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 왜 짠가
  • 유성문(먼빛)
  • 승인 2020.05.15 14:0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의 음식노포1-견지동 이문설농탕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전문

좀 길다 싶은 산문시지만 고스란히 싣는다. 이런 시는 설렁탕 국물처럼 푹 고와야, 바닥이 보일 때까지 다 들이켜야 제 맛이 난다. 혹 심심하다 싶으면 당신 눈물을 한 숟갈 섞어 넣던가. 일설에 설렁설렁 끓여서 설렁탕이라지만 그 국물만큼은 진하디 진하다. 그 진함은 투가리 깊숙이 배어든다. 삶의 눈물처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이문설농탕(里門雪濃湯)’이란 상호부터 깊숙하다. 설렁탕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국물이 뽀얗게 되도록 오랜 시간 설렁설렁 끓인다고 하여 그리 부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유래에서 국물이 눈처럼 뽀얗고 아주 진하다고 하여 그 어원을 한자어 ‘설농(雪濃)’에서 찾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문설농탕의 설렁탕은 문자 그대로 뽀얗고 진하다고 믿으면 된다. 하지만 설렁탕의 어원은 ‘선농(先農)’에 있다고 보는 것이 통설로 되어 있다. 역사까지 들이미는 데야 당할 재간이 없다.
고려 이후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매년 경칩을 지난 초봄에 동대문 밖 동쪽마을(지금의 제기동)에 선농단(先農壇)을 쌓아놓고,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쳐준 ‘신농씨(神農氏)’를 기리고 한 해의 풍년을 비는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제사를 지낼 때에는 소와 돼지를 잡아서 통째로 상에 올려놓았는데, 제사가 끝나면 소는 국을 끓이고 돼지는 삶아 먹었단다. 이때 소를 잡아서 끓인 국을 ‘선농단’에서 끓인 국이라고 하여 ‘선농탕(先農湯)’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변하여 지금의 ‘설렁탕’이 되었다는 설이다. 
이문설농탕 앞에서는 허투루 ‘백년-’이란 말을 쓸 일이 아니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서 ‘이문옥’이란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연 때가 1902년에서 1907년 사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진짜배기 100년가게’다. 더불어 그 이름 앞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서울시 음식점 허가 1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선정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에도 꼽혔다. 원래 공평동 한옥풍의 가게로 있었으나, 2011년 종로 주거지역 재개발에 따라 한옥 가게를 떠나 지금의 견지동(우정국로 38-13) 현대식 가게로 이전해왔다. 

왼쪽/설렁탕은 귀천 없이 함께 나누어 먹던 대중음식으로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 소의 내장, 뼈, 머리, 우족, 꼬리, 도가니 등을 푹 삶아 만든 국이다. 끓이면서 거품이 떠오르면 자주 걷어내고 누린내가 가시도록 생강, 파, 마늘 등을 넣는다. 이어서 살과 내장 따위를 끓는 국에 넣고 국물이 뽀얗게 될 때까지 설렁설렁 끓이다가 뼈는 건져내고 살과 내장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다시 넣는다. 고기가 손으로 뜯어질 정도까지 끓인 뒤에 뚝배기에 진국을 담아 밥과 말아먹는다. 오른쪽/1900년대 초 이문설농탕이 처음 문을 연 곳은 피맛골 근처 ‘이문’이라고 불리던 초소 옆이었다. YMCA 뒤편 야트막한 언덕을 ‘이문고개’라 불렀고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 이후 공평동으로 옮겨 재개발로 건물이 헐린 2011년 8월까지 영업하다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100년이 넘은 오래된 전통을 가진 가게인지라 특히 70~80대 노년층 단골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서울시 미래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왼쪽/설렁탕은 귀천 없이 함께 나누어 먹던 대중음식으로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 소의 내장, 뼈, 머리, 우족, 꼬리, 도가니 등을 푹 삶아 만든 국이다. 끓이면서 거품이 떠오르면 자주 걷어내고 누린내가 가시도록 생강, 파, 마늘 등을 넣는다. 이어서 살과 내장 따위를 끓는 국에 넣고 국물이 뽀얗게 될 때까지 설렁설렁 끓이다가 뼈는 건져내고 살과 내장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다시 넣는다. 고기가 손으로 뜯어질 정도까지 끓인 뒤에 뚝배기에 진국을 담아 밥과 말아먹는다. 오른쪽/1900년대 초 이문설농탕이 처음 문을 연 곳은 피맛골 근처 ‘이문’이라고 불리던 초소 옆이었다. YMCA 뒤편 야트막한 언덕을 ‘이문고개’라 불렀고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 이후 공평동으로 옮겨 재개발로 건물이 헐린 2011년 8월까지 영업하다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100년이 넘은 오래된 전통을 가진 가게인지라 특히 70~80대 노년층 단골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서울시 미래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기름을 말끔히 걷어내고 남은 뽀얗고 맑은 국물 맛
식사 메뉴는 설렁탕, 도가니탕, 머리탕이고 각 탕마다 특 사이즈가 있는데 일반 탕보다 3천원  정도 비싸다. 설렁탕에 들어가는 고기는 양지, 머리, 만하(소의 비장), 볼기살, 우설(소 혀) 등 다양하게 들어가고 머리탕은 말 그대로 머리고기만 들어간다. 이 두 탕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뚝배기에 담아 나오는데, 도가니탕은 설렁탕 뚝배기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에 밑에 받침이 있는 차이가 있다. 술안주로는 수육과 도가니, 혀밑과 소머리고기, 그리고 만하가 있다. 
다른 설렁탕집과는 달리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수하고 있어서 설렁탕 맛은 특이하게도 싱거우면서도 담백하다. 그 특유의 담백한 맛 때문인지 다른 설렁탕집들이 분유, 프리마, 땅콩버터를 넣는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한동안 사양길에 들어섰을 때도 이문설농탕만큼은 오랜 전통과 신뢰 덕에 계속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이문설농탕은 매년 미쉐린 가이드에 뽑히는 단골 가게이기도 하다. 미쉐린 가이드는 2017년 이문설농탕을 빕 구르망으로 선정할 당시 “큰 무쇠솥 안에서 사골을 17시간 고아 기름을 말끔히 걷어내고 남은 뽀얗고 맑은 국물 맛”이라고 소개했다. 
맛도 맛이거니와 오랜 전통으로 소문난 노포여서 유명한 단골손님들이 꽤 많았다고 한다.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 이시영,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장군의 아들 김두한, 남로당의 박헌영, 국문학자 이희승과 양주동, 그리고 KBS <전국노래자랑> 최장수 MC 송해, 유도선수 하형주와 김재엽 등도 이 집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는 김두한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거나 부하들과 술을 마시는 장면이 종종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에선 ‘이문식당’이란 이름으로 나온다. 또 최근에는 한 제약회사의 잇몸약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다.

