나 협상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경우를 금지행위에 포함시키는 내용 등은 제외됐다. 또한, 국내대리인 지정 등과 관련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실질적 규제 수단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설사 국내에 지사가 있다고 해도 중요 문제는 본사와 해결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방통위는 구글의 위치정보 무단이용,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분쟁 등에서 본사를 조사하느라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 국내 대리인을 두고도 형식에 그친 채 제대로 된 업무를 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 법안은 일단 원칙을 명시한 최소 규제 근거를 법률로 확보했다는 데 의미를 둘수 있을 것이다. 이미 방통위는 통신사가 동영상 공급업체에게도 망이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입장을 정리했다. CP와 ISP는 결국 서로를 필요로 한다. 차제에 모두가 동의가능한 기준과 원칙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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