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TSMC의 전쟁

삼성전자가 평택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이재용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평택캠퍼스 EUV 파운드리 라인은 이달 들어 공사에 착수했고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한다. 업계에서는 1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아직 2인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다르다. EUV 파운드리 라인을 앞세워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격차는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5.9%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 점유율 54.1%의 1위 업체 TSMC와 38.2%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TSMC는 애플ㆍ퀄컴ㆍAMDㆍ엔비디아ㆍ브로드컴 등 굵직한 회사들의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로 흔들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수출규정 개정을 통해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을 차단했다. 화웨이는 TSMC 매출액의 10~15%를 차지하는 고객으로 알려졌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 10년 간 단 한 번의 감소 없이 확대되고 있다. 5세대(5G) 통신,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의 발전으로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있다. 자율주행 기술 발달로 자동차에도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전력관리반도체(PMIC)가 탑재되고, 5G와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한 연산을 할 수 있는 칩이 곳곳에서 필요해졌다. 그러나 고성능 칩을 생산해줄 수 있는 칩 업체는 세계 시장에서도 많지 않다.

 

삼성과 TSMC의 전쟁

파운드리 사업은 시스템반도체 분야 중 핵심이다. 파운드리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현재 투자 전쟁중이다. 두 회사가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3, 5나노미터(㎚) 선폭의 제품 개발과 양산에 있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가운데 약 60조원을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성과도 어느정도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시스템반도체 부문 매출은 4조5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25.5%)도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TSMC 역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2029년까지 120억 달러(약 15조 원)를 투자해 5나노 공정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시스템반도체 1위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는 중이다.

 

공정 미세화가 핵심 경쟁력

파운드리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공정 미세화에 좌우된다.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측면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세공정의 핵심은 회로 선폭을 줄이는 것으로, 선폭이 좁을수록 전력소비 감소, 처리속도 향상, 원가 절감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EUV 노광 기술은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광원으로 웨이퍼(기판)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EUV는 파장의 길이가 짧아 세밀한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붓이 얇을수록 세밀한 그림이 가능한 것과 같다. 회로 구성이 세밀해질수록 반도체 성능은 높이고 소비 전력은 낮출 수 있다. 현재 파운드리 업체 중 7나노 이하 미세 공정기술은 삼성전자와 TSMC만 보유하고 있다. 두 업체가 기술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앞둔 최소 회로 폭은 5㎚로 TSMC는 올해 상반기, 삼성은 하반기에 각각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차세대 3㎚ 공정 기술 개발에선 삼성전자가 앞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삼성이 기술이나 생산에 있어 모두 TSMC보다 뒤진다고 보는 것이 옳다. 기술개발의 속도만 아니라 신공정을 적용한 양산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시간이 승부를 가를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를 활용한 7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시스템온칩을 출하했고, 같은 해 하반기엔 6나노미터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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