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변신과 국내AI개발의 한계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 엔씨소프트가 단순한 게임회사가 아니라 AI(인공지능)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게임과 연관된 AI 기술 개발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반적인 국내 AI투자는 위축되고 있다. 인재부족은 특히 심각하다.

엔씨소프트의 AI기술 개발

엔씨(NC)는 현재 AI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인 ‘페이지(PAIGE)’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야구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생성·요약·편집하고 팀·선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응원 구단을 설정하면 구단과 선수에 대한 AI 콘텐츠는 물론, 구단 뉴스와 경기 일정, 결과, 순위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엔씨는 영상을 편집하는 AI도 선보였다. 경기 종료 직후 AI가 직접 편집한 경기 요약 영상(Condensed Game)을 제공한다. 모든 타석 결과를 15~20분 수준으로 편집한 영상으로 이용자가 3시간에 달하는 야구 경기 전체를 짧은 시간에 확인하기 용이하다.

최근 진행한 페이지 시즌3 업데이트에서는 AI와 대화를 나누는 ‘페이지톡’을 개선했다. ‘어떤 선수가 홈런쳤어?’라고 질문하면 응원하는 구단 경기의 홈런 기록과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AI가 투수와 타자의 대결 상황과 기록을 분석한 ‘라이브노트’ 기능도 추가했다.

최근에는 머신러닝 기반 ‘AI 기자’를 개발했다. 머신러닝 기반의 AI 기술로 작성되는 기사는 국내 최초다. AI가 일기예보 데이터와 미세먼지 자료를 파악한 뒤, 스스로 기사를 작성한다. 28일부터 기자를 대신해 엔씨 AI가 날씨 기사를 쓴다. 3년치 날씨 기사를 학습했고 작성법 훈련을 거쳤다. AI가 일기예보 데이터와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자료를 파악한 뒤 스스로 기사를 작성한다. 매일 하루 3번(새벽·아침·오후) 작성하며, AI가 작성한 기사는 연합뉴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엔씨는 2018년 5월 연합뉴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AI 미디어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기간 동안 엔씨가 개발한 AI는 날씨 기사 3년 치를 읽고 기사 작법을 습득했다. 엔씨(NC)가 개발한 AI 기자는 머신러닝 기반 NLP 기술을 습득해 문장을 100%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까지 로봇 기사는 증시나 스포츠 경기 결과 등 정형화된 데이터를 미리 만든 템플릿에 넣어 만드는 방식이었다. 엔씨(NC)는 기자의 업무를 돕는 AI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AI가 기사 내용을 파악해 관련 사진을 자동 추천하는 기술, 특정 이슈의 흐름을 파악해 타임라인에 따라 자동으로 연표를 생성하는 기술 등을 곧 선보일 계획이다.

AI기업으로 변신

엔씨(NC)는 지난 2011년부터 AI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AI 센터와 NLP 센터(자연어처리, Natural Language Processing) 산하에 5개 연구소(Lab)를 운영 중이다. ▲게임 AI랩 ▲스피치랩 ▲비전 AI랩 ▲언어 AI랩 ▲지식 AI랩을 운영하고 있다. 만 10년을 넘긴 현재 전문개발 인력만 150명에 이른다.

엔씨(NC)는 그동안 게임 개발 과정에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AI 연구에 집중해왔다. 게임 제작 과정 내에서 사람의 업무를 도울 수 있는 심층 강화학습 기반의 의사결정기술(Decision Making), 기획자를 위한 콘텐츠 자동생성 기술 등을 연구해왔다. 엔씨(NC)가 게임에 AI를 처음 적용한 것은 2018년부터다. 엔씨(NC)는 큰 규모의 상용 게임에서도 AI를 적용한 서비스를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현재는 ‘블레이드 & 소울’ 게임 중 ‘무한의 탑’ 콘텐츠에 AI 기능이 적용돼 있다. 엔씨 게임에는 이미 AI를 적용한 몬스터도 있다. '리니지2M'에 등장하는 보스는 게이머들의 전쟁 상황과 관련한 조율자 역할도 할 수 있다. ‘리니지M’ 적용을 목표로 개발 중인 ‘보이스 커맨드’는 음성으로 게임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입구로 이동, 지원요청’ 등 간단한 명령부터 가능하도록 적용할 계획이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투자 결실을 거둔 엔씨소프트는 계속해서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20년 하계 인턴사원 공개 모집에서도 다양한 AI 분야 채용이 눈에 띈다. Game AI, Speech AI, Vision AI, Knowledge AI, Language AI 분야에서 인턴을 채용한다. 스피치 AI나 언어(Language) AI 등은 보통 게임기업에선 연구하지 않는 기술이다. 전문기업의 기술을 가져다 쓰면 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국내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한국의 AI 역량을 높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기술 선도국인 미국, 중국에 비해 전문인력 부문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고, 투자 규모에서도 열세인 탓이다.

전 세계 AI 전문인력 중 한국의 비중은 전체 2만2400명중 1.8%에 머문다. 또 국내 AI 분야 전체 투자 규모는 2018년 기준 구글(2600만 달러)의 6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전 세계 AI 투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780억 달러(약 96조 원)를 넘어섰는데 이중 중국이 48%를 차지한다. 세계 AI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미국 회사 수는 1400여 개로 약 40%를 차지한다. AI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물론 글로벌 인재들의 국내 기업 외면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미국의 AI 인재 경쟁력을 10으로 볼 때 중국은 8.1로 평가됐지만, 한국의 인재 경쟁력은 5.2에 불과했다. 전 세계 AI 핵심인재 500명의 출신 국가별 비중에서 미국은 14.6%로 1위, 중국은 13%로 2위에 올랐다.

인공지능(AI) 분야의 인재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미국과 중국 기업이 글로벌 AI 인재를 싹쓸이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인재난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투자를 늘리지는 않는다. 일부 국내 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도 한 몫을 한다. 당장 AI가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판단아래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던 국내 기업들은 최근에는 AI를 통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를 오히려 줄이고 있다. 'AI 리서치 랭킹 2019'에 따르면 AI 연구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 20위권에 국내 기업은 전무하다. 반면 미국의 구글(1위)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2위), 페이스북(3위)과 중국의 텐센트(6위), 알리바바(7위) 등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일본의 토요타도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과 학계를 포함해 AI 연구를 이끄는 글로벌 조직 40위권에도 한국에선 카이스트(28위), 서울대(38위)만이 순위에 들었을 뿐 기업은 순위권 밖이었다.

국내에서 AI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은 엔씨말고는 네이버 정도다. 네이버는 AI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맞춤형화장품을 위한 AI 진단·처방·제조 솔루션을 개발 중인 ‘아트랩’과 AI 기반의 수학 교육 튜터 솔루션을 개발 중인 ‘제제듀’에 투자를 결정했다. 양사 모두 지난해 과기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최하고 네이버가 운영한 해커톤 ‘에이아이 스타톤(AI Starthon) 2019’에서 기술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투자를 받은 아트랩은 AI 기술 개발과 연구에 경험이 있는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패션업계에서 쓰이는 데이터 기반 상품 기획과 제조 솔루션을 화장품 분야에 적용하려고 시도 중이다. ​제제듀는 AI 기반의 수학 튜터 솔루션을 개발한다. 자연어처리와 광학문자인식(OCR) 기술 등을 활용해 개별 학생의 학습 수준을 파악하고, 이에 최적화한 문제나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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