전통 농경문화의 상징적 유적 선농단
이왕 나선 김에 설렁탕의 본향이라는 선농단까지 거슬러 올라가보자. 동대문구 제기동의 선농단은 인간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다고 전해지는 고대 중국 전설상의 제왕인 신농(神農)과 후직(后稷)에게 왕이 친히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선농의 기원은 기록에 의하면 멀리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려시대에 이어 조선시대에도 태조 이래 역대 임금들은 이곳에서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며 선농제를 지냈다. 또한 제를 올린 뒤에는 선농단 바로 남쪽에 마련된 적전에서 왕이 친히 밭을 갊으로써 백성들에게 농사일이 소중함을 알리고 권농에 힘쓰기도 한 우리나라 전통 농경문화의 상징적 유적이다. 왕이 선농단에서 친경하는 제도는 조선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 융희 3년(1909)을 마지막으로 일제하에서 폐지되었다.
1979년 들어 지역주민들이 대가 끊긴 선농제를 다시 지내기 시작했으며, 이에 선농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1988년부터 동대문구가 중심이 되어 선농제를 복원, 지역행사로 이어오고 있다. 1994년 ‘서울 정도 600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복원과정을 거쳐 2009년 선농단 정비 및 역사공원 조성 기본계획이 수립되었다. 2015년 선농단역사문화관을 개관했으며, 현재 복원된 선농단은 역사문화관 상부에 있다. 건물 옆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4개의 홍살문으로 둘러싸인 채 잔디 없이 흙으로만 이루어진 사각형 제단이 나오고, 제단에서 북쪽 홍살문을 바라보면 멀리 아파트단지가 시선을 가로막는다. 선농단 아래 600년 된 향나무(천연기념물 제240호)만이 옛 자리에 남아 과거 선농단의 위치와 크기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2019년 선농단에서 열린 선농대제. 당시 이개호 농림식품부장관이 초헌관(임금 역할)으로 나서 제를 봉행했다. 선농대제는 동대문구 주관으로 매년 4월 곡우를 전후하여 열리지만 2020년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다.
2019년 선농단에서 열린 선농대제. 당시 이개호 농림식품부장관이 초헌관(임금 역할)으로 나서 제를 봉행했다. 선농대제는 동대문구 주관으로 매년 4월 곡우를 전후하여 열리지만 2020년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다.

여행작가 유성문은 길에서 길의 내력을 들춰왔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겨왔다. 그 내력과 사연은 먼빛이 되어 다시 그를 길로 내세운다. ‘길에서 길을 묻다’(경향신문), ‘사람의 길’(주간경향) 등 오랫동안 길과 사람 이야기를 써왔다. 문학관기행 <문향을 따라가다>(어문각)를 펴내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심강지서(위영) 2020-05-16 08:50:34
이문 설렁탕은 한 달에 1~ 2번 종로에 나가면 들리는 나의 단골 식당 중 하나다.

유성문 작가로 인해 이문이 YMCA 있는 언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까지 외대 근방 이문동이 고향이라서 이문으로 사용한 줄 알았다.

언제가 카운터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잘 모른다고 하였는데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이문 설렁탕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라 잘 알려져 있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동아TV 착한 식당 프로에도 나왔다.

설렁탕에 파 넣고 김치와 깍두리로 먹으면 훌륭한 한 끼이다.

설렁탕에 소 혀가 한 점 들어가는 것도 특징이다.

지금 식당 장소는 옛날 공평동보다 찾기가 힘들다. 그러나 찾아 가는데 노력한 가치가 있다.

  • (주)애플미디어그룹
  • 제호 : 애플경제인터넷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29. 216 (여의도동, 정우빌딩 2층)
  • 대표전화 : 02-761-1125
  • 팩스 : 02-761-1127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다 10254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3798
  • 등록일 : 2015-06-29
  • 발행인/편집인 : 김홍기
  • 주필 : 김상철
  • 애플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고문변호사 : 김규동 (법무법인 메리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상호
  • Copyright © 2020 애플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plenews7@naver.com | www.webhard.co.kr ID : applenews PW : 1234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